64장. 당신에게 나 2
“다시 못 올 길이라고요?”
“그렇습니다.”
“그렇군요.”
노 신부는 다른 말을 더 하지 않고 가만히 미소를 지은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상유는 노 신부가 보는 곳을 같이 바라봤다.
“저 녀석도 데리고 갈 겁니다.”
“그래야겠지요.”
“네?”
“악마니까.”
“뭐.”
상유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죄송합니다.”
“뭐가요?”
“누군가를 데리고 가는 거니까.”
“아닙니다.”
노 신부는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어차피 이곳에 오랜 시간 머물 수 없는 분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 것을 모를 리는 없죠.”
“그렇습니까?”
“당연하죠.”
상유는 검지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 여자 분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네?”
상유는 놀라서 노 신부를 바라봤다. 하지만 노 신부는 여전히 감정의 동요가 없이 고개를 저었다.
“왜 그러십니까?”
“어떻게.”
“그거야.”
“아.”
상유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존을 노려봤다. 도대체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건지.
“왜 굳이.”
“그냥 누군가와 친해지면 모든 이야기를 다 하게 되는 거지요. 그래서 저에게 말을 했을 겁니다.”
“그리 친해지셨습니까?”
“당연하지요.”
“그렇군요.”
“일 년은 긴 시간입니다.”
“그렇죠.”
상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존은 자신이 생각을 한 것보다 더 성실한 모양이었다.
“만일 저 위에서 저 분을 그저 이곳에 둬도 된다고 말을 한다면 그냥 뒀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왜?”
“저는 교화를 시키는 이니까요.”
“아.”
상유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 것도 확신할 수는 없었다. 자신은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다.
“그건.”
“부담을 드리는 건 아닙니다.”
“네.”
상유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부담을 주는 거 아니라는 거.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상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좋죠?”
“네.”
좋은 날 커다란 솜사탕을 나란히 먹으면서 길을 걷는데 마음이 편했다. 이런 시간이 계속되길 바라게 되었다.
“내가 꼭 가야 하는 건 아니니까.”
“가요.”
상유의 말을 듣기가 무섭게 기연은 고개를 저었다.
“제발.”
“네?”
“그냥 가면 되는 거죠.”
기연은 씩 웃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상유의 가슴을 가볍게 손으로 밀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왜요?”
“아니.”
“내가 못 견딜 거 같아서요?”
“아니요.”
상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건 아니었다. 그저 기연을 바라보는 거. 이 마음이 불편했다.
“그저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가면 언제 올지 모르니까 너무 아프니까.”
“아니요.”
기연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침을 한 번 삼키고 한숨을 토해낸 후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기다릴 수 있어요.”
“네?”
“내가 배신을 할 거 같아요?”
“아니요.”
상유는 밝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럼 된 거죠.”
“그렇죠.”
상유는 애써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기연은 다시 상유에게 손을 내밀었다. 상유는 조심스럽게 기연의 손을 잡았다.
“언제 갈 거야?”
“모르겠어.”
“무르군.”
“그렇지.”
존의 지적에 상유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생각을 해도 자신은 너무나도 한심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왜?”
“내가 멍청한 거 같아.”
“그걸 이제 알았어?”
“그래?”
상유가 그저 미소를 지을 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자 존은 몸을 가볍게 부르르 떨면서 미간을 모았다.
“왜 그러는 거야?”
“뭐가?”
“나에게.”
“어?”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아.”
상유는 혀로 입술을 축이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신기해.”
“뭐가?”
“네가 이곳에서 잘 하고 있었다는 거.”
“뭐.”
존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게 이상한 건가?”
“응.”
“왜?”
“악마니까.”
“에이.”
존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저었다.
“그걸 가지고 자꾸 나에게 다른 말을 하고 이상한 존재라고 말을 하는 거. 그거 이상한 거 같은데.”
“그렇지.”
상유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도 이런 편견에 자신이 사로 잡혀 있다는 거 너무 이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생각을 쉬이 바꿀 수 없었다. 이건 자신의 지금 상황이었으니까.
“천사니까.”
“그게 이유가 돼?”
“그렇지.”
상유는 심호흡을 하고 씩 웃었다.
“고마워.”
“어?”
“지켜줘서.”
“뭐.”
존은 검지로 코 아래를 비비며 씩 웃었다.
“내가 해야 하는 거지.”
“일주일.”
“어?”
“그 안에 갈 거야.”
“아.”
존은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가야 하는 것은 알았지만 이건 너무 빠른 기분이었다. 하지만 가야 하는 거였다.
“그러네.”
“가야 하는 거지.”
“그렇지.”
존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네.”
“왜?”
“이곳이 좋아.”
“어?”
상유는 살짝 미간을 모았다. 그저 이곳이 흥미가 아니라는 거. 그건 너무나도 이상한 거였으니까.
“내가 뭐라고 해야 하는 건가?”
“그냥.”
“그래.”
상유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굳이 자신이 다른 말을 더 할 이유는 없었다. 이건 결국 자신의 일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해결을 해야 하는 거였고. 이 일이 왜 일어난 건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자기가 뭐였는지 이제 안 찾을 거예요?”
“네.”
상유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싶지 않아요.”
“왜요?”
“그냥?”
상유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기연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냥 우리가 바라봐야 하는 거. 그저 이 시간을 보내는 거. 그냥 이렇게 함께 하는 게 좋으니까.”
“그렇죠.”
기연은 씩 웃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기연은 상유에게 몸을 기댔다.
“편해.”
“그래요?”
상유는 살짝 날개를 펼쳤다. 그리고 기연의 몸을 부드럽게 감쌌다. 온기에 기연은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따스해.”
“그래요?”
“응.”
기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상유는 가볍게 기연의 어깨를 주물렀다.
“이래도 되는 건가?”
“왜요?”
“천사에게 악마라니.”
“그쪽을 사랑하는 남자인 걸.”
“어우. 닭살.”
기연은 팔을 막 문지르면서도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상유의 목을 끌어당겨서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좋다.”
“좋아요.”
상유는 기연의 눈을 바라보고 짧게 입술을 맞췄다.
“편해.”
“그렇죠?”
기연은 상유의 얼굴을 가만히 만졌다. 그리고 살짝 쓸쓸한 미소를 지은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야 하는 거니까.”
“돌아올게요.”
“응.”
상유의 말에 기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유는 마음 한 편이 누군가가 쿡 찌르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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