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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수다] 스포)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미친 영화의 등장

권정선재 2018. 8. 14. 23:52

[영화와 수다] 스포)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미친 영화의 등장

 

시사회에 다녀온 후 쓰는 리뷰입니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매우 불친절한 영화다. 관객들이 도대체 이 영화가 어떤 상황인지 파악도 하지 못하게 하고 그냥 달리기만 한다. 엄청난 몰입도, 라고 하기에는 너무 자기 마음대로 달리는 게 아닌가 싶기는 한데. 이게 또 관객을 푹 빠지게 만든다. 제대로 미친 영화의 등장이라는 말을 제외하고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를 설명할 수 있는 말은 없지 않을까 싶다. 이 영화는 정말 미친 듯 달리기만 하는 제대로 된 좀비 영화다.

 

그러다가 초반 30분이 지나고 나면 관객은 이 모든 게 방송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무능력한 감독에게 주어진 특별한 기회. 가족에게 특별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 하게 되는 것에서 감독의 바람과 다르게 우여곡절이 벌어지게 되고, 그것이 영화에 고스란히 다 반영이 된다는 거다. 30분의 생방송 드라마. 이 우여곡절을 관객들과 같이 겪으면서 관객들은 자신들이 봤던 것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일들이 벌어진 것인지 알면서 웃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그 안에 다시금 몰입하게 된다.

 

이토록 앞과 뒤의 결이 완벽히 다른 영화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스스로를 나눈다. 그런데 이게 그다지 이상하게 다가오지도 않고 불쾌하게도 다가오지 않는다. 그리고 부족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고 해야 하나? 이런 상황에서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는 것 자체에 더욱 매력을 느끼면서, 앞의 이야기를 완벽하게 새롭게 볼 수 있게 되는 거다. 그 공포스러운 상황이 과연 어떤 상황이었고, 우리가 어떻게 오해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면서 이 부분이 웃음을 자극한다.

 

그와 동시에 영화 속의 드라마 속의 캐릭터와 다른 영화 속의 캐릭터들을 보면서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면서도 가족의 무게. 그리고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사실적으로 다루니, 이 영화를 사랑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영화 가족 영화라고 하기에는 좀비 영상이 너무나도 사실적이다. 뒷부분을 보고 나서도 앞의 강렬함이 사라지지 않으니, 여름에 좀비 영화를 찾는 사람도 실망하지 않을 것 같다. 미친 좀비 영화건 미친 가족 영화건 뭐건, 미친 영화를 찾는다면 이 영화가 답이다.

 

로맨스 소설 쓰는 남자 권정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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