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장. 흔한 고백을 하고 난 후의 청년의 자신감
“그렇게 비싸요?”
“당연하지.”
공인중개사 아주머니는 손부채질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학생. 요즘 집값이 얼마나 비싼 줄 몰라요? 아이고. 나는 힘들어서 더 못 가겠네. 그런데 그렇게 멀리 가면 안 돼.”
“네?”
“얼마나 위험한대.”
“위험이요?”
아정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지.”
“그래?”
“당연하지.”
지수의 말에 아정은 입을 내밀었다.
“말도 안 돼.”
“왜?”
“아니.”
아정은 머리를 뒤로 넘기고 한숨을 토해냈다.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그냥 가볍게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말도 안 되는 거잖아. 다들 자취를 하는 건데. 여자라는 이유로 그걸 불안하게 느껴야 하는 거라고?”
“내가 왜 기숙사에서 있었던 건데.”
“어?”
“그게 무서워서 그래.”
“정말?”
“당연하지.”
지수는 입을 내밀고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아정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지수는 미간을 모았다.
“그냥 나랑 살아도 된다니까.”
“아니야.”
지수의 제안에 아정은 고개를 저었다.
“싫어.”
“왜?”
“민폐잖아.”
“민폐는 무슨.”
지수는 입을 내밀었다. 하지만 아정도 물러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자꾸 지수에게 도움을 바라서는 안 되는 거였다.
“네가 사는 곳에 방이 혹시 하나 나오지 않을까? 그러면 나도 마음이 편할 거 같은데. 어려울까?”
“어려울 걸?”
지수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내밀었다.
“다들 거기에서 살고 싶어 하거든. 그래서 안 될 거야.”
“그래?”
“응.”
지수는 한숨을 토해내며 팔짱을 꼈다.
“여성 전용이야. 학교 근처에 그런 곳이 잘 없거든. 주인 아주머니께서도 딸이 둘이나 있다고 입구에 카메라까지 대고. 남자가 기웃 거리면 거기에 소리를 질러주시더라고. 그래서 감사히 살고 있어.”
“그렇구나.”
아정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 산다는 것. 그건 꽤나 큰 문제를 갖는 거였다.
“너는 왜 그만 둬?”
“왜?”
“아니.”
원희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뭐가?”
창현은 별 것 아니라는 듯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너를 그런 식으로 자르는데 나만 거기에 있는 거 이상한 거잖아. 나는 싫어. 그리고 나도 돈을 다 받고 나왔어. 그 동안 배운 것도 있고. 이제부터는 각자 싸움인 거니까. 나는 그거 할 자신이 있어.”
“그래도.”
원희의 미안한 표정에 창현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원희도 그런 창현을 보며 따라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나갈게.”
“됐어.”
서정의 말에 아정은 고개를 저었다.
“그냥 안 보면 되는 거니까.”
“어떻게 그래?”
“왜?”
“아니.”
아정의 말에 서정은 한숨을 토해냈다.
“말도 안 되는 거지.”
“뭐가?”
“어떻게 한 집에 살면서 보지 않을 수가 있어? 그건 말도 안 되는 거잖아. 우리 잘 지낼 수 있어. 내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너를 걱정해서 그런 거잖아. 그런데 너는 왜 내 탓을 하는 건데?”
“그러게.”
아정은 엷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흔들었다. 서정은 방으로 들어가는 아정을 보며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잘 지내요?”
“그러게.”
은선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무슨 일이야?”
“그러게요.”
서정의 대답에 은선은 미간을 모았다.
“뭔데?”
“죄송해요.”
“아니.”
서정의 사과에 은선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런 식으로 서정이 자신에게 말을 건네는 것도 아예 없는 일도 아니었다.
“아정이가 독립을 하고 싶어 해서요.”
“그럼 하면 되지.”
“저 때문에요.”
은선
은 물끄러미 서정을 응시했다.
“너는 아정이가 몇 살로 보이니?”
“네?”
“걔 이제 스물이야.”
“하지만.”
“윤서정.”
은선의 단호한 목소리에 서정은 어색하게 웃었다. 은선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정이는 내가 볼 때 학교를 다닐 적부터 혼자서 아주 잘 하던 애야. 그런데 서정이 너야 말로. 걔가 혼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을 하는 거 같아. 너는 왜 아정이를 믿지 않는 거야?”
“그건.”
서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나 때문이잖아요.”
“뭐가?”
“아정이 그렇게 된 거.”
“아니.”
은선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거 아니야.”
“선생님은 모르시잖아요.”
“알아.”
“네?”
“안다고.”
은선의 말에 서정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게 무슨?”
“나도 다 안다고.”
은선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고 침을 꿀꺽 삼켰다.
“유미선 배우님. 그러니까 네 어머니. 그리고 아정이랑 아버지가 다른 거. 그런 거 다 알고 있어.”
“아. 아시는구나.”
서정의 힘없는 미소에 은선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그러지 마.”
“아니.”
“윤서정.”
“죄송해요.”
서정은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푹 숙였다. 은선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냥 기다려.”
“어떻게 그래요?”
“아정이 못 믿니?”
“믿어요.”
서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믿는다고요.”
“그런데 왜?”
“저를 못 믿어요.”
“어?”
“나를 못 믿어.”
서정의 고백에 은선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잠시 멈칫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서정의 옆에 앉았다.
“그러지 마. 윤서정. 너는 충분히 잘 하고 있어. 그러니까 아정이 그냥 봐주면 되는 거야. 그러면 되는 거야.”
“그래도 되나요?”
“그럼.”
서정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아무 것도 모르겠어요.”
“왜 몰라?”
“아무 것도.”
은선은 손을 내밀어 서정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서정은 그 순간 은선에 몸을 기댔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한 건데. 아정이는 그것도 모르고.”
“그러게.”
은선은 서정의 등을 문질렀다.
“우리 서정이 착하다.”
“저는 어떻게 하죠?”
“응?”
“아정이가 없으면. 없으면.”
서정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에 은선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서정이 유난히 아정에게 애착을 갖고 있다는 건 분명한 거였다. 은선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서정은 은선의 어깨에 더 기댔다.
“저는 못 살아요.”
“알아.”
“정말.”
“알아.”
은선은 한숨을 토해냈다.
“다 내 탓이야.”
“아니.”
은선은 몸을 떼서 서정을 응시했다.
“하지만.”
“네 잘못이 아니야.”
“그래도.”
“네 잘못이 아니야.”
“아정이는.”
“네 잘못이 아니래도.”
“저 때문에.”
“아니. 네 잘못이 아니야.”
은선의 말에 서정은 숨을 멈췄다. 은선은 미소를 지으며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짧게 심호흡을 하고 싱긋 웃었다.
“서정아. 이건 절대로 네 잘못이 아니야. 너는 잘 했어. 네가 아니었다면 아정이 지금까지 오지도 못했어. 모두 다 네가 있어서 가능한 거야. 네가 다 한 거야. 네가. 그러니까 네 잘못이 아니야.”
“제 잘못이에요.”
“아니. 네가 잘못한 거 아니야.”
은선은 단호히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서정아. 네 탓이 아니야.”
“선생님.”
“저말 네 탓이 아니야.”
은선은 손을 내밀어서 가만히 서정의 얼굴을 매만졌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탓이 아니야. 정말 네가 잘못한 거 아니야. 네가 할 수 있는 거. 너는 최선을 다 했어. 너는 잘 했어.”
“그렇죠?”
은선은 계속 서정의 어깨를 두드렸다. 자신이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서정을 위로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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