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천사입니다...만 [완]

[로맨스 소설] 천사입니다...만 [68장. 이별 준비 2]

권정선재 2018. 5. 15. 23:52

68. 이별 준비 2

그렇게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

노 신부는 물끄러미 상유를 응시했다.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어떻게 그렇게 생각을 하십니까?”

만일 정말로 신이 이곳을 버리셨더라면 저희 신부들을 이곳에 두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천사를 이곳에 보낸다. 이런 일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곳은 아직 버러지 않았다는 이야기인 거죠.”

아직은 말이죠.”

상유의 날카로운 음성에 노 신부는 끙 하는 소리를 내면서도 엷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있겠군요.”

뭘 하시려고 합니까?”

?”

이곳에서.”

모르겠습니다.”

상유는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은 여전히 인간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곳을 다르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 더 이상 인간들이 반목하게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노 신부는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너무 초조해 하지 마십시오.”

악마들이 이곳에 오지 않는 이유가 인간의 타락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어떻게 초조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정말로 인간들이 더욱 타락하나면 이곳은 인간들이 아니라 악마들만 드글거리는 세상일 겁니다.”

노 신부의 말에 상유는 고개를 들었다. 노 신부는 그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니.”

존의 물음에 상유는 고개를 저었다. 답답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뭔가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가서 뭘 할 거지?”

.”

존은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그냥 늘 하던 거?”

늘 하던 거?”

.”

그게 뭐야?”

인간들의 불행을 보면서 그들이 주는 그 불행을 마시는 거. 악마가 할 게 또 뭐가 있겠어?”

그렇군.”

상유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존이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게 하는 것. 그게 우선이었다.

이곳에 있을래?”

?”

악마가 아니면 되는 거잖아.”

무슨?”

존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멍청한 소리야?”

악마인 게 좋아?”

싫지는 않아.”

그래?”

상유는 턱을 어루만졌다. 존이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해낼 수 없을 거였다.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힘이라면 너를 이곳에 그대로 머무를 수 있게 할 거야.”

?”

존의 눈이 커다래졌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일개 천사가 하늘이 정해준 것을 어길 수 없었다.

그건 이 세상의 섭리를 어기는 일이야. 악마는 저 아래. 천사는 저 위. 이곳은 인간. 이걸 잊은 거야?”

하지만 그 섭리는 이미 어겨지고 있어. 내가 이곳에 있고 네가 이곳이 있고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나와 정기연 씨가 사랑하는 거. 그게 그 의미인 거야.”

그런 의미?”

존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곳에 계속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인간들은 흥미로웠다.

정말로 그쪽이 할 수 있다면. 그런 거라면 나는 계속 여기에 있고 싶어. 이곳을 애정하니까.”

애정이라.”

상유는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도울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거야?”

아직은.”

.”

존은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상유는 그런 존을 보며 한 번 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존을 여기에 계속 있게 한다고요?”

싫어요?”

아니요.”

기연의 목소리가 살짝 높아지자 상유는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기연이 싫어한다면 괜한 일을 한 거였다. 하지만 다행히 지금 기연의 반응을 보니 존이 여기에 있는 게 싫지는 않은 눈치였다.

재미있어요. .”

나는 아닙니까?”

솔직히. 아니죠.”

기연이 인상을 구기며 말하자 상유는 오른쪽 볼을 부풀렸다.

서운하네.”

왜요?”

아니.”

상유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너무 존을 반기는 거 같아서.”

그렇게 보여요?”

그럼 아닙니까?”

아니죠.”

기연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천사나 인간이나. 남자들이라는 족속은 왜 그렇게 눈치가 없는 건지 모르겠어요. 하여간 신기해.”

?”

상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웃했다. 기연은 싱긋 웃더니 조심스럽게 상유의 손을 잡았다.

나도 박상유 씨에게 가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제발 나를 혼자 두지 말라고. 그 시간이 나에게 너무나도 길었다고. 나 정말로 외로웠다고. 그래서 박상유 씨가 내 곁에 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런데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나 이렇게 말을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정기연 씨.”

