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현재진행형[완]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2018 [9장. 멀어진 친구가 된다는 것]

권정선재 2018. 7. 10. 23:42

9. 멀어진 친구가 된다는 것

그래서 물어보지도 않을 거야?”

.”

미쳤어.”

원희의 대답에 창현은 미간을 모았다.

이런 일에 있어서는 원래 남녀 간의 문제가 그 비밀 같은 거라니까? 상대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왜 그렇게 힘들어하는 건지. 그런 것 정도는 알아야 하는 게 관계를 위한 거라고.”

물어서 사귄다고 하면?”

?”

내가 싫다고 하면?”

아니.”

원희의 입에서 나온 극적인 대답에 창현은 머리를 긁적였다. 원희는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알고 있어. 아정이가 그렇게 쉽게 마음이 흔들릴 사람이 아니라는 거. 그런데 이건 아정이의 문제가 아닌 거잖아. 내가 너무 부족하니까. 내가 너무 모자라서. 지금 그럴까봐 이러는 거잖아.”

그래도 이건 아니지.”

창현은 인상을 구긴 채 혀를 찼다.

믿는다며?”

믿지.”

원희는 쓸쓸하게 대답했다.

그런데 내가 믿는다는 그거. 그게 그저 나 혼자서 믿는 건지. 우리 두 사람의 믿음인지. 그걸 모르겠다.”

아우 지질해.”

알아.”

창현의 놀림에 원희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대로 벽에 머리를 기댔다. 서늘함이 잠시 몸을 기분 좋게 만들었다.

얼른 수능이나 보면 좋겠다.”

아서.”

?”

아직 나 공부 못 했어.”

창현의 말에 원희는 싱긋 웃더니 다시 책을 펼쳤다. 그래도 아정에게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고 싶었다.

 

미안해.”

학교 정문에서 만난 원희의 사과에 아정은 미간을 모은 채로 살짝 입을 내밀고 고개를 흔들었다.

네가 왜 사과를 해?”

너 힘들다며.”

그런데?”

그 순간에 바로 오지 않았잖아.”

원희의 대답에 아정은 살짝 미간을 모은 채 고개를 저었따. 자신은 이렇게 좋은 사람에게 모진 행동을 하는 거였다.

에이. 그건 내가 미안하지.”

?”

너 공부하는데.”

아니.”

너 괜히 걱정이나 하게 하고.”

아정은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입술을 쭉 내밀었다.

나 아싸야.”

?”

아무도 나랑 안 놀아.”

그러니까.”

아정의 입에서 이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원희를 보더니 아정은 짧게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네가 봐도 한심하지? 대학생이나 되었다는 게. 그렇게 공부를 한다고 하고서 거기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그건 모두가 다 다른 거니까. 정확히 네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모르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없는 거잖아.”

. 이원희.”

아정은 일부러 더 과장된 표저응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여깃 내가 연애는 잘 해.”

그래?”

그럼.”

아정은 볼을 부풀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살짝 눈을 감고 한숨을 토해낸 다음 고개를 저었다.

그럼 이제 들어가.”

데려다줄게.”

아니.”

아정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러지 마.”

?”

가서 공부를 해야지.”

아니.”

원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재수생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모든 순간이 다 공부는 아니었다.

너 집에 데려다 줄 시간 정도는 있어. 오히려 그 정도는 걸어야지 더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있을 거야.”

아니.”

원희의 말에도 아정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너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 네가 조금이라도 더 공부를 하기 바라는 마음으로. 나 네 시간을 잡을 자격 같은 거 없잖아.”

그 사람에게 데려다 달라고 하려고?”

?”

원희는 자신도 모르게 나온 말에 얼굴이 굳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넘길 수도 없는 말이었다.

사실이잖아.”

뭐가?”

그 남자.”

누구?”

몰라?”

원희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유치할 거라고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차가 있던 그 사람.”

?”

아정은 잠시 고민하다가 미간을 구겼다. 지금 원희는 아무 것도 아닌 희건을 두고 오해를 하는 거였다.

그냥 우리 과 선배야.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도대체 네가 뭘 보고 혼자서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정말로 그런 거 아니야. 그 사람하고 나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고. 나는 그 사람이 싫어.”

싫어?”

원희는 혀로 볼 안쪽을 훑었다.

?”

왜라니?”

왜 싫은 건데?”

싫으니까.”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도대체 네가 뭘 보고. 어떤 상황에서 그런 식으로 오해를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말이야. 그런 식으로 오해를 할 건 아니야. 나는 지금 너만 생각하고 있는데.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그래?”

