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장. 이상한 기분 2
“술을 못 마신다고요?”
“네.”
상유의 말에 기연은 미간을 모았다.
“그게 뭐야?”
“왜요?”
“아니.”
기연은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왜 못 마시는 건데요?”
“죄악이니까요.”
“신부님들 와인 마시잖아요.”
“포도, 주요?”
“네. 그거.”
기연이 검지를 들어 자신을 가리키며 말하자 상유는 한숨을 토해냈다. 이런 신성모독이라니.
“그건 신성하신 하나님의 피로.”
“에이.”
기연은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술이죠.”
“뭐.”
상유는 씩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말로 이길 수 없습니다.”
“애인은 이기는 거 아니에요.”
“그건 정기연 씨도 마찬가지여야 하는 거 아닙니까?”
“뭐.”
기연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가볍게 상유의 퓜에 기댔다. 상유는 그런 기연을 응시하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네.”
아름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미친 거야.”
“왜요?”
“아니.”
아름은 허리를 짚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네가 이런다고 뭐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을 해? 상유가 다른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
“네.”
“왜?”
“왜라뇨?”
선재는 정말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름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네가 아무리 이런 짓들을 한다고 해도 상유에게 직접 말해주지 않으면. 이것의 의미에 대해서 말해주지 않으면 몰라. 알 수가 없다고. 나도 겨우 이해를 하고 있는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래도요.”
선재는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인간을 사랑하게 된 천사가 나타난다면. 저 세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냥 엎어야 한다고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면서 망가뜨리려는 자는 나타나지 않겠죠.”
“네가 있어야 해.”
“왜요?”
“왜라니.”
아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문 채로 머리를 뒤로 넘겼다. 지금 이 순간 선재가 없다면 모든 건 망가질 거였다.
“이 세상을 지키는 신. 지금 네가 하고 있는 거. 그거 마지막으로 네가 해야 하는 일인 거잖아.”
“그렇다고 해서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망가뜨리고 싶지도 않고. 제가 할 수 없는 건 안 할 거에요.”
“왜 네가 못 해?”
“저는 인간을 사랑하지 않으니까.”
“미친.”
아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선재는 앙상한 날개. 뼈대만 남은 날개를 가지고 상유가 이곳에 오는 것을 막고 있는 중이었다. 상유가 조금이라도 더 그 여자를 사랑하게 만드는 중이었다.
“상유가 그 여자를 사랑하고 나서 이 세상에 오면 오히려 이 세상을 망하게 할 수도 있다는 거 몰라?”
“그래도 좋죠.”
“뭐?”
“천사가 왜 필요하죠.”
“그게 무슨?”
아름은 미간을 찌푸렸다.
“뭐라는 거야?”
“천사는 없어도 돼요.”
“왜?”
“왜라뇨?”
선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세상 모든 곳에 사랑이 있고 신이 있다면. 그렇다면 더 이상 천사가 그 일을 대신할 이유는 없어요. 우리가 지금 하는 일. 그거 그냥 사자가 모두 다 해도 되는 거고. 우리와 관련이 없죠.”
“관련이라.”
아름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선재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면서도 답답했다.
“너 그러다가 정말로 큰일이 날 수도 있어. 그거 너 혼자서 감당을 해야 하는 일도 아니고 감당을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야. 그러다가 네가 결국 소멸이 될 수 있는데 도대체 뭐라는 거야?”
“누나도 제가 소멸될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지금 신인데 이렇게 대우하는 거 아니에요?”
“뭐?”
아름은 인상을 구겼다.
“무슨.”
“농담이에요.”
선재는 손을 흔들었다.
“괜찮아요.”
“뭐가?”
“이게 다 흐름이죠.”
“흐름이라니.”
아름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선재의 알 수 없는 이야기. 그리고 선재는 다시 눈을 감았다.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 아름은 아래를 보고 싶었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 세상은 이상하게 흐르고 있었다.
“같은 시간이라니.”
아름은 머리를 뒤로 넘긴 후 한숨을 토해냈다.
