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너는 없었다 [완]

[퀴어 로맨스] 너는 없었다. [45장]

권정선재 2018. 12. 4. 14:50

45

재미있어요?”

?”

영우의 물음에 동선은 미간을 모았다.

무슨?”

아니.”

영우는 느릿한 말투로 물으며 씩 웃었다.

그냥 뭔가 시키는 대로 하는 거 같아서.”

.”

다행히 영우가 와서 여기에서 무슨 말을 하려는 거. 이건 그저 시비를 걸기 위해서 온 거였다.

그런 거 같으십니까?”

그러네요.”

영우는 사무실을 둘러봤다. 그리고 바로 밝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의 뜻대로 되는 모양이었다.

아무리 회사에서 일을 할 사람을 찾는다고 해도 여기에서 같이 일을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그래요?”

물론이죠.”

그쪽이군요.”

무슨?”

막은 거.”

아니.”

꽤나 단순한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이 한 회사를 앞으로 이끌어 간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나저나 이런 곳에까지 다 오실 정도로 한가하신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안 그러십니까? 사장님?”

저는 그저 일을 잘 하느라 보러 온 겁니다. 그런데 제 사촌이 바쁜 모양이군요. 사무실에 없고.”

사촌이 아니라 부회장님입니다.”

동선의 말에 영우의 이마에 힘줄이 돋아났다.

무슨.”

아닙니까?”

영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영준이 자신보다 높은 직급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거였다.

그런 식으로 나를 대해서 그쪽이 얻을 수 있는 게 도대체 뭐가 있다고 그렇게 행동을 하는 거죠?”

바라는 게 없으니까요.”

동선의 말에 영우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어떻게 바라는 게 없을 수가 있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이었다.

지금 당신이 손에 쥐고 있는 그거. 그거 모두 다 내가 없앨 수 있는 거라는 거 모르는 겁니까?”

내가 뭘 가지고 있죠?”

뭐라고요?”

그때 사무실로 돌아온 기민의 얼굴이 굳었다.

. 사장님.”

나에게 오지.”

?”

여기는 미래가 없어.”

영우는 동선이 들으라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어차피 죽을 새끼. 그런 새끼 밑에서 자기가 일을 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을 거야. 그러니까 그런 새끼를 버리고 나에게 오라고. 그게 훨씬 더 간단한 일일 테니 말이야.”

싫습니다.”

영우는 자기에 취해 말을 하다 얼굴이 굳었다. 그리고 굳은 얼굴을 감추지 못한 채 기민을 응시했다.

무슨?”

전에도 말씀을 드린 거 같습니다. 분명히 돌아가실 부회장님이 앞으로도 살아계실 사장님보다 더 많은 것을 하시려고 합니다. 누가 진짜 살아있는 거냐고 묻는다면 저는 부회장님이라고 봅니다.”

미친.”

영우가 손을 들자 영우가 잡았다.

뭐 하는 겁니까?”

이거 놓지.”

이봐요.”

동선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시는 건지 모르겠지만 여기는 사무실입니다. 그리고 제 동료를 이러는 거 못 봅니다.”

동료?”

동선의 말에 영우는 잠시 멈칫하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무슨.”

왜 그러는 겁니까?”

이 새끼 내 사람이야.”

아닙니다.”

?”

이쪽 사람입니다.”

무슨.”

맞습니다.”

기민은 물끄러미 영우를 응시했다.

저는 부회장님 사람입니다.”

기민은 다시 한 번 힘을 주어 말했다.

 

원래도 그런 짓을 잘 하는 사람입니까?”

나쁜 분은 아닙니다.”

아니.”

기민의 대답에 동선은 무슨 말을 더 하려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쪽도 좋아하네요.”

?”

이 집안 사람들 좋아하네.”

아니.”

기민이 무슨 변명을 하기도 전에 동선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무엇이 되었건. 지금 잘 하고 있는 겁니다. 그쪽. 그리고 영준이에게 있어줘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기민의 인사에 동선도 싱긋 웃었다.

 

손님이 줄었어.”

혼자서 이 정도면 장하지 않니?”

그런가?”

은수의 말에 영준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은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람들 관심도 많이 줄었어. 글고 이 정도 그림 같은 거 다른 곳에서도 이제 제공하니까. 안 그래?”

그렇구나.”

은수의 말처럼 이 정도를 하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었다. 곧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할 거였다.

너는 안 힘들어?”

.”

은수의 물음에 영준은 잠시도 고민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걱정을 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괜찮아.”

안 괜찮아 보여.”

그래?”

은수의 지적에 영준은 혀를 내밀고 씩 웃었다.

그렇구나.”

아니.”

서은수.”

은수가 다른 말을 더 하려고 하자 영준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지 마.”

?”

동정.”

동정이 아니라.”

부탁이야.”

영준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안 그래도 나 요즘에 동선이랑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그 녀석에게 동정을 받는 것으로도 힘들어. 그런데 너까지 이러면. 나 정말로 부담스럽다. 나 정말로 아프고. 너무나도 힘들고 그래.”

힘들다니.”

은수는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입술을 쭉 내밀고 그런 영준을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김영준. 너 너무나도 잘 하고 있어. 그런데 너무 빠르게 달리려고 하는 거. 그게 문제인 거야.”

내가 안 그러면?”

?”

나에게는 시간이 없잖아.”

그런 말이 아니라.”

알아.”

은수가 당황하자 영준은 씩 웃었다. 죽어가고 나서 유일한 장점은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놀리는 거였다.

네가 그런 의미로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어. 다만 내 입장도 한 번 생각을 하라는 거야.”

하고 있어.”

거짓말.”

진짜로.”

영준의 말에 은수는 입을 내밀었다.

동선 씨는 바빠?”

.”

영준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바빠.”

잘 하는 모양이야.”

그러게.”

처음에 동선이 그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다행히 잘 해주고 있는 중이었다.

나 같은 녀석이 그런 식으로 막무가내로 행동을 하는데 이 모든 것을 다 받아준다는 게 다행이야.”

그러게.”

은수는 영준의 손을 잡았다.

영준아.”

?”

뭐든 나에게 말해야 해.”

알았어.”

영준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안 당연한 거 같아서 그래.”

왜 그래?”

아니야.”

영준이 다시 묻자 은수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동선이 굳이 말을 해준 것을 다시 말을 할 이유는 없었다.

그냥 어딘지 모르게 너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어서 그래. 너랑 자꾸만 멀어지는 거 같아서 그래.”

미안해.”

아니야.”

영준의 사과에 은수는 고개를 저었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이용할지는 자신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영준 스스로 정해야 하는 거였다. 그리고 자신은 그저 그런 그를 응원하는 것이 전부였다.

뭐 마실래?”

아니.”

그래도.”

힘들어. 뭐든.”

은수의 얼굴이 굳었다. 모든 것이 다 힘들다는 것. 이건 그저 가볍게 하는 말이 아닐 거였다.

사실 나는 지금 너랑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거. 이것도 너무나도 힘들어서 금방이라도 지쳐.”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거니?”

그러게.”

영준은 혀로 입술을 축이고 한숨을 토해냈다.

그런데도 해야 해?”

.”

?”

나의 증명.”

증명.”

은수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정말.”

?”

미련해서.”

그래?”

그런데 멋있어.”

은수의 말에 영준은 싱긋 웃었다. 자신을 멋있다고 해주는 여자는 아마 은수가 유일할 거였다.

네가 있어서 산다.”

영준의 장난과도 같은 말에 은수는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런 영준의 손을 꼭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