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장. 다시 연애 중
“제가요?”
“부탁입니다.”
태훈의 말에 선재는 미간을 모았다.
“제가 왜 그래야 하죠?”
“뭐라고요?”
“아니 그것도 이상한 거지. 지금 이게 뭐야? 저에게 말씀을 하실 게 아니라 아정이에게 직접 말씀을 하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런 거 조금 이상한 거 같은데. 지금 되게 유치하게 행동하시는 거 알죠?”
“이봐요.”
태훈은 어이가 없다는 듯 선재를 노려봤다. 그가 지금 하는 선재가 이해를 못하는 거 같아서 답답했다.
“지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는 거 압니까?”
“제가요?”
“지금 아버지가 딸의 아르바이트에 대해서 말을 하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까?”
“아정이 성인 아니에요?”
“아니.”
태훈은 한숨을 토해냈다. 이렇게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니까 그런 짓을 하는 거지. 태훈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말이 안 통하는 군.”
“저도 꽤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은 처음이에요. 평소에는 사람들하고 대화가 잘 된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선재는 별 것 아니라는 듯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태훈은 헛웃음을 터뜨리며 인상을 구겼다.
“무슨.”
“그냥 가시죠.”
“뭐라고요?”
“이건 제가 할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내가 누구인지 압니까?”
태훈의 물음에 선재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 건지.
“누구신데요?”
“뭐라고요? 내가 지금 여기를 그냥 둘 거 같습니까?”
“해보세요.”
“뭐라는 겁니까?”
“해보시라고요.”
선재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씩 웃었다. 이런 일은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하는 거였다.
“아.”
그때 태훈은 탄성을 내질렀다. 자신이 명함을 주지 않아서 이런 거였다. 태훈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런 사람에게 쓰기 아깝기는 하지만 어차피 명함이라는 거니까.
“한국대학 이사장?”
“그렇소.”
“그렇구나.”
명함을 본 선재는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런 거 말도 안 되는 거 아닌가? 나름 저보다 더 배우신 분인 거 같은데 말이죠. 안 그렇습니까?”
“무슨.”
선재는 장난스러운 태도를 유지했다.
“가세요.”
“뭐라고요?”
“그냥 가시라고요.”
“무슨.”
“저도 나름 있는 사람이라서.”
태훈은 무슨 말을 더 하려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 사람과 더 대화를 한다고 해서 자신이 얻을 것은 없다고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실수한 겁니다.”
“이미 뭐.”
선재의 말에 태훈은 무슨 말을 더 하려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모두 다 받아치는 선재가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그는 한숨을 쉬고 돌아섰다. 선재는 씩 웃었다.
“윤아정.”
아정이의 모든 이야기. 그 아이가 왜 힘든 건지 이제 알았다. 선재는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멀어지는 태훈을 응시했다.
“아르바이트 계속 하는 거지?”
“네? 당연하죠.”
갑작스러운 선재의 물음에 아정은 고개를 갸웃했다. 선재가 갑자기 왜 이런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뭐가요?”
“아니야.”
선재는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아정은 그런 그를 보며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셔.”
“그냥 공부하면서 힘든 거 같아서.”
“괜찮아요.”
아정의 당당한 미소에 선재는 싱긋 웃었다.
“고맙습니다.”
“아니야.”
원희의 인사에 선재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잘 해주셨어요.”
“그래?”
선재는 입을 내밀고 한숨을 토해냈다.
“아직은 잘 모르겠어.”
“뭐.”
선재는 걱정이 가득한 원희를 보며 가만히 웃었다. 아정이를 도와주기 위한 아이들. 뭔가 신기한 녀석들이었다.
“잘 하고 있어.”
“그래도.”
선재의 말에 원희는 고개를 푹 숙였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사장님이 아니라고 해도. 이거 숨길 수 없을 테니까. 말을 하기는 해야 할 거예요.”
“아정이에겐 말하기 힘들겠네.”
“그렇죠.”
