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현재진행형[완]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2018 [11장. 지친 소녀]

권정선재 2018. 7. 20. 23:21

11. 지친 소녀

뭘 할 수 있을 거 같아?”

그러니까.”

아정이 대놓고 묻자 서정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정이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기 바랐지만 이런 건 아니었다.

그러니까.”

이미 다 알고 있었잖아?”

그렇지.”

서정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아무 대책도 없었어?”

? 그게.”

하여간.”

아정이 혀를 차자 서정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아정이 많이 지친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너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나는 일단 네가 어떻게 해결하기 좋은지를 먼저 봐야 할 거 같은데?”

모르겠어.”

아정은 쿠션을 안은 채 고개를 저었다.

다들 머저리 같아.”

.”

사실이잖아.”

.”

서정도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학생이나 된 것들이 누군가를 따돌림하는 것은 이상한 거였다.

내 친구의 도움을 받을래?”

친구? 누구? 교수 중에 있어?”

아니.”

서정은 웃음을 터뜨리며 손을 흔들었다.

내 나이가 몇인데?”

그럼 누군데?”

강희건.”

누구?”

강희건이라고.”

아정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지자 서정은 미간을 모았다. 이미 몇 번 부딪친 것이 사실인 모양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

아니.”

아정은 침을 삼키고 고개를 저었다. 결국 자신과 서정이 남매라는 것을 알고 그런 행동을 한 거였다.

그냥 가볍게 몇 번 다가오는 거 같아서. 그런데 오빠랑 아는 사람이라서 도우려고 한 거였을까?”

. 그 녀석이 약간 장난이 심한 녀석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본성이 악한 인간은 아니니까.”

본성이 악하면 악마야.”

아무튼.”

아정은 숟가락을 가만히 내려놓고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 사람 이상해.”

알아.”

서정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호기심이 많은 녀석이지.”

오빠는 믿어?”

. 믿어.”

믿는다.”

아정은 입술을 잘근잘근 물고 한숨을 토해냈다.

 

이상한 짓이라니?”

뭔지 몰라도 할 거 같아서.”

서정의 말에 희건은 미간을 모았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턱을 긁적였다.

뭐 하자는 거야?”

뭐가?”

너 이상해.”

알아.”

서정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아는데. 지금 내가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게 너 하나라서. 너에게만 도움을 청할 수 있어서 이러는 거야.”

도움이라.”

희건의 눈이 반짝였다. 희건은 이리저리 목을 풀고 혀로 이를 훑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한숨을 토해냈다.

좋아.”

좋다고?”

. 좋아.”

서정은 여전히 의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입술을 적셨다.

나에게 한 것처럼 그러지 마.”

그러지 않아.”

희건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몸을 뒤로 젖혔다.

동생을 많이 좋아하나봐.”

당연하지.”

그래?”

희건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굳이 도와달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도우려고 했어. 우리 과의 녀석들이 하도 미련하게 굴어서 말이야. 도대체 왜 그렇게 유치하게 구는 건지. 그저 부러워서 그러는 건데 말이야.”

부럽다.”

서정은 미간을 모으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깊은 한숨을 토해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뭐가 부럽다는 거야? 우리는 그저 그림자처럼 살기만 했는데. 이게 부럽다는 거야?”

내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알아.”

서정은 깊이 심호흡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희건을 응시한 후 혀를 가볍게 차고 손가락을 튕겼다.

그래서 너도 나를 미워한 거구나.”

아니야.”

내가 가져서.”

아니.”

희건은 얼굴이 굳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멍청한 취급 하지 마.”

아니라고?”

아니야.”

그래?”

아니야.”

서정은 한숨을 토해내고 머리를 뒤로 넘겼다. 희건은 그런 그를 예리하게 응시하더니 입을 쭉 내밀었다.

하여간 윤서정. 여전히 피해 의식에 가득 찼어. 그런 식으로 행동하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거 이상하잖아.”

알아.”

서정은 입을 꾹 다물었다가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미안해.”

사과도 하고.”

정말 중요한 동생이야.”

서정의 말에 희건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정은 눈을 감았다.

걔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나 참을 수 없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아무도 모르지.”

그런 일은.”

그만.”

희건이 더 말하려고 하자 서정이 막았다. 희건도 입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서정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냥 제가 일하는 걸 보러 오셨다고요?”

그럼.”

거짓말.”

미선의 말에 서정은 미간을 모았다.

제가 아정이에 관해서 문자를 보내서 오신 거면서 도대체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세요?”

그래도 아들을 보고 싶어서 왔다고 하면 아들이 아주 조금이라도 덜 서운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서?”

이미 그런 건 지났어요.”

그래?”

미선은 손을 내밀어서 서정의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했지만 서정은 피했다. 미선은 어색하게 그 손을 거뒀다.

미안하구나.”

아정이 힘들어요.”

그래?”

미선의 다소 여유로운 목소리에 서정은 미간을 모았다. 미선은 모든 일을 다 자신의 일과 관련이 없다고 믿는 걸까?

엄마 딸이에요.”

알아.”

그런데 그게 다예요?”

그럼 내가 뭘 하는 거니?”

엄마.”

알아.”

미선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혀로 입술을 축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눈을 감았다가 떴다.

나도 네 아버지랑 대화하는 건 유쾌한 일이 아니야. 네가 부탁을 하더라도 바로 만날 수 있는 거 아니야.”

교수가 되어서 학생을 따돌리는 건 말도 안 되는 거잖아요. 그건 아버지께서도 나서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지.”

미선은 담배를 물었다.

너도 그렇게 믿니?”

.”

그래?”

나서실 겁니다.”

그렇구나.”

미선이 라이터를 꺼내자 서정은 그것을 막았다.

엄마.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어요. 안 그래도 윤서정의 엄마 유미선이라는 거 조심하고 있어요.”

다 알잖아.”

알아도 그것을 굳이 우리 입으로 말하는 거랑은 다르잖아요. 저는 제 실력이 아니라 낙하산이라는 거 싫어요.”

낙하산.”

미선은 이리저리 목을 풀고 싱긋 웃었다.

싫구나?”

그게.”

미안.”

미선은 한숨을 토해내고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서정의 눈을 보더니 가볍게 어깨를 두드렸다.

아정이 일은 내가 알아볼게.”

그냥 그러지 마세요.”

?”

방금과 다른 서정의 말에 미선은 아들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그리고 입술을 내밀고 어깨를 으쓱했다.

?”

아정이라면 혼자서 견딜 수 있을 거예요. 더 힘들면. 아정이가 직접 어머니께 부탁을 할 거예요.”

아니.”

미선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그 아이가 언제 나에게 먼저 도와달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니? 늘 너에게는 그러지만 나에게는 그런 말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애야. 그런 애가 나에게 뭘 할 거라고 생각하는 게 이상한 거 같은데.”

그런 애니까 더 끼지 마셔야죠.”

서운해.”

미선의 대답에 서정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미선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대체 내가 뭘 키우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내 자식들이 이렇게 혼자서 어른이 되어버렸을 줄이야.”

어머니께서는 바쁘시니까요.”

그렇지.”

미선은 가볍게 손뼉을 쳤다.

알았어.”

그럼 가세요.”

이거 내가 꽂은 거 아니야.”

알아요.”

서정의 미서에 미선도 그를 따라 웃었다. 그리고 가볍게 뺨을 어루만지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정이에게 내가 어떤 의미일까?”

그래도 의지하고 있을 거예요.”

그랬으면 좋겠네.”

미선의 힘없는 대답에 서정도 어색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