잠시만 더.”

상유가 말을 끊으려고 하자 기연은 고개를 저었다.

알고 있어요. 알아요. 내가 이런 식으로 박상유 씨에게 부담을 주면 안 된다는 거. 그런데요. 나는 정말로 좋아요. 만난 시간이나 그런 거 상관 없이 이상할 정도로 박상유 씨가 편안해.”

나도 그렇습니다.”

상유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물끄러미 상유를 바라보면서 짧은 한숨을 토해내고 턱을 어루만졌다.

미안해요.”

아니요.”

상유의 사과에 기연은 고개를 저었다. 이건 누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하는 거였다.

나는 지금 박상유 씨를 가지 말라고 하는 건 아니야. 하지만 내가 천사랑 사랑에 빠진 거라고. 천사가 내 애인이었다고 말을 한다면 누가 믿어주겠어요? 나부터가 믿지 않을 거 같은데. 그 순간을 믿을 수 있게 하는 거. 이게 그저 꿈이 아니라 다른 뭔가 더 있다는 거. 그거 존이에요. 그 증거.”

증거.”

상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러니 질투는 하지 마요.”

.”

상유는 씩 웃으면서 기연의 손을 양손으로 감쌌다. 기연은 깊은 숨을 토해내면서 밝은 미소를 지었다.

 

?”

되는 거지?”

그게.”

상유는 자신의 손에서 밝은 빛이 나자 오히려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결국 자신이 떠나야 하는 순간이 가깝다는 이야기였다. 자신은 기연을 두고 떠나야만 했다. 기연을 외롭게 해야만 하는 거였다.

젠장.”

왜 그래?”

나는 왜 천사인 거지?”

?”

나는 왜.”

상유는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존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그런 상유를 물끄러미 응시한 채 입술을 쭉 내밀었다.

 

나 때문이구나.”

그게 왜 그쪽 때문이야?”

그렇죠.”

기연은 다리와 손을 쭉 뻗으며 한숨을 토해냈다.

짜증나.”

?”

그쪽 때문이잖아.”

?”

갑자기 화살이 자신을 향하자 존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

굳이 그걸 나에게 다 말을 할 이유는 없잖아요. 그냥 대충 알고 넘어가도 될 걸. 다 말을 해주고 있어.”

그거야.”

존은 괜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기연이 걱정이 되어서 다 말을 해준 것이 유일한 이유였다.

그쪽을 그래도 친한 인간이라고 생각해서 말해주는 건데 그게 그렇게 문제가 된다는 거야?”

당연하죠.”

?”

왜라니.”

기연은 입술을 쭉 내민 채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여간 악마라서 눈치도 없어.”

.”

존은 인상을 구겼다.

막말을 하시네.”

그렇죠.”

기연은 심호흡을 하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침을 한 번 삼킨 후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고마워요.”

방금까지 욕을 하다가.”

내가 원래 변덕이 심해. 아 아이스크림.”

으왓.”

존은 비명을 지르며 손에 흐르는 아이스크림을 혀로 할짝였다.

아이스크림을 되게 좋아하는 거 같아요.”

이렇게 맛있는 건 처음이거든요.”

저 아래는 별로야.”

그렇죠.”

존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기연은 씩 웃으면서 다시 존의 옆에 앉아서 한숨을 토해낸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내 곁에 있을 건가?”

?”

.”

.”

존의 대답에 기연은 웃었다.

그럼 된 거고.”

내가 무슨 의미가 있는 거죠?”

그냥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이 모든 일들이 그저 꿈이 아니라는 거. 이게 현실이라는 거.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사람이. 아니 그 존재가 천사였다는 거. 그게 진실이라는 걸 말하는 거죠.”

진실.”

존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기연에게 그 어떤 의미도 되어주지 못할 거였다. 그리고 기연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거였다. 그 역시 자신에게 바라는 것은 그리 커다란 것은 아닐 거였다. 하지만 그저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있는 것으로라도 위안을 삼으려는 것. 그게 어렴풋이 알 것 같은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