“못 가고 있다고요?”
“네.”
“아.”
기연의 표정에 상유는 아차한 마음이 들었다. 자신이 기연을 아프게 하고 지치게 하는 기분이었다.
“그러니까.”
“괜찮아요.”
기연은 밝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다시 돌아올 거라는 건 아니까.”
“그게.”
“그만.”
상유가 다른 말을 더 하려고 하자 기연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굳이 상대가 듣고 싶어하지 않는 말이라면 할 이유 없어요. 나는 지금 그 말 안 듣고 싶거든요.”
“네.”
상유는 미소를 지은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기연은 싱긋 웃으며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그쪽도 모르는 구나.”
“모르죠.”
존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럼 가지 말라고 해요.”
“아니요.”
기연은 머리를 뒤로 넘기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은 상유에게 그러면 안 됐다.
“안 그래도 힘이 약해지고 있는 거 알고 있는데. 하루하루 더 많은 것을 읽어가고 있다는 거 알고 있는데. 그 사람에게 나는 더 이상 이곳에 있으라고. 나를 위해서 모든 걸 희생하라고 못 해요.”
“왜요?”
“왜라뇨?”
기연은 한숨을 토해내면서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존의 눈을 바라보면서 해맑게 웃은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존이라면 지금 이 상황에 대해서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좋아하니까.”
“좋아한다.”
존은 가만히 기연의 말을 따라했다. 인간. 그리고 천사. 이들은 도대체 무슨 짓들을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스스로를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배우는 악마들과는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진 존재들이었고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들의 행동은 너무나도 멍청하고 한심하며 이해를 할 수 없는 미련한 일이었다.
“그게 정기연 씨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겁니까?”
“네?”
기연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아니.”
존은 끙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저었다.
“뭔가 득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아.”
기연은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뭐.”
기연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렇지 않아요.”
“네?”
“존 씨도 이제 알지 않아요?”
“제가요?”
“네.”
기연의 명랑한 대답에 존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문 채로 고개를 저었다.
“나는 모릅니다.”
“그렇구나.”
기연은 싱긋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반드시 알 이유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내가 아는 것은 그쪽보다는 더 정확한 거 같습니다. 좋아한다면. 상대가 필요하다면 그냥 그렇게 말을 하도록 해요. 괜히 다른 말을 하면서. 나를 위해서 다른 말을 하지 말고. 그러지 말고요.”
“그거 이기적이잖아.”
“그게 사랑입니다.”
“사랑.”
존의 입에서 나오는 사랑이라는 단어에 기연은 팔을 문지르며 가볍게 몸을 부르르 덜었다. 이상한 말을 들은 기분이었다.
“그런 말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해요?”
“네?”
존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게 무슨?”
“됐어요.”
기연은 심호흡을 한 채 고개를 짧게 흔들었다.
“아무튼 보낼 거예요.”
“이상하네요.”
“이게 사랑이죠.”
“사랑.”
존은 턱을 긁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랑은 이기적인 거였다. 자신이 받는 것. 그게 우선이었다. 하지만 기연은 다른 말을 하는 거였다. 그리고 이건 지금 자신이 생각을 하는 입장에서 감히 사랑이라고 말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건 사랑이 아니었다.
“스스로를 아프게 하면서까지 하는 거. 그거 사랑이라고 한다면. 도대체 그걸 왜 해야 하는 겁니까?”
“그러게요.”
기연은 눈웃음을 치면서 장난스럽게 웃었다.
“됐어요.”
“그렇죠.”
존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래서 보낸다?”
“네. 그쪽도.”
“아.”
“진짜 온 거 아니잖아요.”
“뭐.”
존은 머리를 긁적였다.
“악마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신을 만나는 거. 그거 재미있는 일이라서 일단 한다고 한 겁니다.”
“악마의 소원을 들어주는 신.”
기연은 하늘을 바라보며 한족 볼을 부풀렸다.
“인간의 소원도 들어주면 좋겠네요.”
기연은 쓴 웃음을 지은 채 혀를 살짝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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