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천사입니다...만 [완]

[로맨스 소설] 천사입니다...만 [75장. 진실 1]

권정선재 2018. 5. 30. 00:13

75. 진실 1

그래서 이렇게 시간만 보내고 있는 거야?”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더 있는 것도 아니니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모르는 거고.”

아무리 그래도.”

존은 혀를 끌끌 차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하더라도 이건 너무나도 멍청한 일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기다릴 수만 있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따지기라도 해야지.”

누구에게?”

신에게.”

?”

존의 말에 상유는 코웃음을 쳤다.

뭐라는 거야?”

그냥 이대로 포기하는 거야?”

.”

이해가 안 가.”

존은 한심하다는 눈으로 상유를 응시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말이 안 되는 거잖아. 천사라는 족속들이 이렇게 멍청하게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라는 대로 다 하기만 하는 족속일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어. 이건 너무 멍청한 거잖아.”

그렇지.”

상유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멍청한 거였다. 자신이 생각을 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데 악마가 자신을 이해할 리가 없었다. 이건 한심한 일이었고, 이건 너무나도 멍청한 일이었다. 부정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달라질 건 아무 것도 없을 거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 이 모든 것에 대해서 아무 것도 답을 내릴 수 없으니까. 그걸 미리 알지 못하니까 이건 당연한 거고.”

아무리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상유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내가 아무리 무언가를 하려고 하더라도 그게 누군가에게 아무런 영황을 미칠 수 없는 거라면. 그건 의미가 없는 거야. 아무리 그게 아니라고 항변을 하더라도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야.”

천사가 너무 쉽게 포기하는 거 아니야?”

그게 악마의 특성이지.”

상유가 이죽거리자 존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그리고 숨을 크게 들이쉰 후 내쉬었다가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그래서 그냥 기다릴 거야?”

.”

한심해.”

알아.”

존은 상유를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눈으로 응시했다.

 

저라고 뭔가 다른 답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신부의 말에 존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쪽은 그래도 나보다 저 위의 존재들하고 조금 더 친근한 사이 아닙니까? 그러면 그 마음에 들지 않는 천사를 도울 수 있을 거 같은데.”

아니요.”

신부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수 없습니다.”

무슨.”

존은 인상을 찌푸렸다. 무조건 안 된다고만 말을 하는 거. 이거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태도였다.

왜 안 된다는 거야?”

솔직히 말을 하자면 저도 그 분이 어디에 계신지. 그리고 실제로 존재하시는 분인지 모르니까요.”

뭐라고?”

존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신부라는 인간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니.

지금 악마도 신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신부가 되어서 신이 없다는 말을 하는 거야?”

요즘 들어서 회의적입니다.”

?”

인간들은 나날이 달라지니까요.”

아니.”

존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이래서 악마들이 더 이상 이곳에 올 이유가 없는 거였다. 인간들이 알아서 흔들리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들을 바꾸어야 할 존재들까지도 이런 말을 하고 있으니까.

조금 더 신념을 가져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러면 뭐가 달라지는 거죠?”

?”

달라지는 게 없잖아요.”

아니.”

달라지는 건 없을 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모든 것을 다 포기한 것처럼만 말을 할 이유도 없었다.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그러다가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관여할 것이 아니었다.

많이 변하셨어요.”

아니.”

가장 무서운 말.

아닙니다.”

악마는 달라져서는 안 되는 거였다. 아니 달라질 수 없는 거였다. 인간이 될 수 없었고 천사가 될 수 없었다. 자신은 악마여야만 하는 거였다. 절대로 이것을 부정하고 다른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되는 거였다.

 

일을 못 하네요.”

.”

상유가 머리를 긁적이면서 어색하게 웃자 선재는 인상을 구겼다.

지금 박상유 씨에게 칭찬을 하는 게 아니거든요. 박상유 씨가 일을 되게 못 한다는 말을 하는 겁니다.”

알아요.”

상유는 이를 드러내고 씩 웃었다.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뭐 죄송합니다. 이 말만 할 수도 없잖아요.”

조금 더 나아져야죠.”

제가 도울게요.”

기연의 말에 선재는 한쪽 눈을 찡긋했다. 기연은 더 밝게 웃었다.

 

왜 그렇게 집중을 못 해요?”

정기연 씨를 보느라?”

