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영화와 수다

[영화와 수다] 공작, 이게 다큐야 영화야?

권정선재 2018. 8. 23. 19:29

[영화와 수다] 공작, 이게 다큐야 영화야?

 

영화를 볼 때는 이 영화가 이렇게 사실적인 무언가를 담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서 실제 있었던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머리를 뭔가가 세게 때리는 기분이다. 왜 나는 이 역사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던 걸까? 왜 이 엄청난 것에 대해서 전혀 생각도 하지 않고 살았던 것일까? 과거에 그런 일이 비슷하게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에 대해서 복기를 해본다거나 다시 생각을 해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면서도.

 

영화 속의 사건들은 매우 빠르게 흘러간다. 감독은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실화를 이를 통해서 정말 영화처럼 만들어낸다. 그 안에 인물들의 행동은 마치 합을 잘 맞춘 무언가처럼 흘러가는 것 같기는 한데, 이게 전혀 억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당연히 그 모든 일들이 이렇게 흘러갈 것 같고. 그 흐름이 이런 방향으로 흐를 수밖에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다소 유치할 수도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꽤나 매력적으로, 그러면서도 우리에게 그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듯한 어떤 확신을 선사한다.

 

배우들의 합이 잘 맞는 것 역시 [공작]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리명운역의 이성민은 그가 연기를 잘 하는 배우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아무래도 운신의 폭이 그리 넓지 않은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매력을 선보인다. 여기에 주지훈의 매력 역시 꽤나 대단한 편인데, 그의 능청스러움은 이번 영화에서 확실히 빛을 발한다. 원래 주지훈이라는 배우가 이렇게 느물느물한 무언가를 잘 선보이는 배우인데 왜 그 동안 그를 이렇게 쓰지 않았었나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어디까지가 실화이고 어디까지가 가상인지 모르지만 총 한 발 나오지 않는 그 치열한 심리 게임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갖는다. 오직 [공작]만이 할 수 있는 어떤 지점이 아닐까 싶다. 어떻게 이렇게 첩보물을 얌전하게만 이야기를 할 수가 있을까? 그러면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단순하게 총질만 하는 영화였다고 하면 이 영화에 대해서 이렇게 긍정적이면서 매력을 느끼지 못했을 테니까. 다른 영화와는 다르게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아주 많이 등장하지 않는 것 역시 [공작]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지점이 아닌가 싶다.

 

로맨스 소설 쓰는 남자 권정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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