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현재진행형[완]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2018 [10장. 오래된 아르바이트]

권정선재 2018. 7. 11. 23:43

10. 오래된 아르바이트

안 힘드냐고.”

?”

원희의 반응에 선재는 미간을 모았다.

넋이 나갔어.”

죄송합니다.”

사과하라는 게 아니라.”

선재는 한숨을 토해내며 가만히 원희를 응시했다.

무슨 일이야?”

?”

무슨 일이 있잖아.”

아니요.”

선재의 물음에도 원희는 그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선재는 볼을 부풀린 채 고개를 저었다.

서운하다.”

?”

그래도 나 너에게 꽤나 잘 해주고 있다고 생각을 했거든. 그래서 너랑 좋은 관계라고도 생각을 했고.”

당연하죠.”

그런데 비밀이 많아.”

그건.”

원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선재에게 모든 것을 다 털어놓고 싶었지만 이상한 일이었다. 그래도 자신도 이제 스무 살이나 되었는데 이 모든 걸 다 미주알고주알 털어놓는다는 것이 묘한 기분이었다.

때로는 누군가에게 그 문제를 털어놓음으로 인해서 그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이 되기도 해.”

괜찮아요.”

그럼 뭐.”

선재는 심호흡을 하면서 씩 웃었다. 원희가 이렇게가지 말을 하는데 자꾸 물을 것도 없었다.

나중에 지금 네가 갖고 있는 생각에 대해서 궁금하다면. 그리고 무슨 말이든 해야 한다면 말해.”

. 알았어요.”

선재는 원희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턱을 가볍게 긁적이면서 혀로 입술을 축이고 고개를 흔들었다.

 

아들 안 힘들어?”

. 괜찮아요.”

원희는 엄마가 주는 간식을 먹으며 문제집을 펼쳤다. 조금이라도 더 아정과 가까워지고 싶었다.

 

너 달라졌어.”

?”

창현의 말에 원희는 고개를 갸웃했다.

뭐가?”

아니.”

결기가 생겼네.”

옆에 다가온 나라의 말에 원희는 미간을 모았다. 결기라니. 얘는 또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나 별로 너랑 말을 섞고 싶지 않아.”

에이. 너무 그러지 마. 나 안 그래도 여기에서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없어서 왕따나 다름이 없거든.”

뭐라고?”

나라의 말에 원희는 코웃음을 쳤다. 다들 나라와 말을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상태였다. 그런데 이런 애가 자신이 왕따라고 말을 한다면 누가 믿어 줄 수 있을까? 원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서 뭐하려고?”

네가 좋아.”

?”

너 좋아한다고.”

나라의 직설적인 고백에 원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왜 자신에게 이러는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자신은 이런 장난에 맞장구를 쳐주고 싶지 않았다. 안 그래도 아정과의 관계에 복잡했다.

그런 거 싫어.”

?”

네가 싫으니까.”

?”

나라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야. 네가 누구든 다른 애들이 너를 얼마나 좋아하건 그런 것은 나랑 아무런 상관도 없어. 그냥 나는 싫어. 네가 이런 식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것도 싫고. 그저 나를 장난처럼 대하는 것도 싫어.”

장난이라.”

나라는 볼을 부풀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턱을 긁적이며 한숨을 토해내고 혀로 입술을 훑었다.

나는 장난이 아니야. 나 지금 진심으로 너를 좋아한다고 말을 하는 거고. 너도 알아줬으면 해.”

아니.”

원희는 물끄러미 나라를 응시했다.

너 이것도 폭력이야. 남성이 여성에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의 경우도 상대가 싫어하면 폭력이라고.”

나라는 잠시 원희를 더 보더니 돌아섰다. 원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창현은 미간을 모았다.

너 왜 그래?”

뭐가?”

너무 냉정하잖아.”

이렇게 해야 해.”

?”

그래야 물러나지.”

창현은 입술을 쭉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원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문제집으로 시선을 돌렸다.

독해졌네. 정말.”

창현의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

 

그거 헤어진 거 아니야?”

아니야.”

아정의 단호한 대답에 지수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턱을 긁적이고 입술을 꾹 다물었다.

정말 싫다.”

왜 그랬어?”

모르겠어.”

아정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러려고 한 게 아닌데.”

