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너는 없었다 [완]

[퀴어 로맨스] 너는 없었다. [44장]

권정선재 2018. 12. 4. 14:48

44

이게 비자금을 만드는 통로 같지?”

그러게.”

영준의 물음에 동선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나도 단순할 정도였다. 굳이 있지 않아도 되는 회사였다.

이런 일도 하는 거구나.”

몰랐어?”

영준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몰랐어.”

그렇구나.”

정말이야.”

알았어.”

영준이 굳이 다시 한 번 말하자 동선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영준의 손을 곡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러게.”

동선은 한숨을 토해내고 입을 내밀었다.

방법이 있을까?”

가자.”

?”

가자고.”

영준은 눈을 반짝이고 씩 웃었다.

기민 씨도 가죠.”

?”

기민이 놀라서 동선을 쳐다봤다. 이대로 거기에 갔다가는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거였다. 분명했다.

그게.”

왜요?”

아니.”

겁이 납니까?”

.”

기민의 대답에 영준은 어깨를 으쓱하고 씩 웃었다.

나를 믿어요.”

?”

가죠.”

동선까지 부추기자 기민은 한숨을 토해내며 마지 못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영준은 자신이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어떤 식으로 될 수 있을 것인지는 몰라도 그래도 다른 방향은 없을 거였다.

 

뭘 하시려는 거죠?”

그러게요.”

영준을 보며 중간에 있는 업체의 사장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마 이런 식으로 오는 사람은 없었던 모양이었다.

여기에 오셔도 제가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그래요?”

. 그렇습니다.”

그렇구나.”

영준은 입술을 꾹 다물다가 이내 씩 웃었다. 그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동선에 서류 하나를 건넸다.

불필요한 조직에 대한 자료입니다.”

아니 이게 무슨.”

사장은 어이가 업삳는 듯 얼굴이 굳었다.

부회장님 왜 이러시는 겁니까?”

뭐가요?”

회장님도 아십니까?”

모르시죠.”

큰일이 날 겁니다.”

그럴까요?”

영준은 씩 웃었다. 적어도 한 가지 분명한 것. 이 일에 서혁이 관계가 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미 아버지께서도 이런 일을 하시고 계시는 거라면. 저는 아닌 것들 다 바꿔야 한다고 믿거든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뭐든 해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사장은 난처함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제가 그럼 뭘 하라는 겁니까?”

제가 돕죠.”

?”

그러면 될 겁니다.”

영준의 미소에 사장은 더욱 난처한 표정이었다. 동선은 그런 영준의 어깨를 가만히 감싸고 고개를 끄덕였다.

 

잘 한 거지?”

그럼.”

동선의 칭찬에 영준은 그를 노려봤다.

너 뭐야?”

뭐가?”

감정이 없어.”

있어.”

있기는.”

동선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영준이 잘 하고 있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이렇게 그가 열심히 한다는 것. 이건 결국 양쪽에서 초를 동시에 태우는 것과 마찬가지의 일이었다.

회사에서 어떻게 나올 거 같아요?”

모르겠습니다.”

영준의 물음에 기민은 미간을 모은 채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도 우리가 이런 일을 한 것을 알고 있으니까 어떤 반응이라도 나오게 될 겁니다. 그게 당연한 거고요.”

그럴 겁니다.”

영준은 한숨을 토해내며 넥타이를 살작 풀었다.

나 잠시 쉴게.”

그래.”

영준은 눈에 띄게 수척해지고 있었다. 약한 그의 모습. 그 스스로 최대한 숨기려고 하지만 그게 숨겨질 리가 없었다. 동선은 고개를 끄덕였고. 기민 역시 그런 동선을 따라 밖으로 나왔다.

새 직원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아마도 어려울 거 같습니다.”

그렇군요.”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래도 기민 씨가 있어서 회사 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대충이라도 알아서 다행입니다.”

아무리 저라고 해도 이제 더 이상 뭔가를 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회사 안에서도 시선들이 있어요.”

그렇죠.”

동선은 한숨을 토해내면서 턱을 긁적였다. 영준이 하고 싶은 일. 그걸 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았다.

