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외톨이 소년
“이대로면 그만 둬야 할 거예요.”
“죄송합니다.”
담당 교사의 말에 원희는 고개를 숙였다.
“아니 매일 저녁 나가는 것까지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인데 어떻게 재수생이 술을 마실 수가 있어?”
“주의하겠습니다.”
“우리 좋은 학원이에요.”
“죄송합니다.”
담당 교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원희를 바라보며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기연이가 그래도 공부를 잘 하고 성적이 확 오른 학생이라서 우리 학원에서 받아준 거 알고 있죠?”
“알고 있습니다.”
“그럼 그 고 3 은사 얼굴에 먹칠은 안 해야지.”
“죄송합니다.”
원희는 고개를 더욱 깊이 숙였다. 자신의 행동. 결국 자신만 문제가 아니라 여기에 기연도 엮인 거였다.
“지켜볼 겁니다.”
“네. 고맙습니다. 죄송합니다.”
원희는 애써 미소를 지은 채 허리를 숙이고 교무실을 나섰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우리 같은 반이지?”
원희는 고개를 들었다.
“안녕. 내 이름은 유나라.”
“뭔데?”
“아니. 뭐.”
나라는 싱긋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네 옆에 앉아도 돼?”
“뭐?”
“나 혼자 앉기가 좀 그래서.”
원희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나라는 원희의 옆에 앉았다. 원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여기에서 지금 뭐 하려고 하는 거야? 나를 놀리거나 하려고 하는 거면 다른 자리에 가지 그래?”
“여기 두 자리 차지해도 되는 거야?”
“뭐?”
“그런 규칙은 없을 텐데?”
“아니.”
원희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다른 자리로 옮겼다. 굳이 다른 사람과 얽히고 싶지 않았다. 나라의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졌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너 미친 거야?”
“뭐가?”
“걔 우리 학원 여신이잖아.”
“여신?”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의 말에 원희는 고개를 저었다. 굳이 그렇게 생각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좋으면 너나 해.”
“뭐래?”
원희는 한숨을 토해냈다. 도대체 왜 저런 귀찮은 일들이 생기는 것인지. 안 그래도 복잡한 게 한 가득이었다.
“너 무슨 일이 있는 거지?”
“뭐가?”
밥을 먹던 아정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런 아정을 보며 서정은 미간을 모았다.
“윤아정. 너 지금 되게 이상한 거 알아? 대학을 가고 나서 제대로 말도 하지 않고. 전에는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래도 다 말을 했는데. 지금 고 3보다도 말을 안 하는 거잖아.”
“됐어.”
“뭐가 돼?”
아정은 밥을 먹다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뭐하는 거야?”
“뭐가?”
“윤아정.”
“나에게 관심 꺼.”
아정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서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 건지.
“걔 왕따야.”
“뭐?”
희건의 말에 서정의 얼굴이 굳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걔가 무슨 실수라도 한 거야?”
“뭐래?”
희건은 하품을 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왕따를 당하는 사람이 무슨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말 좀 하지 마. 너도 왕따였으면서 뭐라는 거야.”
“아니.”
“아버지.”
“아버지?”
순간 서정의 얼굴이 굳었다. 그러니까 아정의 친구들이 지금 자신의 가족에 대해서 알고 이런다는 거였다.
“도대체 왜?”
“낙하산?”
“뭐라고?”
서정은 어이가 없었다. 아정은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그 학교에 간 거였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간 거였다. 취업과 관련도 없는 문예 창작학과를 가면서 그렇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였다.
“그런 걸 믿어?”
“믿지.”
“왜?”
“왜라니?”
“아니.”
서정은 혀를 찼다.
“문창과잖아.”
“그래서?”
“그러니까.”
“문창과 무시해?”
“그게 아니라.”
희건은 씩 웃었다. 그리고 이리저리 목을 풀고 몸을 뒤로 기댔다. 그리고 서정을 보고 싱긋 웃었다.
“그래서 내가 아정이 잘 챙기고 있으니까 그렇게 걱정은 하지 마. 윤아정 네 친구라서 도와주고 있으니까.”
“그래?”
서정은 의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희건이 이렇다면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네가 왜?”
“왜라니?”
“그러니까.”
