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지 말자] 스포)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시사회에 다녀와서 쓰는 리뷰입니다.
일본 영화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편인데, 인물에 대해서 다루는 방식이 한국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에서 인물을 다루는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소 소심한 가장이 나오고, 이것을 겉으로는 상냥하게 대하는 것 같으면서도 속으로는 그를 무시하는 것 같은 모습들이 나오는 거죠. 이 어떤 차이 같은 것 안에서 인물들이 변화를 겪는 것이 한국 영화에 비해서 조금 더 적나라하게 그려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소 파괴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물들은 스스로를 괴롭히기도 하고, 또는 상대를 괴롭히기도 하거든요. 인물에 대해서 끝까지, 한계까지 다다르는 방식에 대해서 한국 영화에 비해서는 조금 더 효율적으로, 그리고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면이 있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가 다른 영화와 다른 점은 두 개의 이질적인 장르를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결합시켰다는 점입니다. 그 중 하나는 초반 30분의 미친 좀비 영화를 선보이는 좀비라는 공포 장르. 정말 초반에는 내가 도대체 뭘 보고 있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에 푹 빠지게 됩니다. 영화 안에서 인물들이 움직이는 공간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너무나도 비합리적으로 다가오고, 그들의 행동은 이상한 결과를 낳게 되죠. 그리고 도대체 좀비가 나오는 실제 상황인데 어떻게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거지? 라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물론 영화이니 만큼 이런 것들을 세밀하게 설명해주지는 않고 그냥 넘어갑니다. 관객들이 알아서 영화를 따라올 수 있을지 따지지도 않고 그냥 달리기만 하는 거죠.
그런데 우리는 중반이 넘어서면서 이게 드라마를 찍는 현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커다란 충격을 받게 됩니다. 에? 영화가 여기에서 끝이 난 거야? 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 지점. 여기에서 영화가 다시 시작이 되기 때문이죠. 도대체 왜 주인공이 이 영화를 찍게 된 것인지. 그리고 이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말이죠. 우리가 초반에 봤던 영화에서 그냥 슬며시 지나갔을 거 같은 대사들도 그냥 지나가는 대사들이 아니라 어떤 의미 같은 것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 안에서 그것을 보여주죠. 서로 합을 맞추면서도 그 합이 어그러지는 순간들은 영화를 느끼는 또 다른 매력적인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영화 속의 또 다른 영화가 관객들에게 어떤 흥미를 주는 거죠.
그러는 동시에 영화는 가족이라는 점을 그 어떤 영화보다도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애초에 관심도 없던 일을 맡게 된 이유가 딸이 남자 주인공을 좋아하기 때문이거든요. 되게 말이 안 되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정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이니 만큼 어느 정도는 이런 상황이 가능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영화의 캐릭터들은 모두 세 번의 모습을 보입니다. 관객들이 영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던 순간의 단편 영화 속 캐릭터, 그리고 배우로의 캐릭터. 다시 제대로 된 드라마를 찍기 위한 캐릭터들까지. 이 배우들의 매력을 보는 것 자체가 최고의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가족 영화 특유의 매력이 아니라 그저 멋있는 좀비 영화라고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지만 말이죠.
이 여름을 달랠 최고의 공포 영화가 필요하신 분. 그리고 가족에 대해 생각하고 싶은 분을 위해서 최고의 선택일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였습니다.
로맨스 소설 쓰는 남자 권정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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