원희는 미간을 모았다. 하지만 태훈에 의해서 나중에 알게 된다면 아정의 입장에서는 더욱 속상할 거였다.
“싫다.”
“그렇게?”
“네? 힘들어요.”
선재는 가볍게 원희의 어깨를 두드렸다.
“아정이가 힘들겠네.”
“그렇죠.”
“너도 힘내고.”
“고맙습니다.”
원희의 대답에 선재는 살짝 미간을 모았다.
“원희야.”
“알아요. 고맙습니다.”
선재가 다른 말을 더 하지 않더라도 원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재도 그런 그를 보고 따라 웃었다.
“왜 그래?”
“아니.”
“이상해.”
원희가 자신을 빤히 보자 아정은 입을 내밀었다. 원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뭐가?”
“어?”
“뭐가 이상한 건데? 그냥 예뻐서 보는 건데.”
“이상하단 말이지.”
원희는 웃음을 터뜨리고 씩 웃었다.
“정말 예뻐서 그래.”
“정말?”
“당연하지.”
원희의 대답에 아정은 다른 말을 더 하려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다른 말을 더 할 것은 없었다.
“저기.”
“왜?”
“너 괜찮아?”
“어?”
아정은 고개를 갸웃했다. 선재도 그러고. 원희까지 이런 말을 하니까 괜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뭐가?”
“그러니까. 가족 말이야.”
“아. 가족.”
아정은 혀를 내밀고 어색하게 웃었다.
“괜찮아.”
“정말?”
“응.”
“그게.”
원희는 한숨을 토해냈다. 말을 해야 하는 걸까? 말을 하면 안 되는 걸까? 원희는 결국 입을 열었다.
“어제 사장님 가게에 아버지가 가셨대.”
“어? 무슨?”
아정의 눈이 커다래졌다.
“무슨 마링야?”
“그러니까.”
“미쳤어.”
아정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정말 싫다.”
“너무 그러지 마.”
“내가 도대체 뭘 할 수가 있는 거야? 이거 말도 안 되는 거잖아. 이건 정말로 아닌 거잖아. 무슨.”
아정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푹 숙였다. 너무 답답했다. 가슴이 콱 막혔다. 뭔가를 더 하고 싶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도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동안 내가 자기가 필요하다고 한 순간. 그 모든 순간 나를 버리고 지금 뭐 하자는 건데?”
“그러게.”
“정말.”
아정은 고개를 푹 숙였다.
“싫다.”
“윤아정.”
“괜찮아.”
원희의 걱정에 아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원희가 이런 말을 해주는 게 오히려 고마웠다. 원희가 자신을 보고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을 자꾸만 달싹이던 것이 결국 이 말이었던 거였다.
“왜 말을 안 했어?”
“어?”
“처음부터 하지.”
“그러게.”
원희는 손을 바지에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
“미안은.”
“아니.”
아정이 괜찮다고 하지만 원희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건 무조건 자신이 실수를 한 거였다. 잘 해야 하는 거였다.
“너무 고마워.”
“어?”
“말을 해줘서.”
“아.”
아정은 손을 내밀어서 원희의 손을 잡았다.
“사장님은 말을 못 하시겠지?”
“응.”
“하여간 착하기만 해.”
“그러니까.”
아정은 원희의 옆으로 가서 어깨에 조심스럽게 기댔다.
“고마워. 이워희.”
“뭐가 그렇게 고마운 건데?”
“그냥 네가 이렇게 내 옆에 있어주는 거. 그래서 내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거. 이것 자체가 고마워.”
“그런 거면 얼마든지.”
원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누구라도 해줄 수 있는 그런 거였다.
“나야 말로 고마워. 이렇게 힘든 순간에 나에게 먼저 와서 도와달라고 하는 거니까. 정말 고마워.”
“내가 뭐?”
“이거 큰 거야.”
“나도 마찬가지야.”
아정은 원희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누군가에게 위안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원희라서 가능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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