“너에 대한 건 다 잊었어.”
희건의 말에도 서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희건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럼 나까지 아정이에게 모질게 대해야 한다는 거야? 나는 천성적으로 그런 걸 못 하는 사람이라는 말이지. 그냥 흥미로운 것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조금 더 관대한? 그런 사람이란 말이야.”
“그게 문제지.”
서정의 지적에 희건은 이를 드러내고 씩 웃었다. 하지만 서정이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아무 것도 없었다.
“행여나 윤아정에게 직접 무슨 말이라도 하지 마. 너랑 나랑 아는 거 알면 좋아하지 않을 거야.”
“당연하지.”
서정은 가볍게 몸을 떨었다.
“난리를 칠 거야.”
“그렇지.”
서정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복잡한 거였다.
“강창현이 누구지?”
“어?”
“이거 그 사람 건데.”
순간 친구의 얼굴이 굳었다. 그리고 얼굴이 굳어서 그대로 원희의 손에서 책을 가져간 후 고개를 저었다.
“내가 강창현이야.”
“아니.”
늘 그냥 같이 다녀서 굳이 이름을 부를 일이 없어서 이름을 알아야 할 생각을 하지 못했으나 실수였다.
“그러니까.”
“미친 새끼.”
원희는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그래. 차라리 잘 된 것일 수도 있었다. 어차피 공부를 하려고 재수 학원에 들어온 거면서 여기에서 친구를 만든다는 것. 이것 자체가 우스운 일일 수도 있었다.
“무슨 일이야?”
어제 그 여자애.
“나랑 밥 먹자.”
“됐어.”
“나는 유나라.”
나라는 손을 내밀고 싱긋 웃었다.
“내 이름은 잊지 마.”
“뭐?”
“방금 그 대화를 못 들었을 거라고 생각을 한 거야? 이미 이 식당에 있는 사람은 다 알고 있을 걸?”
나라의 말처럼 이미 전부 다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여기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것도 없었다.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 거지?”
“너를 구원하는 거지.”
“구원?”
원희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나라의 눈을 응시하면서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쪽하고 별 상관도 없는 거고 나는 혼자서 잘 다닐 수 있으니까 그냥 비켜주지 그래. 나는 그쪽이 불편하니까.”
“그쪽이 아니라 유나라.”
나라의 인사에도 불구하고 원희는 비켜섰다. 나라는 고개를 갸웃하고 씩 웃었다.
“저기.”
“아. 형.”
학원을 나오던 원희가 서정을 보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무슨 일이세요?”
“바빠?”
“아니요.”
원희는 밝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흔들었다. 서정은 주위에서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지자 차를 가리켰다.
“탈래?”
“뭐.”
원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왕따요?”
“응.”
원희의 반응을 보니 역시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아정의 성격이라면 당연히 말을 하지 않을 거였다.
“걔가 자존심이 세서 그래.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고. 너를 무시해서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
“괜찮습니다.”
원희는 이를 드러내고 밝게 웃었다.
“아정이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은 일이니 저에게 말을 하지 못한 거겠죠. 사귄다고 해서 반드시 모든 것을 다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정이는 충분히 저에게 모든 걸 말하고 있고요.”
“그래도 네가 이해를 해주니 다행이네. 아정이도 일부러 너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은 건 아닐 거야. 그냥 부끄러운 거니까. 도대체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하는 건지 몰라서. 그래서 말을 못 했을 거야.”
“고맙습니다.”
원희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제가 할 건.”
“없어.”
“네?”
“그냥 미리 알아두라고.”
“아.”
살짝 서운한 말이기는 했지만 서정의 말이 옳을 거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나도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네. 괜찮습니다.”
원희의 얼굴 어딘가에 스친 기색에 서정은 괜히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 소설 완결 > 현재진행형[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2018 [8장. 소년 개구리 왕자가 되다.] (0) | 2018.07.10 |
---|---|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2018 [7장. 소녀, 청년을 만나다.] (0) | 2018.06.26 |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2018 [5장. 엉킨 실타래] (0) | 2018.06.20 |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2018 [4장. 그릇된 자존심] (0) | 2018.06.19 |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2018 [3장. 비밀을 안 소년] (0) | 2018.0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