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너는 결혼 안 해?”
“어?”
유정의 말에 서울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슨.”
“왜?”
“나는 됐어.”
서울은 맥주를 마시며 고개를 저었다. 철수에게 결혼을 하자는 이야기를 가볍게 떠본 적은 있지만 단 한 번도 철수는 그에게 좋은 대답을 해준 적이 없었다. 아마 지금 당장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결혼이라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일도 아니고.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다 하는 것도 아니니까.”
“철수는 뭐래?”
“하자고 하지.”
“그럼 해?”
해나의 말에도 서울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렇게 거짓말을 하면 안 되는 거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도 이제 겨우 회사에서 버티고 있어. 이번에 겨우 정규직이 되었는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러니까 지금 하는 거지.”
“어?”
“공항철도면 공무원 아니야?”
“얘는. 무슨.”
“아니야?”
“아니지.”
두 사람의 대답에 서울은 그저 미소를 지었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을 했지만 이런 말들이 가슴에 콕콕 박히는 기분이었다.
“아. 나는 내일 출근을 해야 해서 이제 갈게.”
“그래 잘 가.”
“조심히 가.”
두 사람은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서울도 그들을 보며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술집을 나오고 한숨을 토해냈다.
“뭐야?”
자신을 제외하고 모든 것이 다 지나는 순간. 그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 어른이 되어가는 기분이었다.
“도대체 뭐하는 거야.”
자신도 이제 결혼을 생각을 해야 하는 나이였는데. 철수는 이런 그와 전혀 다른 생각인 모양이었다. 같이 살기만 하는 지금. 도대체 자신이 지금 뭘 하고 있는 것인지 너무나도 어려운 거였다.
“우리는 결혼 안 해?”
“어? 뭐라고?”
“아니.”
자신의 말에 무슨 대답을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게임만 하는 철수를 보며 서울은 미간을 찌푸렸다. 애도 아니고 저렇게 게임을 하는 것이 즐거운지. 그의 행동은 때로는 너무나도 유치했다.
“이제 우리 오래 사귀었잖아.”
“또 무슨 바람이 불었을까?”
“바람이 아니라.”
“우리 아직 돈도 없잖아.”
“그거야 다른 거지.”
서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저 금전적인 것만 생각을 한다면 두 사람은 결혼을 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천천히 생각을 하면 되는 거야.”
“나는 싫어.”
서울의 대답에 철수는 살짝 미간을 모았다.
“말했잖아. 나는 내 부모님처럼 실패한 인생을 살고 싶지 않다고. 지금 결혼하는 건 딱 그 꼴이야.”
“우리는 다를 수도 있지.”
서울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고작 그런 이유를 가지고 이렇게 망설이기만 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10년이나 사귀었어.”
“미안해.”
“사과를 하라는 게 아니잖아.”
사과가 듣고 싶어서 한 말이 아니었다. 그저 지금 이 상황. 자신들에 대해서 제대로 된 말을 하고 싶었다.
“나는 우리 두 사람 사이에 뭔가 다른 것이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해. 명확한 대답이 필요하다고.”
“그러지 마.”
“뭐?”
“너 그러면 정 떨어져.”
“뭐라고?”
순간 서울의 얼굴이 굳었다. 아무리 자신과 생각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의 발언은 안 되는 거였다.
“그게 무슨 말인지 몰라?”
“뭐가?”
“아니.”
다시 모바일만 바라보는 철수를 보며 서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에게 진지함이라는 게 있기는 한걸까?
“너 나랑 왜 사귀니?‘
“어?”
“나를 사랑하기는 하니?”
“당연하지.”
이런 말도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이런 말을 하면서도 그는 제대로 서울의 눈 한 번 본 적이 없었다.
“정말 싫다.”
서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렇게 답도 나오지 않는 말을 자꾸만 하면서 신경을 쓰는 것은 싫었다.
“나 집에 갈래.”
“여기가 집이잖아.”
“아니. 엄마 집.”
“김치 가져와. 우리 다 먹어가더라.”
철수의 덤덤한 대답에 서울은 미간을 모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철수는 다시 휴대전화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어?”
“우리 싸우는 거 아니야?”
“싸우는 거야?”
“그럼.”
서울이 날을 세우자 그제야 철수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서울을 보며 짧게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지금 내가 뭘 하기를 바라는 건데? 내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너에게 결혼하자는 말을 하기 바라는 거야?”
“지금 당장 결혼을 하자는 게 아니잖아. 그냥 우리 두 사람 사이에 뭐가 더 있기를 바라는 거잖아.”
“그게 뭔데?”
“그러니까.”
서울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건지 제대로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그냥 넘어가고 별 것 아닌 것처러 말을 하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너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들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의미가 있는 거야. 친구들에게도 할 말이 없고.”
“친구들하고 살 거 아니잖아.”
“그런 말이 아니라.”
“나랑 살 거 아니야?”
“살잖아. 이미.”
분명히 두 사람은 한국어로 대화를 하고 있는데 이상하게 전혀 말이 통하지 않았다.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무슨.”
“싫다.”
서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더 이상 할 말은 없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다툼은 더 이상 소용이 없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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