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천사입니다...만 [완]

[로맨스 소설] 천사입니다...만 [65장. 이상한 기분 1]

권정선재 2018. 5. 10. 22:34

65. 이상한 기분 1

갈 수 없다고?”

.”

존은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러게.”

상유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날개를 펼쳐도 저 위에서 아무런 신호가 오지 않는 느낌이었다.

누가 막는 거 같아.”

막아?”

존은 입술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나도 모르겠어.”

상유는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도대체 저 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그리고 자신이 뭘 하고 있는 건지.

젠장.”

천사도 욕을 해?”

인간도 사랑하는데 뭐.”

웃기고 있네.”

존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상유는 여전히 깊은 고민에 빠진 채로 고개를 저었다.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 기분이었다.

 

그렇게 좋아?”

?”

선재의 말에 기연은 고개를 갸웃하다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면서 얼굴을 붉히고 아랫입술을 물었다.

.”

뚫리겠다.”

그러게요.”

기연은 씩 웃은 채 고개를 저었다. 선재는 입술을 쭉 내밀고 상유를 물끄러미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너무 성스러워.”

?”

그냥 이상해.”

.”

신부님 같지 않아?”

.”

기연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선재의 팔을 세게 때리고 밉지 않게 노려봤다.

아니 사장님 남의 애인에게 신부라니.”

아니.”

선재는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다가 기연의 얼굴을 보고 살짝 미간을 모았다.

그런데 왜 그렇게 슬퍼 보이는 겁니까?”

?”

그쪽이나 저쪽이나.”

.”

기연은 혀를 내밀고 어색하게 웃었다.

사장님 대단하시네요.”

?”

그냥 표정만 봐도 다 알고.”

뭐 나이가 있으니까.”

기연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 보니 상유의 얼굴도 그리 편하지 않았다. 자신도 아마 마찬가지일 거였다.

멀리 간다고 해서요.”

유학이라도 가는 거예요?”

. 유학.”

기연은 잠시 멈칫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였다. 유학. 유학이라고 생각을 하는 게 마음이 편할 거였다. 조금 긴. 그리고 먼. 연락이 되지 않을 유학. 상유는 그리로 가는 거였다.

 

그래서 마음이 조금은 더 편해졌어요?”

.”

기연의 밝은 표정을 보고 상유도 마음이 놓였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 다 괜찮아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행이었다.

미안해요.”

뭐가요?”

자꾸 혼자 둬서.”

아니요.”

기연은 입술을 쭉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일어날 거라고 생각을 한 일이었고 당연한 거였다.

당신이라는 남자를 좋아하고 나서 당연히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을 해야 맞는 거죠. 천사인데.”

.”

상유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날개를 펼쳤다. 기연은 다른 누군가가 볼까 놀랐지만 상유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왜 그래요?”

아무도 못 봐요.”

?”

정기연 씨만 볼 수 있다고요.”

.”

기연은 그제야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상유의 날개를 만졌다. 조금 더 금빛이고 더 따스한 날개.

이 날개는 뭐가 다른 걸까요?”

모르겠어요.”

상유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우스운 소리이기는 했지만 천사인 자신도 이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

저 위에서는 이쪽에게 모든 것을 다 말해주지 않으니까. 천사라고 해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그게 뭐야.”

기연은 볼을 부풀리다가 씩 웃었다.

그래도 다행이에요.”

?”

우리 둘 다 모르는 것도 있어서.”

상유는 기연의 눈을 보며 싱긋 웃었다.

그게 그렇게 좋습니까?”

당연하죠.”

왜요?”

왜라뇨?”

기연은 입술을 쭉 내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건 당연한 거예요. 뭔가 상유 씨를 보면 나에 대해서 다 알고 있는 거 같다는 기분이 든다는 말이죠. 그거 뭔가 이상해요. 나 혼자서 모든 것을 다 상대에게 보여주고 있는 거 같아요.”

에이.”

상유는 입술을 내밀면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기연은 여전히 단호했다. 상유는 기연의 눈을 보며 씩 웃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나와야지.”

하여간.”

상유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기연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이곳에서도 안 되는 거야?”

그러네.”

상유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성당에서도 신성이 통하지 않았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게 무슨?”

너를 막고 있는 건가?”

?”

존의 말에 상유는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존은 머리를 긁적였다.

나라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

이상하지.”

상유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곳이라면 하늘이 막아서 그렇다고 해도 성당은 달라야 했다.

이곳은 가장 신성력이 강한 공간이야. 그런데 이곳에서도 저 위에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아무 것도 모르겠어.”

미치겠군.”

존은 바닥을 한 번 굴렀다. 상유는 한숨을 토해냈다. 일단 다른 방법을 더 생각해야 하는 거였다.

 

또 멍 때린다.”

. 죄송합니다.”

기연이 바로 사과를 하자 선재는 미간을 찌푸렸다.

왜 그래요?”

그 사람이 곧 떠나거든요.”

애인?”

. 유학.”

선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음료수를 들고 나타났다.

이거 마셔봐요.”

커피잖아요.”

조금.”

기연은 그것을 받아들고 마셨다가 놀란 눈으로 선재를 쳐다봤다.

술이잖아요.”

그러니까요.”

기연은 내려놓고 고개를 저었다.

됐어요.”

?”

에이. 애도 아니고 술을 가지고 모든 고난이 다 사라질 거라고 믿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그렇지도 않고.”

누가 안 그렇다고 합니까?”

?”

선재는 자신의 몫을 마시고 씩 웃었다.

때로는 약간 취한 상태로 세상을 보는 게 좋아요. 이게 되게 이상한 거 같기는 한데. 원래 세상이 이상한 거거든.”

원래 세상이 이상하다.”

기연은 선재의 말을 따라하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있었다. 세상이라는 게 원래 이상할 수도.

그러네요.”

기연은 순순히 동의하고 한 모금 마셨다. 편안했다. 맛있고 그리 술 맛이 강하지 않게 나지 않는 것도 좋았다.

이거 팔아도 될 거 같은데요?”

안 됩니다.”

왜요?”

몸에 안 좋거든요.”

?”

기연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지금 선재가 자신에게 몸에 나쁜 것을 줬다는 이야기인가?

그러니까.”

당연하잖아요.”

선재는 씩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한쪽은 술을 깨게 하는 거고. 다른 한쪽은 술에 취하게 하는 거고. 그거 두 개를 같이 마시는 거 나쁘죠.”

그렇겠네요.”

기연은 동의하면서도 한 모금 다 마셨다. 몸에 나쁘거나 말거나 술을 마시는 것은 기분이 좋았다.

편안해요.”

그렇죠?”

짜증나.”

?”

그냥 이렇게 쉽게 풀리는 게?”

기연의 투정에 선재는 씩 웃었다.

레서피를 알려줄게요.”

그래서요?”

그쪽에도 먹여요.”

.”

기연은 작게 감탄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덜어서 고민이 많아 보이는 상유에게 어울릴 수 있었다.

사장님은 천재 같아요.”

그럼요.”

선재가 팔장을 끼고 의깅양양한 표정을 짓자 기연은 인상을 찌푸렸다. 선재는 곧바로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가 먼저 칭찬을 했으면서.”

때로는 겸손도 해야죠.”

. . 알겠습니다.”

선재는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배우죠. 비율이 중요하거든요.”

비율이요?”

기연은 앞치마에서 메모장을 꺼냈다. 그리고 선재가 하는 말을 진지하게 들으면서 꼼꼼하게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