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너는 없었다 [완]

[퀴어 로맨스] 너는 없었다. [43장]

권정선재 2018. 12. 4. 14:42

43

싫어.”

?”

내가 왜?”

영준이 자신에게 주식을 준다는 이야기를 듣기가 무섭게 동선은 미간을 모았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내가 스스로 해낸 것도 없어. 그런데 내가 무슨 자격이 있어서 그런 주식을 갖는다는 거야?”

네가 있어야 이걸 제대로 쓸 수 있어서 그래. 내가 곧 죽을 사람이니까. 내가 죽고 나면 이 주식 영우 자식에게 갈 거야. 그러니까 나는 그걸 막을 거야. 그러기 위해서는 네가 있어야 하고.”

아니.”

동선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영준의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나는 단 한 번도 너의 재산을 탐내서 네 곁에 있는 게 아니야. 그런데 내가 지금 그런 결정을 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건데? 나는 정말로 싫어. 그런 거.”

그래도 너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 정도는 필요할 거야. 그렇게 큰 것도 아니고 내가 할 수 있어.”

아니. 정말 싫어.”

영준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가볍게 입술을 내밀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싫다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이 생각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결국 이거였으니까.

내가 없어도 네가 이 회사에 견디기 위해서는 이 정도 무기. 정말 작은 무기는 있어야 할 거야.”

네가 없으면 여기에 없어.”

?”

당연한 거 아니야.”

아니.”

영준의 얼굴이 굳었다.

?”

왜라니?”

아니.”

영준은 침을 꿀꺽 삼켰다. 굳이 동선을 이리 데리고 온 이유는 그에게 뭔가 해주기 위해서였다.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야. 다른 사람들은 이런 걸 갖지 못해서 안달인 건데. 너는 왜 그래?”

나는 다른 사람이 아니니까.”

아니. 그러니까.”

낌영준. 너는 무슨.”

동선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지금 영준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아주 조금이나마 더 분명해진 거였다. 자신을 위한 거였다.

나를 위해서 이 모든 것을 하려는 거면 하지 마. 그런 거 나는 바라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으니까.”

하지만 네가 이미 내 연인이라는 걸 모두 다 알게 된 거니까. 너는 앞으로 더욱 힘들어질 거야.”

알아.”

동선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이미 영준과 아주 짧은 시간 만날 때도 느낀 거였다.

그런 게 겁이 나는 상황이었다면 여기에 오지도 않았어. 너는 도대체 나를 뭐로 보는 거야? 네가 죽어가는 상황에서 같이 살자고 했을 때. 그거 받아들이는 순간 나는 이미 다 결심한 거야.”

아니.”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는 거였지만 그 어떤 말도 쉬이 나오지 않았다. 영준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백동선. 너는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는 거야? 너의 모든 걸 다 버리겠다고 하는 거야?”

애초에 내 것이었던 게 없어.”

내가 있잖아.”

그런데?”

?”

네가 없으면?”

동선은 어깨를 으쓱하고 영준의 손을 잡았다.

네가 없으면 나도 없어.”

동선의 말에 영준은 고개를 푹 숙였다. 동선은 너무나도 다른 사람이었다. 자신의 주위에 있는 모두와 다.

왜 너에게 이제 왔을까?”

? 갑자기?”

진작 왔으면 지금처럼 멍청하지 않았을 텐데. 이렇게 시간이 없어지고 나서야. 모자라게 된 후에아 뭔가 하지 않았을 텐데.”

아니.”

동선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러지는 않았을 거야. 네가 무슨 말을 하건. 너는 지금 잘 하고 있어. 다만 너는 너만 우선이면 되는 거야.”

하여간.”

그게 내 부탁이야.”

동선은 힘을 주어 영준의 손을 잡았다. 자신의 손에서 느껴지는 어떤 힘 같은 것에 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 필요해?”

?”

영우의 말에 기민은 미간을 모았다.

무슨?”

여기저기 뒤지고 다닌다며?”

아닙니다.”

기민의 대답에 영우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왜 저렇게 단순하게 행동을 하는 건지.

나에게 부탁을 하지 그랬어?”

? 그게 무슨?”

나도 도울 수 있어.”

사장님이요?”

기민의 반응에 영우의 얼굴이 굳었다. 이전과 다르게 확실히 기민은 자유를 찾은 모습이었다.

도대체 왜 그렇게 건방지게 구는 건지 모르겠어. 지금 너에게 있는 게 도대체 먼지 모르는 거야?”

모릅니다.”

기민은 순순히 대답했다.

아무 것도.”

정말.”

저는 그저 지금 제가 좋아하는 분을 위해서 뭐든 다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 옳다고 생각을 하는 일을 위해서도 뭐든 다 하려고 합니다. 그건 누가 뭐라고 해도 영준 부회장님의 일입니다.”