원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미간을 모은 채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데 나는 아닌 거 같아.”

?”

너 힘든 거 나에게 바로 말을 안 하잖아.”

그건 당연하잖아.”

아정은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그런 것까지 하나하나 다 말하는. 그런 유치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안 그래도 너 힘든 거 알고 있는데. 내가 너에게 대고 무슨 말을 다 하라는 거야? 그건 아니잖아.”

왜 아닌 건데? 나 너랑 사귀는 사람 아니야? 사귀는 사람이라면 그런 것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아야 하는 거 아니야?”

아무리 사귀는 사이라고 해도 숨기고 싶은 게 있을 수도 있는 거야. 반드시 모든 걸 다 말하고 싶지 않은 거라고.”

?”

왜라니?”

아정은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저었다. 원희도 정작 모든 걸 말하고 있지 않으면서 자신에게만 이런 걸 강요하는 거였다.

됐어. 그만 해.”

뭘 그만 해?”

지금 우리 이야기를 나눠봐야 싸움만 하는 거잖아. 나 이런 식으로 우리의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윤아정.”

원희야. 그만 둬.”

원희는 침을 꿀꺽 삼킨 채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하는 말. 다른 거.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저 너에게 이해가 가지 않는 거야. 그 모든 것들에 대해서 나에게 다 말하지 않는 거.”

네 자존심.”

뭐라고?”

너를 지키는 거야.”

자존심.”

원희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니까 지금 아정의 말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거꾸로 자신을 아프게 한다는 말이었다. 아정은 지금 그걸 가능하다고. 말이 된다고 생각을 하는 거였다.

네가 그런 것들에 대해서 말해주지 않는 게 나에게 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 나는 너를 좋아해. 우리 두 사람이 사귀는 사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왜 자꾸 나를 비참하게 만들고. 왜 자꾸 나 스스로를 한심하고 미워하게 만드는 건데?”

너를 걱정해서 그런 거야. 안 그래도 나만 지금 학교에 다녀서 너에게 되게 미안하단 말이야.”

미안?”

원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 아정의 말은 마치 자신을 동정하고 있다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동정이라는 거. 그거 정말로 화가 나는 일이었다. 원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네가 보기에 나는 감정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사람으로 생각이 되는 거야? 사랑하는 사람이 대학교를 다니는 것에 대해서 그저 질투만 하면서 그 사람의 아픔도 공감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냐고.”

그렇다는 말이 아니잖아.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문제들. 해결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굳이 너에게 다 말을 하지 않았다는 거야. 그럴 이유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고 말하는 거라고.”

?”

?”

왜 그런 건데?”

말했잖아.”

아정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네가 지금 화가 난 게 뭔지 알 거 같아. 그래도 이건 아니야. 너 혼자서 오해하고 화를 내는 거라고.”

그러니 내 문제다?”

그래.”

아정의 단호한 말에 원희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설사 이게 자신의 문제라고 해도 아정은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나는 공부를 하면서도 늘 네 생각을 해. 그리고 너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려고 재수를 하는 거야.”

나는 단 한 번도 네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을 한 적 없어. 나는 늘 이원희라는 사람을 좋아한 거고. 이원희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라도 좋아해. 그런데 지금의 너는 아니야.”

?”

잠시 시간을 갖자.”

아정의 말에 원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야.”

윤아정.”

정말 그대로야.”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너도 나도 새로운 순간에 적응하느라 너무 힘이 들었어. 그런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하자는 거야? 말도 안 되는 거잖아. 우리 두 사람의 다툼. 이런 거. 너무 이상하다는 생각이 안 드니?”

이상하다.”

원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아정의 말은 지금 헤어지자는 이야기와 다름이 없었다. 그 이야기는 두 사람의 시간이 여기에서 멈춘다는 거였고 조금씩 벌어질 거라는 이야기였다.

대화를 통해 풀어야지.”

우리 지금 대화 못 해.”

왜 못 해?”

너나 나나 지금 흥분했으니까.”

그러니까.”

그만.”

원희의 말이 길어지려고 하자 아정은 고개를 저었다. 굳이 지금 이 감정을 더 나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안 그래도 원희 때문에 지친 순간. 더 이상 힘들고 무너질 수 없었다. 아정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원희를 한 번 물끄러미 보더니 오는 택시에 올랐다. 원희는 멀어지는 아정을 물끄러미 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