 

거긴 왜 간 거냐?”

그러게요.”

영준의 대답에 서혁은 미간을 모았다.

나를 욕 보여서 네가 얻을 수 있는 게 도대체 뭐가 있다고 자신의 아버지를 이렇게 만들려는 거야?”

저는 아버지를 흔들거나 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저 제가 지금 옳다고 생각을 하는 일을 하는 겁니다.”

그게 달라?”

다르죠.”

망할 놈의 자식.”

서혁의 욕설에 영준은 싱긋 웃었다. 그가 이렇게 필요 이상으로 반응을 해주는 것을 보니, 정말 제대로 건드린 것이 옳은 모양이었다. 이런 방향으로 계속 나가면 더욱 흥미로운 일이 생길 거였다.

회사는 아버지의 것이 아닙니다.”

그럼 네 거라는 거냐?”

아니요.”

서혁의 물음에 영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도대체 저런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회사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니에요. 그건 아버지께서도 아실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그 동안 할아버지는 단 한 번도 자신이 소유자라고 그렇게 생각을 하신 적 없다는 거 모르시는 겁니까?”

그 분은 없다.”

아버지.”

이건 내 회사다.”

서혁은 힘을 주어 소파 팔걸이를 쥐었다.

이건 물려줄 수 없어.”

달라는 게 아니에요.”

영준은 짧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저 바르게 돌리려는 겁니다.”

바르게?”

서혁은 코웃음을 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뭔가 쥐었다가 그대로 다시 테이블에 손을 내렸다.

너의 그 행동으로 인해서 회사의 직원들이 불안함을 느끼는 것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는 것이냐?”

그러게요.”

영준은 어깨를 으쓱하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뭘 해야 하는 걸까요?”

뭐라고?”

최소한 아버지께서 그 회사를 통해서 비자금을 만드시는 거. 그거 하나는 제가 막을 수 있겠습니다.”

, 무슨.”

영준의 경고에 서혁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영준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 정도는 해야 하는 거니까요. 제가 할 수 있는 일. 제가 해야 하는 일. 그게 할아버지의 뜻을 받드는 거니까요.”

그게 아버지의 뜻이라고?”

.”

무슨?”

할아버지는 이 회사가 직원들의 것이라고. 저에게 여러 번 말씀을 하셨거든요. 그걸 지키려고요.”

서혁은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다가 바로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한숨을 토해냈다.

그게 될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냐?”

.”

영준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할아버지 손자니까요.”

서혁은 물끄러미 영준을 응시했다. 그리고 그 순간이 되어서야 그가 왜 자신의 아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것인지 깨달았다. 그의 아들은 그를 닮은 것이 아니라 그의 부친을 닮았다.

모자란 놈.”

그렇죠.”

영준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모자랍니다.”

모두 흔들 거다.”

.”

영준은 씩 웃으면서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려고요.”

왜 더 큰 그림을 못 봐?”

제가 너무 크게 그려서 아버지께서 보지 못하시는 거 같은데요? 제 그림은 이미 너무 크거든요.”

무슨 큰 그림!”

결국 서혁이 고함을 지르자 영준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지금 자신이 하는 행동에 대해서 서혁이 이런 행동을 보이는 것을 보니 제대로 된 일을 하는 거였다. 서혁을 자극하는 일은 즐거운 거였다.

고맙습니다.”

뭐라고?”

제가 옳은 일을 하는 거였어요.”

무슨?”

지금 아버지.”

영준은 머리를 뒤로 넘기며 한숨을 토해냈다.

그래서 그래요.”

뭐라고?”

서혁은 지금 영준의 말을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무슨?”

그러게요.”

영준은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싱긋 웃었다.

왜 할아버지께서 아버지께 아니라 저에게 주식을 주신 건지 이제 알았습니다. 그저 제가 가여워서. 제가 불쌍해서 그래서 저에게 준 거라고 생각을 한 거였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였습니다.”

그 이유를 너는 안다고?”

.”

서혁의 물음에 영준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할아버지랑 닮았으니까.”

고얀.”

그럼.”

영준은 밝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