다시 말을 하지.”

아니.”

아정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미 원희의 감정을 다 긁어놓고 무슨 염치로 그럴 수가 있을까?

나 너무 모자란 것 같아. 고등학생 시절에도 그랬는데. 어른이 되고 나서도 여전히 그런 거 같아.”

우리가 무슨 어른이야?”

그럼 아니야?”

아니야.”

지수의 대답에 아정은 입술을 내밀었다.

스물이야.”

그래서?”

?”

우리 아직 어려.”

지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면서 포크로 케이크를 뒤적였다.

너 혼자서 그렇게 어른인 것처럼 모든 것을 다 감당하려고 하지 말라는 거야. 때로는 원희의 도움을 받아도 되는 거고. 때로는 서정 오빠의 도음을 받아야 하는 거라고. 그게 당연한 거야.”

도움.”

아정은 숨을 내쉬었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으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그런 것은 자신과 어울리지 않다고. 자신은 그런 것을 하면 안 된다고. 그런 생각만 하고 있었다. 자꾸만 그랬다.

나는 원희가 힘들 거라는 생각만 했어. 안 그래도 공부를 하느라 힘든데 나까지 보태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

네가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는 거. 그거 원희는 더 힘들어하는 거 아니야? 원희에게는 그런 거잖아.”

그렇지.”

아정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희가 오해를 하게 된 지점도 바로 그거였다. 아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말해야지.”

?”

미안하다고.”

못 하겠어.”

아정은 아랫입술을 물고 어색하게 웃었다.

이상해.”

뭐가?”

달라진 거 같아.”

하나도 안 달라졌어.”

아니.”

지수의 말에도 아정은 고개를 저었다. 자신과 원희는 달라졌다. 이제 어른이 된 만큼 뒤로 한 걸음 물러나게 된 기분이었다.

매일 보던 사람을 매일 보지 못 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감정이 달라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

너 나에 대한 것도 달라?”

아니지.”

그런데 왜 원희는 달라?”

?”

지수의 지적에 아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지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아정을 응시했다.

이 모자란 중생아.”

.”

지수가 이마를 때리자 아정은 비명을 질렀다.

뭐하는 거야?”

왜 그러니?”

뭐가?”

왜 혼자서 다 하려고 해?”

?”

내가 말했잖아. 방금도 도움. 원희는 네 연락을 기다릴 거야. 혼자서 다 아는 것처럼 행동하지 좀 마.”

그건.”

아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지수의 말이 옳았다. 방금 지수의 말을 듣고 나서도 자신은 혼자서 다 하려고 했다. 혼자서 모든 것을 다 감당하고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 학교는 어떻게 할 건데?”

모르겠어.”

아버지께 연락해.”

?”

그게 방법이야.”

싫어.”

아정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 식으로 아버지라는 인간의 도움을 받는 것은 불쾌한 일이었다.

엄마도 원하지 않을 거야.”

. .”

아니.”

알아.”

지수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혹시라도 이게 밖으로 나가게 되면 결국 어머니께서도 아시게 될 거야. 하지만 네가 과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따돌림을 당하는 상황에 대해서 아시는 게 더 문제가 되는 거야? 너에게 그런 거 아니야?”

아니.”

아정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아버지라는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은 한 번 더 생각을 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되면 엄마도 알게 될 거고. 그건 저절로 알게 되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나 혼자서 일단 해결을 해볼 거야. 그래도 어른이고. 이곳은 고등학생이 아니니까. 이쪽에서 제대로 나오면 뭐라고 몰아세우지는 못하게 되더라고. 내가 가진 힘은 오로지 그거 하나야.”

어련히 잘 하겠어. 그래서 원희는?”

조금 더 시간을 두려고.”

그러다 영영 멀어져.”

지수는 진지한 눈으로 아정을 응시했다.

그게 연애야.”

너 되게 많이 한 것처럼.”

원래 싱글이 이런 거 잘 아는 법이야.”

지수의 대답에 아정은 작게 웃었다.

그런가?”

나는 너랑 원희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어이고.”

고등학생 시절 듣지 못했던 지수의 말에 아정은 볼을 부풀리고 눈을 가늘게 떴다. 지수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아정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자신이 해야 하는 일. 그게 뭔지 생각하는 게 우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