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보편적 연애 [완]

[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8 [1장]

권정선재 2018. 11. 5. 03:03

1

너는 결혼 안 해?”

?”

유정의 말에 서울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슨.”

?”

나는 됐어.”

서울은 맥주를 마시며 고개를 저었다. 철수에게 결혼을 하자는 이야기를 가볍게 떠본 적은 있지만 단 한 번도 철수는 그에게 좋은 대답을 해준 적이 없었다. 아마 지금 당장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결혼이라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일도 아니고.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다 하는 것도 아니니까.”

철수는 뭐래?”

하자고 하지.”

그럼 해?”

해나의 말에도 서울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렇게 거짓말을 하면 안 되는 거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도 이제 겨우 회사에서 버티고 있어. 이번에 겨우 정규직이 되었는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러니까 지금 하는 거지.”

?”

공항철도면 공무원 아니야?”

얘는. 무슨.”

아니야?”

아니지.”

두 사람의 대답에 서울은 그저 미소를 지었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을 했지만 이런 말들이 가슴에 콕콕 박히는 기분이었다.

. 나는 내일 출근을 해야 해서 이제 갈게.”

그래 잘 가.”

조심히 가.”

두 사람은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서울도 그들을 보며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술집을 나오고 한숨을 토해냈다.

뭐야?”

자신을 제외하고 모든 것이 다 지나는 순간. 그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 어른이 되어가는 기분이었다.

도대체 뭐하는 거야.”

자신도 이제 결혼을 생각을 해야 하는 나이였는데. 철수는 이런 그와 전혀 다른 생각인 모양이었다. 같이 살기만 하는 지금. 도대체 자신이 지금 뭘 하고 있는 것인지 너무나도 어려운 거였다.

 

우리는 결혼 안 해?”

? 뭐라고?”

아니.”

자신의 말에 무슨 대답을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게임만 하는 철수를 보며 서울은 미간을 찌푸렸다. 애도 아니고 저렇게 게임을 하는 것이 즐거운지. 그의 행동은 때로는 너무나도 유치했다.

이제 우리 오래 사귀었잖아.”

또 무슨 바람이 불었을까?”

바람이 아니라.”

우리 아직 돈도 없잖아.”

그거야 다른 거지.”

서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저 금전적인 것만 생각을 한다면 두 사람은 결혼을 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천천히 생각을 하면 되는 거야.”

나는 싫어.”

서울의 대답에 철수는 살짝 미간을 모았다.

말했잖아. 나는 내 부모님처럼 실패한 인생을 살고 싶지 않다고. 지금 결혼하는 건 딱 그 꼴이야.”

우리는 다를 수도 있지.”

서울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고작 그런 이유를 가지고 이렇게 망설이기만 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10년이나 사귀었어.”

미안해.”

사과를 하라는 게 아니잖아.”

사과가 듣고 싶어서 한 말이 아니었다. 그저 지금 이 상황. 자신들에 대해서 제대로 된 말을 하고 싶었다.

나는 우리 두 사람 사이에 뭔가 다른 것이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해. 명확한 대답이 필요하다고.”

그러지 마.”

?”

너 그러면 정 떨어져.”

뭐라고?”

순간 서울의 얼굴이 굳었다. 아무리 자신과 생각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의 발언은 안 되는 거였다.

그게 무슨 말인지 몰라?”

뭐가?”

아니.”

다시 모바일만 바라보는 철수를 보며 서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에게 진지함이라는 게 있기는 한걸까?

너 나랑 왜 사귀니?‘

?”

나를 사랑하기는 하니?”

당연하지.”

이런 말도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이런 말을 하면서도 그는 제대로 서울의 눈 한 번 본 적이 없었다.

정말 싫다.”

서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렇게 답도 나오지 않는 말을 자꾸만 하면서 신경을 쓰는 것은 싫었다.

나 집에 갈래.”

여기가 집이잖아.”

아니. 엄마 집.”

김치 가져와. 우리 다 먹어가더라.”

철수의 덤덤한 대답에 서울은 미간을 모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철수는 다시 휴대전화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 뭐 하는 거야?”

?”

우리 싸우는 거 아니야?”

싸우는 거야?”

그럼.”

서울이 날을 세우자 그제야 철수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서울을 보며 짧게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지금 내가 뭘 하기를 바라는 건데? 내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너에게 결혼하자는 말을 하기 바라는 거야?”

지금 당장 결혼을 하자는 게 아니잖아. 그냥 우리 두 사람 사이에 뭐가 더 있기를 바라는 거잖아.”

그게 뭔데?”

그러니까.”

서울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건지 제대로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그냥 넘어가고 별 것 아닌 것처러 말을 하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너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들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의미가 있는 거야. 친구들에게도 할 말이 없고.”

친구들하고 살 거 아니잖아.”

그런 말이 아니라.”

나랑 살 거 아니야?”

살잖아. 이미.”

분명히 두 사람은 한국어로 대화를 하고 있는데 이상하게 전혀 말이 통하지 않았다.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무슨.”

싫다.”

서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더 이상 할 말은 없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다툼은 더 이상 소용이 없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