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천사입니다...만 [완]

[로맨스 소설] 천사입니다...만 [73장.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 1]

권정선재 2018. 5. 30. 00:04

73.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 1

정말 그러면 저 위에서 모를까?”

그럴 거야.”

존의 확신에 찬 목소리에 결국 상유도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기연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것도 중요한 거였다.

내가 갑자기 저 아래에 불려간다면. 네가 오지 못한다면 그게 정기연 씨를 못 지키는 거잖아.”

그렇지.”

상유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금방이라도 토악질을 할 기분이었다. 속이 울렁거리고 이상한 기분.

하지만 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도대체 뭘 해야 하는 건지. 그리고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 거니.”

나도 몰라.”

상유의 반응에 존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 걸 다 알 리가 없잖아.”

다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

존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아무 것도 모르고 여기까지 온 거잖아.”

그렇지.”

상유는 짧은 한숨을 토해내며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아무 것도 모른 채로 여기에 온 거였다. 그 답답함. 그 무거움. 그 현실감. 그 모든 것이 지금 자신을 오롯이 감싸는 중이었다.

그 사람을 내가 지켜줄게.”

믿어.”

상유의 대답에 존은 가볍게 몸을 떨었다.

 

신기합니다.”

?”

노 신부의 말에 존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다들 그쪽의 묵주를 바라요.”

.”

존은 어색하게 웃었다. 다들 이게 악마가 만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찾는 것인지 신기한 기분이었다.

그렇습니까?”

뭔가 신비로운 힘이 있습니다.”

아니요.”

존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럴 리가 없었다. 그런 신비한 힘 같은 것 가지고 있지 않았다.

저에게 그런 게 있을 리가 있겠습니까? 애초에 악마가 그런 것을 가지려는 게 우스운 거죠.”

아니.”

노 신부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악마도 다 쓰임이 있겠죠.”

?”

그렇지 않겠습니까?”

.”

노 신부의 반응에 존은 어색하게 웃었다. 이상한 말이었다. 악마아게도 쓰임이 있다는 말이라니. 존은 그저 어색하게 웃었다.

 

왜 그렇게 봐요?”

그냥.”

기연은 볼을 부풀린 채 고개를 저었다.

그러지 마요.”

왜요?”

이상한 기분이야.”

좋아서.”

?”

상유의 닭살 돋는 말에 기연은 미간을 모았다. 상유는 그런 기연의 모습을 보며 그저 밝은 미소를 지었다.

사람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알고 있습니까? 정기연 씨를 보면 정말 사랑하고 싶은 기분입니다.”

그런 말 그만 해요.”

기연은 상유의 팔을 가볍게 때렸다.

?”

선재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아주 염장을 지르지.”

아니.”

여기가 일하는 곳 아니냐?”

맞습니다.”

기연은 일부러 과장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상유를 가볍게 흘겨봤다. 상유는 고개를 갸웃했다.

 

사장님 노총각인 거 몰라요?”

그게 무슨 이유가 됩니까?”

그래도요.”

기연의 반응에 상유는 고개를 갸웃했다. 선재는 선재인 것이고 기연은 기연인데 왜 이러는 걸까?

그저 직장에서만 만나는 사이인데 그렇게 여러 의미를 가진 채 생각을 해야 하는 겁니까?”

인간은 혼자서 살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니까요. 같이 사는 존재니까 배려는 해야 하는 거죠.”

그렇군요.”

상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기연은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씩 웃었다.

하여간 바보 같아.”

저요?”

.”

왜요?”

아무 것도 모르니까.”

그거야.”

상유는 무슨 말을 하려다 씩 웃었다.

더 배워야죠.”

그래야죠.”

기연은 상유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상유도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닿는 순간 그대로 지나갔다.

?”

이게 무슨?”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쳐다봤다.

 

얼마 안 남은 거네.”

젠장.”

상유는 낮은 목소리로 욕설을 중얼거렸다.

이게 말이 돼?”

그쪽이야 말로.”

존은 가볍게 몸을 떨었다.

천사가 욕설이라니.”

그거야.”

상유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네.”

미친 거야.”

그렇지.”

천사가 그런 부정적인 단어라니.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다른 말을 더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이대로 갈 수 없어.”

알아.”

너무 일러.”

그렇지.”

상유는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푹 숙였다.

싫다.”

어쩔 수 없잖아.”

아니.”

존의 말에 상유는 고개를 저었다. 세상에 어쩔 수 없는 것은 없었다. 운명은 부딪쳐야 하는 거였다.

너도 마찬가지잖아.”

뭐가?”

이곳에 있는 거.”

그거야.”

악마도 인간 세상에 아무렇지도 않게 머물고 있는데 천사라고 해서 다를 것이 있을 이유 없어.”

너는 다르지.”

존의 단호한 말에 상유는 고개를 들었다.

뭐가?”

너는 목적이 있는 거 같다며?”

그거야.”

그런데 아까부터 소리가 나는 거 뭐야?”

?”

상유는 그제야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허리춤을 뒤졌다. 행복 측정기.

이게 왜?”

그게 뭐야?”

인간의 행복.”

?”

나와 정기연 씨의 계약.”

상유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러니까.”

위에서도 신호가 온 거네?”

안 돼.”

상유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대로 떠날 수 없었다. 자신은 기연의 곁에서 떠나서는 안 되는 거였다.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해. 정기연이라는 인간을 사랑하게 되어버렸는데 이대로 갈 수 없잖아.”

그러니까.”

싫어.”

상유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인간을 사랑한다고? 그런데 사랑하게 되었다. 그대로 떠나고 싶지 않았다.

이럴 수 없어.”

아직 시간이 남은 거 아니야?”

그건.”

아직 남았다.

하지만 너무 적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거였다. 저 위에서도 무슨 일이 일어나는 중이었고 그게 자신과 관련이 된 거였다.

정말 싫다.”

이토록 천사라는 사실이 끔찍하게 싫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단 한 번도 그런 적 없는 게 일어났다.

 

왜 바로 안 부르는 거야?”

모르겠어요.”

선재는 쓴웃음을 지었다.

선배를 위해서?”

미쳤어.”

아름은 한숨을 토해내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이미 천계는 어느 정도 망가지는 중이었다.

이곳이 모두 사라질 수도 있어.”

알아요.”

선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곧 오겠죠.”

그게 언제인 건데?”

누나는 선배를 좋아하잖아요.”

이건 달라.”

아름은 머리를 뒤로 넘기면서 단호히 말했다. 마음이 무거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곳이 우선이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는 천사야. 천사라는 존재들은 이곳을 지켜야 하는 거고 이곳이 없어지면 인간도 끝이야.”

누가 그래요?”

?”

우리보다 인간이 먼저에요.”

뭐라고?”

선재의 말에 아름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게 무슨 말이야?”

몰라요?”

몰라.”

아름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그래?”

태초에 하나님이 있고.”

우리가 있는 거지.”

아니요.”

선재는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저 아래를 가리키면서 더욱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신에게 듣는 이야기.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