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너는 없었다 [완]

[퀴어 로맨스] 너는 없었다. [46장]

권정선재 2018. 12. 5. 18:58

46

우리 계열사 중 한 곳을 무너뜨리는 결과가 될 겁니다.”

뭐라고요?”

다들 영준의 말을 들은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 계열사가 끼어서 손해를 보는 액수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다들 이런 식으로 넘어가려고 하고 있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 회사를 위해서 일을 하신다는 분들이 어떻게 이런 식으로 행동을 하시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고요?”

서혁과 오랜 시간 일을 한 이사였다.

지금 부회장님은 모르시는 거 같지만. 경제가 안 좋아요. 경제가. 좌파 대통령이 다 말아먹고 있어요.”

맞습니다.”

영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럼 바로 언론에 제보하죠.”

그러실 수 없습니다.”

영준은 미간을 모았다.

왜 안 되는 겁니까?”

부회장으로 일을 하기로 하시면서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일은 하지 않기로 하시기로 다짐을 하셨으니까요.”

아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조항이 있었다고?

그러니까.”

그만 하죠.”

순간 영준의 몸이 떨리는 순간 동선이 나섰다.

가시죠.”

그래요.”

영준은 최대한 티를 내지 않은 채 돌아섰다. 지금 이 순간 피하는 것이 최소한 자신을 지키는 거였다.

 

약을 안 먹은 거야?”

먹었어.”

영준은 애써 떨리는 목소리를 누르며 답했다.

먹었다고.”

그런데 왜?”

그러게.”

젠장.”

동선의 입에서 욕설이 나오자 영준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자기 일도 아니면서 왜 저렇게 나오는 건지.

아파도 내가 아픈 건데 왜 이래? 내가 견딜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런 거면 그냥 두고 보면 되는 거지.”

그게 말이 돼?”

동선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의사는 뭐래?”

뭐가?”

.”

그만해.”

뭘 그만해?”

어차피 안 돼.”

동선은 그대로 영준을 안았다. 그의 몸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영준은 미소를 지었다. 아주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이는 순간이었다.

 

내가 그래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하라고 하지 않았어. 그 녀석은 무엇도 할 수 없을 거야.”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서혁의 대답에 동선은 미간을 모았다.

영준이 그 녀석이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해서 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방해를 하시는 거죠?”

방해?”

그럼 아닙니까?”

아니지.”

서혁은 검지를 들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나는 지금 그 녀석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 아니야. 그저 내가 잘 하는 일. 그걸 하려고 하는 거야.”

그게 무슨?”

자네는 그 녀석을 좋아하지만 나는 그 녀석이 사라진 이후도 생각을 해야 해. 그것이 내가 이 회사를 지키는 방법일세.”

정말로 아버지가 맞는 것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덤덤한 말이었다. 동선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래서 앞으로도 이러실 겁니까?”

그러하네.”

영준이 가여웠다.

영준이가 부러웠어요.”

갑작스러운 동선의 말에 서혁은 미간을 모았다.

무슨?”

그런데 이제 그럴 이유가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 녀석은 자기 마음대로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니까요.”

이미 누린 게 많아.”

아니요.”

그 동안 모든 걸 누르고 숨어서만 살아야 했다. 그런 걸 자신이 알고 있었고 자신도 보고 있었다.

아무튼 저 나름으로 노력을 하죠.”

자네들이 그러는 것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걸세.”

그럴 수도 있습니다.”

동선은 미소를 지으며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뭐든 해보겠습니다.”

동선의 말에 서혁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이거 회사 밖으로 가지고 와도 돼요?”

안 되죠.”

아니.”

동선의 간단한 대답에 서울은 미간을 모았다.

무슨.”

왜요?”

아니.”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엷은 미소를 지은 채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한 번 해볼까요?”

그러죠.”

 

문제는 없네요.”

그러게요.”

서울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 처리를 해보려고 해도 이미 회계적으로 너무 완벽하게 되어 있었다.

대단하네요.”

큰 회사니까요.”

그렇죠.”

서울은 물끄러미 동선을 쳐다봤다.

그래도 부러워요.”

?”

남자친구가.”

아니.”

다른 사람에게 이런 말을 들으니 괜히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어딘지 모르게 이상한 기분이 든다고 해야 할까?

그렇게 말하지 마요.”

왜요?”

아무리 그래도.”

부러워요.”

한서울 씨도 그러면 되면서.”

.”

서울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나 정말 미친 짓 한 번 해보고 싶어.”

?”

.”

동선은 영준의 몸에 뜨거운 물을 끼얹으며 고개를 저었다.

?”

방송 같은 거

방송?”

영준의 말에 동선은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그리고 관자놀이를 꾹 누르면서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좋아.”

?”

좋다고.”

동선의 대답에 영준은 미간을 모았다.

정말?”

.”

?”

왜라니?”

동선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김영준 씨.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도 된다고. 내가 말했잖아. 나는 무조건 너를 응원하는 거라고.”

그래.”

영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선은 가만히 영준을 품에 안았다. 그대로 순간이 멈추기를 바라고 싶었다.

 

어려울 겁니다.”

그러니 해보죠.”

아니.”

동선의 말에 기민은 미간을 모았다.

왜 그러시는 겁니까?”

뭐가요?”

그런 식으로 무조건 하는 거. 그거 사장님에게 전혀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걸 모르시는 겁니까?”

알죠.”

동선은 혀로 입술을 축이고 한숨을 토해냈다.

그래서 지금 기민 씨에게 부탁을 하는 겁니다.”

저 아무 것도 못 해요.”

무슨.”

기민의 말에 동선은 가볍게 어깨를 두드렸다. 기민은 입술을 내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제가 아무리 부회장님을 위해서 일을 하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이런 식으로 모든 거 다 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사람이 필요하죠.”

그것도 어렵고.”

부탁입니다.”

아니.”

오래 걸리지 않아요.”

기민은 가만히 동선을 응시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알잖아요.”

많이 안 좋으시군요?”

.”

동선의 대답에 기민은 한숨을 토해냈다.

 

회사에서 왜 사람들을 구해?”

그냥 이것저것 해보려고 그렇습니다.”

그래?”

영우는 길을 가는 기민을 붙들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내가 도울게.”

뭐라고요?”

그거 좋잖아.”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

영우의 반응에 기민은 미간을 모았다. 영우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려고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뭘 바라시는 겁니까?”

바른 일을 한다며?”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안 되는 거지?”

사장님이니까요.”

?”

사장님이 그 대상입니다.”

기민의 단호한 말에 영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이 대상이라는 말에 영우는 애써 미소를 지으려고 했지만 자꾸만 기민을 보고 미소를 지을 수가 없었다. 기민은 한숨을 토해내며 짧게 고개를 숙였다.

그럼.”

후회할 거야.”

. 그럴 겁니다.”

기민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사장님은 좋은 분이니까요.”

기민은 이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영우는 주먹을 세게 쥐었다가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