미쳤어.”

상유의 말에 기연은 상유의 가슴을 가볍게 때렸다.

왜 그래요?”

상유는 가슴을 문지르며 울상을 지었다.

좋다고 말을 하는 건데.”

아무리 그래도 다른 사람이 있을 때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만 하는 거 그거 되게 이상한 거거든요.”

이해가 안 가네.”

상유의 대답에 기연은 검지를 들었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렇게 좋아하는 티를 막 내기만 하면 그거 되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왜요?”

왜라뇨?”

왜라고 하면 할 말은 없었다. 그냥 그런 거였다. 하지만 상유에게는 제대로 된 설명이 필요할 거 같았다.

그거야.”

기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아. 하고 손을 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안 좋으니까?”

그건 말이 안 됩니다.”

상유는 씩 웃으면서 기연의 눈을 응시했다.

그리고 나는 사람도 아닌 걸요?”

그래도.”

그리고 기연이 무슨 말을 더 하기도 전에 상유는 그대로 기연에게 입을 맞췄다. 처음에는 밀어내려던 기연도 이내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 키스를 받았다. 둘의 시간은 무한한 것이 아니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건지 물어봐도 됩니까?”

?”

갑작스러운 선재의 물음에 기연은 고개를 돌렸다.

갑자기.”

그냥?”

선재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상한 거 같아서.”

아니요.”

기연은 애써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하나도 안 이상해요.”

저 사람도 금방이라도 여기를 떠나버릴 거만 같은 태도고. 정기연 씨도 크게 다르지 않고요.”

그래요?”

기연은 혀를 내밀고 어색하게 웃었다. 선재를 보면 모두 아는 것 같았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모르겠어요.”

기연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유일한 정답이었다. 모른다. 이것 말고 다른 답은 없었다.

 

아직도 언제 가는지 몰라요?”

. 모릅니다.”

기연은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상유를 응시했다.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 그럴 수는 없는 거였다.

왜 아무 것도 몰라요?”

?”

어떻게 그래?”

기연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상유를 응시하더니 고개를 짧게 여러 번 흔들었다.

요즘 들어 정말 이상하게 행동을 하는 거. 그거 다 뭐가 있어서 그런 거잖아요. 곧 사라질 거라서.”

그건.”

상유는 애써 미소를 지은 채 넘기려고 했다. 기연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떠날 거라는 걸 알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그것에 대해서 다른 말을 더 한다는 것은 너무 이상한 거였다.

정기연 씨. 정말로 좋아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우리 두 사람이 이대로 있는 게 좋다고 생각을 합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그냥 이대로 좋은 거 아닙니까?”

아니요.”

기연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먼저 알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했다.

이번에도 박상유 씨가 갑자기 사라진다면 나는 견딜 수가 없을 거 같아요. 잘 기다린다고 했는데 아닌 거 같아.”

정기연 씨.”

정말 못 견딜 거 같아요.”

기연의 대답에 상유는 깊은 한숨을 토해내고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걸까? 어떤 말로도 지금 기연을 위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상유는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합니다.”

사과를 하라는 게 아니에요.”

기연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런 식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듣는 것. 이것으로 그냥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

나는 지금 정확히 우리 둘 사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것에 대해서 알고 싶어요.”

그건.”

상유는 침을 꿀꺽 삼켰다. 기연에게 말해야 할까? 말을 해도 되는 걸까? 말을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걸까?

박상유 씨.”

기연은 상유의 눈을 가만히 응시했다.

다른 건 고민하지 마요.”

?”

그냥 내 말에만 집중해.”

정기연 씨의 말.”

기연의 말에만 집중을 하라는 것. 결국 그 이야기는 모든 것을 다 두고 헤어질 거라는 것을 말해야 한다는 거였다. 이제 정말로 얼마 남지 않았다고. 그게 말을 하는 그 순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해야 했다. 기연에게 행복 측정기를 보여주고 그것을 측정하는 순간 떠나야 할 거였다.

지금 당장이라도 괜찮아요.”

?”

괜찮다고요.”

기연의 대답에 상유는 침을 꿀꺽 삼켰다. 기연은 마치 모든 것을 다 아는 사람처럼 말하고 있었다.

그러니 말해요.”

그게.”

진짜구나.”

?”

진짜 지금.”

아니.”

기연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