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현재진행형[완]

[로맨스 소설] 현재진행형 2018 [20장. 청년의 고백]

권정선재 2018. 8. 8. 23:28

20. 청년의 고백

알아서 할 거다.”

아버지.”

서정의 목소리에 태훈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흔들더니 가볍게 테이블을 손으로 두드렸다.

내가 뭘 해주기를 바라는 거냐?”

아정이를 위해서 뭐라도 해주시기 바랍니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태훈의 덤덤한 대답에 서정은 침을 삼켰다.

아버지.”

그 아이는 나랑 관련이 없다.”

제 동생입니다.”

동생.”

태훈은 잠시 멈칫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냐?”

물론이죠.”

그건 네 사정이지. 나와는 관계가 없다.”

아버지의 딸이라고 학교에서 무시를 당하고 있어요.”

아니라고 하면 될 일이다.”

아버지!”

서정이 목소리를 높이자 태훈은 끙 하는 소리를 내며 얼굴을 구겼다. 그리고 물끄러미 서정을 응시했다.

왜 그리 그 아이를 챙기려고 하는 거냐? 네가 그런다고 해서 그 아이가 고마워할 거라고 생각해? 네 어미라는 사람이 무슨 짓을 했는지. 너 다 알고 있으면서도 지금 그런 식으로 구는 거야?”

그 아이 잘못은 아니니까요.”

태훈은 혀로 이를 훑고 고개를 끄덕였다.

뭘 해주기를 바라냐?”

그 교수에 대한 징계요.”

징계?”

태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테이블을 두드렸다.

그건 불가능하다.”

왜요?”

학교에도 규칙이라는 게 있으니까.”

규칙.”

태훈의 말에 서정은 한숨을 토해냈다. 태훈은 입을 내밀고 물끄러미 서정을 보더니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 아이는 내가 일단 알아보지 .내가 거기에 관심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교수들이 그러지는 않을 거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그래.”

서정은 태훈이 순순히 대답하자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냐?”

뭘 바라시는 거죠?”

역시.”

태훈은 서늘하게 웃었다.

배우를 관두거라.”

?”

나는 그 꼴을 못 봐.”

서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이 모든 것을 다 해서 여기까지 왔다. 그 누구의 도움도 없었다.

네가 네 어미와 그렇게 엮이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 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야.”

제가 잘 하는 걸 하는 겁니다.”

아니.”

태훈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네가 잘 하는 건 그런 일이 아니야. 너는 내 아들이다. 내 피를 물려받았으니까 이제 재다을 받아야지. 학원 재단을 운영하는 일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야. 나는 너를 위해서 이걸 지키고 있어.”

그럼 두세요.”

?”

저는 받지 않을 거니까요.”

태훈은 주먹을 세게 쥐었다. 그리고 서정을 빤히 보다가 이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네가 이사를 하지 그러니?”

?”

그럼 네 동생을 지킬 수 있지 않니?”

그건.”

서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싫으냐?”

.”

그럼 어쩔 수 없지.”

뭐라고요?”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태훈이 방금 전과 다른 말을 하자 서정은 이를 세게 물었다. 결국 자신의 말이 태훈을 자극한 셈이었다.

아버지.”

네가 알아서 하면 되는 걸 네가 하라고 하는 거야. 네가 할 수 있는 일도 왜 네가 하지 않고 나에게 도와달라고 하는 거야?”

이번만 도와주세요.”

이번만.”

태훈은 턱을 긁적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고맙습니다.”

이번 한 번이다.”

.”

서정은 자신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저었다.

 

?”

.”

우연히 카페에 들어가다가 원희를 마주한 아정이 멈칫했다. 그리고 손을 뒤로 감추면서 고개를 저었다.

미안.”

?”

?”

왜 사과를 해?”

그러니까.”

아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아니 너도 나를 보는 게 불편할 거 같은데. 이렇게 마주치는 거. 별로 내키지 않는 일 아니야?”

