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천사입니다...만 [완]

[로맨스 소설] 천사입니다...만 [74장.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 2]

권정선재 2018. 5. 30. 00:08

74.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 2

왜 그래요?”

그냥.”

무슨 일이 있는 거죠?”

상유의 낮은 목소리에 기연은 고개를 저었다. 이제 목소리만 들어도 상대를 알 상황이 되었다.

말해줘요.”

하지만.”

상유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게.”

뭔데요?”

기연은 고개를 숙여서 상유의 눈을 응시했다. 그리고 더욱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나는 괜찮아요.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 그러니까 제발 무슨 일이 있는 건지 말해줘요. 그냥.”

그건.”

상유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말을 하기 위해서 입을 열었지만 말을 할 수 없었다. 마음이 아팠다.

그러니까.”

언제에요?”

?”

내일? 모레?”

몰라요.”

상유의 탁한 음성에 기연은 아 하는 소리를 냈다. 결국 천사라고 해도 아무 것도 모르는 거였다.

그렇구나.”

미안합니다.”

아니요.”

기연은 고개를 저었다. 상유의 잘못이 아니었다. 아니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그냥 그런 일이었다.

모른 거 아니잖아요.”

그래도.”

상유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싫어.”

왜요?”

미안하잖아.”

아니요.”

기연은 손을 내밀어 상유의 얼굴을 만졌다. 그 온기. 상유만이 가지고 있는 편안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좋다.”

정기연 씨.”

사랑해요.”

상유는 고개를 들었다. 기연은 그저 밝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사랑해.”

사랑합니다.”

상유도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수치를 모른다는 거지?”

.”

아무리 행복 측정기를 보더라도 그 답이 나오지 않았다. 분명히 기연은 행복해졌다. 이쯤이면 임무가 끝이어야 옳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또 일어나는 건지 모르겠어. 도대체 무슨 상황인 건지. 이게 무슨 일인 건지.”

아무도 모르겠지.”

존은 뒤로 몸을 젖힌 채 한숨을 토해냈다.

하여간 천사들이란.”

뭐가?”

그런 식으로 일을 하면 재미있는 거야?”

그건.”

상유는 무슨 변명을 하려다가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자신이 천사들을 변명해줄 이유는 없었으니까.

그래도 대충은 알 거 아니야. 그 동안 해오던 일이니까. 대충 유추라도 해볼 수 있는 거 아닌가?”

내가 하던 일이 아니야.”

?”

나는 이 일을 하는 천사가 아니야.”

그럼?”

그건.”

상유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고개를 저었다. 굳이 자신이 징계르 받은 이유를 말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튼 이건 내 첫 임무였어. 그리고 거기에서 나는 저 위에서 하는 장난에 걸리고 만 거였고.”

.”

존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어차피 더 묻는다고 해서 상유가 자신에게 말을 해줄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조금이라도 더 그 사람 곁에서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래야지.”

모르겠어.”

상유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나보고 여기 가래.”

?”

그게 자기가 할 일이 있다고.”

할 일이라니.”

존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기연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대체 이 상황에서 할 일이라니.

그게 뭔데?”

모르지.”

애인이라며.”

그렇다고 다 알 리는 없잖아.”

상유의 반응에 존은 고개를 갸웃했다.

다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

게다가 천사잖아.”

그건.”

덜 사랑하네.”

아니.”

상유는 뭐라고 답을 하려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존의 말이 옳을 수도 있었다. 덜 사랑하는 게 맞을 수도 있었다.

 

힘들어 했습니다.”

?”

선재의 말에 상유는 고개를 돌렸다.

무슨?”

정기연 씨.”

.”

상유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습니까?”

많이.”

그렇군요.”

다른 말을 하고 싶어도 마땅히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자신은 기연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었고 이것은 아무리 부정하고 싶고. 아무리 피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아픈 사실이었다.

젠장.”

왜 그럽니까?”

그건.”

상유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자신은 결국 다시 기연을 혼자 둘 거였다. 기연은 아파하고 힘들어할 거였다.

떠날 겁니다.”

그렇게 말을 하더군요.”

선재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상유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흔들고는 미소를 지웠다.

두 사람 사이에서 어떤 사정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기연 씨 정말로 아파하고 힘들어했습니다.”

저도 그 사람을 혼자 두고 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쩔 수 없는 일이 있을 거 같습니다.”

같이 가면 안 됩니까?”

?”

상유는 고개를 들었다.

그게 지금 무슨?”

아니 박상유 씨가 이곳에 남을 수 없는 거라면 두 사람이 같이 가는 거. 그것도 답이 되는 거 아닐까요?”

그게.”

단 한 번도 생각을 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그 사실을 선재에게서 들으니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아닌 겁니까?”

아니요.”

상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왜 저 방법에 대해서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럴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

그러니까.”

상유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러니까 이게 옳을 수도 있었다. 기연을 위해서도.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도.

그럴 수도 있군요.”

상유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안 될까?”

당연히.”

존의 대답에 상유는 끙 하는 소리를 냈다. 당연히 안 될 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이건 너무 빠른 대답이었다.

너도 저 위의 시스템에 대해서 모르고 있으면서 너무 간단하고 말을 하는 거 아니야? 그거 좀 아닌 거 같은데.”

내가 아무리 시스템을 모른다고 하지만 이건 아니야. 그건 정기연 씨를 위해서도 아니라고.”

?”

데리고 가서 뭘 어떻게 할 건데?”

그거야.”

아무 것도 없었다. 기연이 행복하게 느낄지. 그런 것은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다. 그곳은 인간의 공간이 아니었다.

다른 천사들은?”

그러니까.”

너무 기쁘게 생각했다. 그 사장의 말을 듣고 그저 모든 것이 다 가능할 거라고. 그것을 생각을 한 게 우선이었다.

그렇군.”

조금 더 현명하게 생각을 해야 하는 거야. 너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여자를 위해서도 말이야.”

그래.”

상유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기연도 생각해야한다는 것 당연한 일이었다.

힘들어.”

그렇겠지.”

존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니 나는 네가 한심하게 느껴지는 거고.”

?”

존의 말에 상유는 인상을 구겼다. 그러면서도 미소를 지었다. 한심하다는 말이 그다지 나쁘게 들리지 않았다.

내가 뭘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 그리고 뭘 할 수가 있는 건지. 그런 것도 모르겠고 말이야.”

그냥 같이 있어.”

?”

그게 답이야.”

답이라.”

상유는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왜 여기에 있어요?”

그냥?”

상유의 간단한 대답에 기연은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그러면서도 다른 말은 더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박상유 씨는 내가 좋아요?”

당연하죠.”

그렇구나.”

기연의 애매한 대답에 상유는 미간을 모았다.

정기연 씨는 아닌 겁니까?”

아니요. 나도 마찬가지에요.”

상유는 손을 내밀었다. 글을 쓰던 기연은 멍하니 있다가 씩 웃고는 그 상유의 손을 꼭 잡았다.

따뜻해.”

나도 온기가 느껴집니다.”

사람의 손에서 이렇게 온기가 느껴질 거라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연의 손은 달랐다. 거기에는 온기가 있었고 편안함이 있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그리고 좋아한다는 것. 그게 이 온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