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현재진행형[완]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2018 [22장. 흔한 고백을 받고 난 후의 소녀의 흔들림]

권정선재 2018. 8. 10. 22:58

22. 흔한 고백을 받고 난 후의 소녀의 흔들림

너 때문일 걸?”

?”

희건의 말에 아정은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너를 자극해서. 네 아버지가 그렇게 해준 걸 거야. 네가 그래도 이 재단의 딸인 건 분명하니까.”

아니.”

아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멍하니 희건을 응시했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자신은 부탁한 적이 없었다.

저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모르실 거예요. 아버지.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이상한 말 하지 마세요.”

이서정.”

?”

서정이가 있잖아.”

아니.”

아정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다. 아정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래?”

뭘 한 거야?”

뭐가?”

서정의 여유로운 대답에 아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러면 거꾸로 자신의 입지가 더 좁아질 거였다.

내가 부탁한 적도 없잖아. 그런데 도대체 왜 그랬어? 거기에서 지금 1인 시위를 하고 있다고.”

“1인 시위?”

서정의 얼굴이 구겨졌다.

양심도 없는 사람이네.”

양심이라니.”

아정은 머리를 뒤로 넘기고 한숨을 토해냈다.

그게 도대체 무슨 양심? 오빠야 말로 말도 안 되는 거 아니야? 왜 내 일에 오빠의 아버지를.”

너를 위한 거야.”

아니.”

서정의 대답에 아정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거 나 때문에 하는 거 아니잖아. 그냥 오빠가 마음이 편하려고. 그냥 그러려고 하는 거잖아.”

그런 게 아니라.”

됐어.”

아정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서정의 장난에 놀아나는 기분이었다. 유쾌하지 않았다.

오빠가 나를 위해서 한다는 그 행동이 얼마나 내 자존심을 긁는 행동인 줄 알아? 그리고 그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나을 줄 알고? 그거 말이 된다고 생각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그래.”

그런 거 아니잖아. 지금 내가 너에게 신경을 쓴 건데. 도대체 너는 왜 그렇게 혼자 화가 난 건데?”

아정은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서정을 보더니 침을 꿀꺽 삼키고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래. 오빠 입장에서는 나를 신경을 써준다고 한 거겠지. 거기에 내 자존심 같은 것은 무시하고.”

그런 게 아니잖아.”

서정은 혀로 입술을 축이고 고개를 숙였다.

윤아정 그만 둬.”

?”

너 지금 이상해.”

내가?”

우리는 자신의 가슴을 마구 두드리며 고개를 저었다.

나 하나도 안 이상해.”

이상해. 너 지금. 전에는 나에게 도움도 청했잖아. 이게 어려운 거야? 하나도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 나도 그저 아버지에게 그 교수에 대해서 말을 한 거고. 안 그래도 이상하게 잘리지 않던 교수가 잘린 거야. 그게 전부라고. 그런데 도대체 왜 여기에 와서 화를 내는 건데? 이상하잖아.”

아니.”

아정은 머리를 뒤로 넘기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이건 이상한 거였다. 아무리 그 교수가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학기 중에 그만 두게 되는 것은 안 되는 거였다. 그것도 총장도 아닌 이사장은 더더욱 아니었다. 이게 밖에 알려진다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거였다.

나 혼자서 해결할 수 있다고 하잖아. 오빠가 아니어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도대체 왜 그래?”

네가 어떻게 해?”

?”

서정의 말에 아정의 얼굴이 굳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

아정의 목소리가 낮게 깔리자 서정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실망이다.”

윤아정.”

실망이야.”

아정은 하늘을 한 번 보고 깊은 숨을 토해냈다. 그러니까 결국 서정은 자신을 믿지 않는 거였다.

내가 그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알아? 엄마는 한 순간 실수로 나를 가져서 아버지와 사이가 멀어졌다고 생각해. 그래서 나에게 아무런 정도 주지 않았어. 그 아버지라는 인간은 사라졌고, 오빠의 아버지는 나를 너무나도 미워했어. 그런데 내가 살아가는 거. 오빠였어. 오빠가 그래도 나를 믿어주고 있다고 생각을 했으니까. 그래도 오빠는 고마운 사람이어서. 나를 의지할 수 있게 해줘서. 그런데 지금 보니까 그게 아니었네. 오빠도 그냥 나를 인형처럼 본 거였어.”