괜찮아.”

원희의 대답에 아정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둘은 나란히 카페에 들어갔다. 그런데 자리가 딱 하나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보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얘가 왜 이렇게 늦어?”

늘 그래?”

.”

아정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고개를 저었다. 지수에게 메시지를 보내봤지만 지수는 확인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 지내?”

그냥 그렇지.”

미안해.”

원희의 사과에 아정은 고개를 들었다.

?”

네 잘못도 아닌 걸 가지고 내가 너에게 뭐라고 한 거 같아서. 나 혼자서 괜히 화를 낸 거 같아서.”

아니.”

아정은 침을 삼켰다. 원희만 사과를 해야 하는 일이 아니었다. 자신도 마찬가지의 잘못을 한 거였다.

미안해. 정말. 나도 잘못한 거야. 나 혼자서 너에게 괜히 화를 내고 너에게 다 몰아세운 거였어.”

내가 나 힘든 거만 생각했지.”

에이.”

서로 사과를 하다가 둘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원희는 씩 웃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서 학교는?”

그대로야.”

그게 말이 돼?”

그러게.”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원희는 그런 아정을 안쓰러운 눈으로 보다가 눈이 마쥐자 고개를 숙였다.

?”

모르겠어.”

?”

우리 둘.”

.”

아정은 혀를 살짝 내밀었다. 자신이 뭘 해야 하는 건지. 그리고 뭘 할 수 있는 건지. 너무 어려웠다.

지금 보면 우리 두 사람 다 서로의 시간이 필요했던 거 같아. 그런 걸 가지지 않고 그냥 이렇게 지나기만 하니까. 지금 달라진 상황에 서로 지치고 화를 내고. 상대를 이해도 못 하고.”

내가 더 이해했어야 하는 거였어.”

아니.”

아정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애초에 원희에게 모든 것을 다 말했더라면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았을 거였다. 그런데 자시이 숨기고 뒤로 물러나고. 원희에게 아무 것도 말하지 않았다.

나 혼자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 너에게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았으니까. 원희 네가 오해를 하는 게 당연한 거야.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내가 갖고 있는 문제를 말했어야 했어.”

나도 너에게 묻고 생각을 해야 했던 거였어. 혼자 오해하면서 지레짐작하고.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원희는 손가락을 움직이면서 엷은 미소를 지었다. 자격지심이었다. 자신과 다른 사람 탓에 그런 거였다.

미안.”

에이. 자꾸.”

그래도 자꾸 사과를 하게 되네.”

아정은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알람이 울렸다. 지수가 바로 식당으로 오라고 하는 거였다.

저기.”

가봐.”

미안.”

뭐가?”

원희는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자꾸만 서로 사과를 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거였다.

같이 갈래?”

아니.”

아정의 제안에 원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거기에 가면 지수가 뭐라고 할지 눈에 다 보이는 거 같았다.

이지수 나 싫어하잖아.”

안 그래.”

안 그러기는.”

원희의 대답에 아정은 혀를 내밀었다. 원희는 작게 웃음을 터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정이 이런 것에서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너무 우스웠다. 원희는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우리 지금 되게 이상해.”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

갑작스러운 아정의 말에 원희는 잠시 멈칫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정의 말이 옳았다. 정말 다행이었다.

그럼 연락할게.”

그래 줄 거야?”

.”

원희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게.”

그럼.”

그때 아정의 전화가 울렸다.

미안.”

연락할게. 정말.”

. 기다릴게.”

아정이 나가고 원희는 한숨을 토해냈다. 이렇게 우연히 만난 것 자체가 신기한데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를 시간이었다.

도대체 뭐야.”

원희는 멍하니 있었다.

뭐해?”

?”

지석이 들어와서 고개를 갸웃했다.

우리도 나가자.”

원희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자 지석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원희는 꽤나 단호한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