기민의 입에서 나오는 부회장이라는 호칭에 영우는 주먹을 쥐었다가 풀었다. 안 그래도 회사 안에서 점점 더 그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데, 여기에 기민도 자신의 염장을 지르는 거였다.

도대체 그 녀석이 뭐지?”

?”

뭐가 그리 대단해서.”

그걸 모르셔서 그렇습니다.”

?”

영우의 얼굴에 균열이 갔다.

그게 무슨?”

부회장님은 뭔가 모르게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걸 사장님은 안 가지고 게십니다.”

영우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다른 그 누구에게도 이런 말을 듣고 싶지 않지만 그의 부하였던 기민. 그것도 영준을 감시하라고 해서 보냈다가 그의 편에 서게 된 사람에게 듣고 싶지 않았다.

후회할 거야.”

그럼.”

기민이 돌아서자 영우는 주먹을 세게 쥐었다.

 

그런 것들은 그냥 두거라.”

?”

서혁의 말에 영준은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전에도 말을 하지 않았냐? 이 회사는 이미 그런 식으로 굴러가고 있다고. 지금 그런 것들을 모두 다 제대로 만들려고 했다가는 부러지고 말 거야. 그런 식의 행동은 회사에도 도움이 되지 않아.”

그런 말이 어떻게 있는 거죠?”

여기저기 회사를 바꿀 수 있는 것들이 보였다. 지금 회사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하급 직원들은 모든 것을 빼앗기고, 상급 직원들은 그것을 여유롭게 누리고 있는 그런 구조의 회사였다.

이대로 가다가는 곧 모두 무너질 겁니다. 이런 회사에서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네가 뭘 모르는구나.‘

서혁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많다.”

?”

너무나도.”

아니.”

너무나도 여유로운 서혁을 보면서 영준은 한숨을 토해냈다. 어떻게 저렇게 잔인하게 행동을 할 수가 있는 걸까?

지금 아버지의 모습을 할아버지가 아시면 어떻게 하실 거라고 생각을 하세요? 어떤 생각이실 거 같으세요?”

여기에서 그 양반 이야기가 왜 나와?”

제가 좋아한 분이니까요.”

서혁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몸을 뒤로 젖혔다.

뭘 하고 싶은 거냐?”

회장이나 사장이 없어도 저절로 굴러갈 수 있는 그런 회사. 그래서 대한민국을 대표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이미 대표한다.”

서혁의 눈빛은 꽤나 진지했다.

너의 그 행동으로 인해서 회사가 흔들리게 되면 오히려 네가 지키고자 하는 그 평범한 사람들이 모두 잘린다는 건 알지?”

그건.”

서혁의 경고에 영준은 침을 꿀꺽 삼켰다. 무시하고 싶었지만 이런 것은 그의 말이 옳을 수도 있었다.

네가 정말로 경영을 하고 싶은 거라면 너 혼자서 옳다는 그 빌어먹을 생각을 먼저 버려야 할 거다.”

그건 지켜보죠.”

서혁은 혀를 끌끌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멍청한 놈 둘이서.”

?”

그 녀석이 뭐라고 말을 안 했던 거냐?”

그게 무슨?”

너를 위해서 너를 죽이겠다는 말을 하더구나. 지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라고 생각을 하는 거냐?”

동선이 만나셨어요?”

당연하지.”

.”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선은 자신에게 아무런 티를 내지 않았다. 자신을 위해서 뭐든 다 해주는 사람이었다.

고맙네요.”

?”

아버지도 그러세요.”

무슨?”

저를 버리세요.”

빌어먹을 자식.”

영준은 싱긋 웃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서혁을 응시했다. 그래도 지금은 당장 뭔가 보인다는 게 다행이었다.

도대체 저에게 뭘 바라시는 건지 모르겠지만, 지금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거 안 될 겁니다. 절대로.”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이 회사 제가 바꿔요.”

네가?”

서혁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무슨 힘으로?”

할아버지.”

?”

할아버지가 주신 힘.”

고얀 놈.”

서혁은 주먹을 세게 쥐었다. 그의 부친이 영준에게 준 것은 꽤나 많은 주식. 어쩌면 정말로 영준의 말이 사실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양이었다. 하지만 그의 부친은 그러라고 준 것이 아니었다.

그저 너를 지키라고 준 거야. 그걸 가지고 누군가에게 휘두르라고 주신 것이 아님을 모르는 거야?”

글쎄요.”

영준은 씩 웃었다.

할아버지가 정말 모르셨을까요?”

뭐라고?”

기대하시죠.”

영준의 말에 서혁은 끙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