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천사입니다...만 [완]

[로맨스 소설] 천사입니다...만 [76장. 진실 2]

권정선재 2018. 5. 30. 00:14

76. 진실 2

그냥 말해요.”

아니요.”

기연의 말에 상유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대로 기연을 떠나서는 안 되는 거였다.

나는 이대로 정기연 씨를 놓지 않을 겁니다. 그럴 수 없습니다. 그래서는 안 되는 겁니다. 안 그럴 겁니다.”

아니요.”

기연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이대로 헤어지는 거. 그대로 떠나는 일. 이게 결국 둘을 위한 거였다.

내가 박상유 씨를 기다리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이별이 필요해요. 이렇게 그냥 갑자기 헤어지는 건 싫어요.”

그건.”

뭔데요?”

그게.”

상유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고 허리춤에 숨기고 있던 행복 측정기를 꺼냈다.

이건.”

기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떠나는 거군요?”

.”

상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괜찮아요.”

상유가 다른 말을 더 하려고 하기 전에 기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두 사람을 위해서 당연한 거였다.

고마워요. 정말. 나엑 말을 해줘서 힘들었을 텐데. 말을 하고 싶지 않았을 텐데. 이 말을 해줘서 고마워요.”

정기연 씨.”

진심이야.”

기연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상유의 눈을 바라보고 손을 내밀어서 가만히 뺨을 만졌다.

좋다.”

뭐가 좋습니까?”

박상유 씨가 숨기지 않은 거.”

그건.”

상유는 깊은 숨을 토해냈다. 머리가 콱 막히는 기분. 숨이 막히고 답답하고. 아프고 괴로운 순간.

도대체 왜. 왜 우리 둘 사이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대로 정기연 씨를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나도 박상유 씨를 보내고 싶지 않아요. 그냥 보내고 떠나게 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상유는 한숨을 토해냈다. 기연은 행복 측정기를 만졌다. 투박한. 그러나 자신과 상유를 떠나게 만들 거였다.

신기해.”

?”

이게 우리 둘의 중요한 뭔가라는 거.”

그건.”

상유는 무슨 말을 더 하려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정리를 하시는 겁니까?”

.”

신부의 말에 상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자신이 언제 떠날지 확실히 알고 있으니 이 정도는 해야 하는 거였다.

미안해요.”

왜 사과를 하십니까?”

맨 처음 봉사를 할 때. 갑자기 그만 두면 안 된다고 말을 했잖아요. 그런데 나는 지금 갑자기 그만 두는 거 같아서.”

아니요.”

신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손을 만지작거리다가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습니다.”

?”

제가 신부로 살면서 그 분이 정말로 계신지. 정말로 저 위를 믿고 살아도 되는 건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불경한 의심. 이 말도 안 되는 죄를 모두 다 믿음으로 바꿔주셨습니다.”

그렇습니까?”

상유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자신이 그분의 뜻을 조금이라도 따랐다면 그걸로 다행이었다.

 

이건.”

제가 만든 겁니다.”

노 신부가 내민 묵주를 보며 상유는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은 저것을 받을 자격이 없을 거였다.

도대체 저에게 왜 주시는 겁니까?”

이곳을 잊지 말라고 드리는 겁니다.”

안 잊습니다.”

아니요.”

상유의 대답에도 노 신부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잊으실 겁니다.”

아니.”

상유는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

이곳에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아시면서도 제가 이곳을 잊을 거라고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그곳과 이곳은 너무나도 다르니까요.”

그래도.”

아니요.”

노 신부의 확신에 찬 반응에 상유는 멍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이 옳을 거였다. 자신도 결국 아무 것도 모르는 채로. 그냥 그렇게. 그게 당연할 거였다.

 

그걸 확인하면 바로 가는 거예요?”

모르겠습니다.”

박상유 씨.”

정말 몰라요.”