인형이라니.”

서정은 혀를 살짝 물었다.

그런 거 아니야.”

아니라고?”

그래. 아니야.”

거짓말.”

아정아.”

서정이 한 발 다가오자 아정은 뒤로 물러났다.

오지 마.”

말은 해야 할 거 아니야.”

아니.”

아정은 미친 듯 고개를 저었다. 이건 대화를 나눈다고 해결이 될 문제가 아니었다. 서정의 생각 자체를 바꿔야 하는 거였다. 하지만 서정의 생각은 달라지지 않을 거였다. 서정은 자신을 믿지 않을 테니까.

내가 얼마나 그 동안 한심하게 보였을까? 내가 그 동안 오빠에게 얼마나 멍청하게 보였을까?”

그렇지 않아.”

그런데 이랬어?”

그거야.”

친하지도 않은 친구에게까지?”

희건의 말까지 나오자 서정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런 거야.”

아정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나 독립할 거야.”

내가 나갈게.”

아니.”

서정의 대답에 아정은 검지를 들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내가 나가.”

?”

애초에 이 집에 내 공간은 없으니까.”

왜 없어?”

여기에 내가 가족이라고 믿을 사람이 있니? 없어. 오빠. 아니 윤서정 씨. 이 집에 내 편은 없다고요.”

아정은 이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서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마음이 무거웠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미안.”

원희의 표정을 본 아정이 멋쩍게 웃었다.

너무 무거운 소리지?”

아니.”

원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무슨.”

그래도.”

나는 네가 나에게 이 말을 해줘서 고마워. 그래도 나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한 거니까.”

당연하지.”

아정의 대답에 원희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혀로 입술을 핥았다. 그리고 짧은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 학원에서 잘렸어.”

?”

원희의 말에 아정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

원희는 심호흡을 하고 입을 열었다.

 

강창현 학생은 왜 그만 두려고 하는 거죠?”

원장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우리 학원에 다니는 게 나을 텐데.”

친구를 내보내는 걸 보니까요.”

친구?”

원장은 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아니 재수생이 무슨 친구를 찾아요. 강창현 학생은 그래도 말이 통한다고 생각을 했는데 말이죠.”

제가 생각하기에 지금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은 제가 아니라 원장님인 거 같습니다. 원희에게 모든 돈을 돌려줬다는 거. 그거 제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면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을 하세요?”

아니.”

원장은 잠시 당황한 듯 말을 멈추다가 다시 능글 맞게 웃었다.

그게 허위 사실입니다.”

사람들이 그걸 신경을 쓸 거라고 생각을 하세요?”

뭐라고?”

아무도 그런 것에 관심을 갖지 않을 겁니다. 그저 더 재미있는 일. 더 호기심이 가는 일에 관심을 갖겠죠.”

그거야.”

원장은 잠시 손을 멈칫했다. 그러다가 테이블을 검지로 몇 번 두드리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뭘 바랍니까?”

저도 모두 환불해주세요.”

안 됩니다.”

왜요?”

우리가 자르는 게 아니니까.”

좋아요.”

창현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스마트폰에 임시 저장된 글을 보여주었다. 원장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법적으로 대응할 겁니다.”

하세요.”

뭐라고요?”

법보다 무서운 게 있다는 걸 보여드릴게요.”

창현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이상한 여자잖아.”

그러니까.”

원희는 가볍게 발을 까불며 씩 웃었다.

그런데 그 사람을 무시를 했더니 내가 나가더라고. 아마 아버지가 뭐라도 하는 사람인 거 같지?”

그런데 왜 그랬어?”

?”

나랑 헤어졌잖아.”

아니.”

아정의 물음에 원희는 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리고 가볍게 어꺠를 으쓱했다. 자신은 왜 그런 걸까?

그냥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우리가 잠시 시간을 갖는 사이라고 해도 말이야.”

그런데 내가 네 고백을 다시 받아주지 않았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랬어? 거기에 대한 해답은 있어?”

아니.”

원희의 간단한 대답에 아정은 잠시 멈칫하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원희도 그런 아정을 보고 따라 웃었다.

좋다.”

그러게.”

아정은 조심스럽게 원희에게 손을 내밀었다.

미안해.”

왜 네가 사과를 해?”

원희의 물음에 아정은 그저 미소를 지을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