기연이 다시 한 번 엄한 목소리로 물었지만 상유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어색하게 웃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것들이 도대체 무엇인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그거죠.”

?”

행복.”

아니.”

상유는 고개를 푹 숙였다. 기연의 말이 옳았다. 이걸 측정하면 그걸로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모든 것을 잃을 거였다.

정기연 씨는 지금 행복하지 않습니까?”

행복해요.”

그런데 왜 하라고 하는 겁니까?”

어차피 일어나야 하는 거니까. 우리가 모르는 척을 한다고.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해서 사라질 게 아니니까.”

하지만.”

괜찮아요.”

기연은 손을 내밀어서 상유의 얼굴을 감쌌다.

정말.”

내가 안 괜찮습니다.”

상유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이럴 수 없었다. 모든 것에 대해서 복잡한 마음이었다.

정말로 내가 언제 돌아올지 모릅니다. 그리고 저 위의 시간은 이곳과 다르게 흘러요. 저기에서의 시간은 이곳보다 느립니다. 아주. 그래서 나는 아주 잠시 있었지만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요.”

. 그래요.”

기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괜찮아.”

?”

왜라뇨?”

어떻게 괜찮습니까?”

좋아하니까.”

아니.”

상유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가슴이 콱 막히고 명치가 뭔가에 눌리는 기분. 상유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지 마요.”

왜요?”

그러니까.”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건지. 기연을 두고 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거라고. 그 말을 해야 하는 거였다.

그게. 그러니까.”

나를 잊지 마요.”

?”

그러면 되는 거잖아.”

기연은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상유의 행복 측정기에 손이 닿으려는 순간 상유는 뒤로 물러났다.

뭐 하는 겁니까?”

상유는 진심으로 화를 냈다.

도대체 무슨?”

그게 박상유 씨의 마음을 편하게 해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지금도 고민하고 있으면서 무슨.”

아니.”

기연은 웃음을 띈 얼굴로 상유를 쳐다봤다.

지금도 죄책감이 느껴지죠.”

그게.”

아니라고 말을 해야 했다. 아니라고. 그게 아니라고 말을 해야 하는 건데. 그런 말을 할 수 없었다.

미안합니다.”

뭐가 미안해요?”

함부로 사랑해서.”

아니요.”

기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싱긋 웃고 상유의 목을 끌어당겼다. 상유는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우리 둘의 인연이 있을 겁니다.”

그게 중요해요?”

기연은 머리를 뒤로 넘긴 채 짧게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없어.”

그렇습니까?”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에 우리 둘이 같이 있는 거. 이게 가장 중요한 거예요. 이 순간의 이야기.”

이 순간.”

상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연의 말이 옳았다. 이 순간. 그저 이 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한 거였다.

그러네요.”

그러니 갈게요.”

?”

박상유 씨.”

기연은 상유의 눈을 보며 밝게 웃었다.

하지 마요.”

뭘요?”

저 위에 죄.”

죄라니.”

기연은 하늘을 검지로 가리키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미안해요.”

왜 사과를 합니까?”

박상유 씨처럼 좋은 천사를 내가 악마처럼. 아 이건 존 씨가 싫어하려나? 아무튼 타락하게 만들었으니까.”

타락한 적 없습니다. 그리고 기연 씨가 한 것도 아니고 이건 오롯이 내가 한 결정입니다. 절대로 아닙니다.”

알았어요.”

기연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심장이 미친 듯 뛰기 시작했다. 답답한 기분. 기연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

이제 가요.”

아니.”

상유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러니까.”

그게 간단해.”

아니요.”

상유는 뒤로 한 발 더 물러났다.

그거 아니잖아.”

왜요?”

이대로 헤어질 수 없어요.”

갑자기 사라지는 거 보다 나아요.”

하지만.”

지금 내 선택이야.”

기연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상유는 뒤로 물러나다가 넘어졌다. 기연은 넘어진 상유를 넘어 상유의 허리춤의 행복 측정기에 손을 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