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너는 없었다 [완]

[퀴어 로맨스] 너는 없었다. [48장]

권정선재 2018. 12. 10. 23:47

48

아무도?”

.”

젠장.”

기민의 대답에 영준은 미간을 모았다.

다들 미친 거 아니야?”

죄송합니다.”

아니요.”

기민의 사과에 영준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이건 기민이이 사과를 하거나 해야 하는 일은 절대로 아니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기민 씨 자꾸만 사과하는 거. 그럴 이유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기민 씨.”

영준이 다시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기민은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기민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동선은 그런 둘을 보다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저는 잠시 일을 하고 오겠습니다.”

무슨 일이죠? 제가 돕겠습니다.”

아니요.”

기민이 다가가자 동선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할 수 있어요.”

알겠습니다.”

영준은 한쪽 볼을 부풀렸다.

 

기민 씨 싫어해?”

?”

그런 거 같아서.”

무슨.”

영준의 물음에 동선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런 거 같아.”

아니야.”

영준이 여전히 의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묻자 동선은 그의 손을 잡았다. 영준은 한숨을 토해냈다.

동선이 네가 사람을 좋아하는 폭이 좁은 건 알고 있는데. 그래도 기민 씨 너무 미워하지 마. 아무리 그래도 지금 유일하게 회사에서 내 편이 되어주고 있는 원래 회사 사람인 거니까. 알지?”

알아.”

영준의 말에 동선은 미소를 지으며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그런 게 아니었다면 기민을 이런 식으로 대하지 않을 거였다. 하지만 기민이 어떤 마음이건 그는 꽤나 중요한 사람이었다.

그냥 내가 일을 하는 방식에서 기민 씨 같은 사람이 있었던 적이 없어서 약간 낯설게 느껴져.”

낯설어?”

. 그냥 무조건 너를 위해서 일을 해주는 사람이니까? 그런 사람을 본 적은 잘 없는 거니까.”

그래?”

동선의 말에 영준은 별다른 토를 달지 않았다. 동선은 그런 그를 보면서 짧게 한숨을 토해내고 씩 웃었다.

 

여기에서 해.”

?”

뭐든.”

뭐래.”

은수의 말에 영준은 웃음을 터뜨렸다.

여기에서 기자 회견을 어떻게 해?”

아니. 사람들이 그래도 관심을 갖는 카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거잖아. 그걸 최대한 이용하는 건 어때? 그거 제대로 이용을 하면 네가 바라는 거. 그거 그대로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안 그래?”

싫어.”

은수의 제안에 영준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 카페는 자신에게 소중한 거였고 은수에게도 귀한 걸 거였다.

나중에 이 카페의 사장은 기민 씨가 될 거지만. 이걸 기반으로 나는 너에게 뭐든 해주고 싶어.”

?”

동선의 말에 은수는 미간을 모았다.

뭐라는 거야?”

?”

내가 그걸 바란다고 했어?”

아니.”

김영준.”

은수는 낮은 목소리로 말하며 한숨을 토해냈다.

네가 나를 정말로 친구라고 생각을 하는 건지. 아니면 네 아래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절대로 그런 거 아니야. 나는 너를 돈으로만 보지 않아. 절대로.”

그래서 해주려는 거야.”

?”

네 경력. 미루고 지금 나를 이런 식으로 돕고 있는 거잖아. 네가 나를 돈으로 보지 않으니까 더 미안해.”

뭐라는 거야.”

은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동선 씨도 그래?”

?”

동선 씨도 그저 돈 때문이래?”

그건 다르지.”

안 달라.”

영준의 대답에 은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나나 동선 씨. 모두 다 너를 걱정해서. 그래서 지금 이 일을 하는 거야. 그냥 돈을 위해서라면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내가 너를 이용하는 거잖아. 아무리 친구라고 해도. 이런 식으로만 쓰면 안 되는 거잖아.”

?”

?”

왜 안 되는 건데?”

그러니까.”

너 바보냐?”

은수의 말에 영준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은수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기분이었다.

나 네 친구야.”

아니 친구가 아니라는 게 아니라.”

친구라는 건. 그런 걸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돕는 거야. 만일 내가 내 커리어만 생각을 하면? 네가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해도 여기에서 일을 할 거 같아? 이런 경력을 누가 알아준다고.”

은수는 입술을 내밀고 검지를 좌우로 흔들었다.

너야. 이유.”

그래?”

그럼.”

고마워.”

영준의 미소에 은수는 한숨을 토해냈다.

아무튼 여기에서 해.”

뭐라고?”

신사업?”

?”

그러면 오지 않을까.”

.”

영준은 놀란 표정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

너희들은 다 바보야.”

그러게.”

은수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영준의 손을 잡고 힘을 줬다. 영준도 그 손에 힘을 줬다.

고마워.”

언제든 이런 것도 나를 거쳐서 상담을 하란 말이야. 아무리 남자들이 다 회의를 해도 이런 아이디어 못 내잖아.”

그러네.”

은수는 씩 웃었다. 영준도 더 밝은 웃음을 지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요?”

기민의 말에 영준은 테이블을 두드렸다.

왜요?”

?”

아니 그 기자들이 원하는. 그런 걸 주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회사의 혁신적인 방향 같은 거 말이죠.”

좋네.”

동선도 영준의 말에 보태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사람들이 우리 일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거. 그게 중요합니다. 지금 서비스 업체 하청에 재하청이라서 우리가 아무 것도 책임을 지는 게 없다는 것을 따지는 것도 중요하고 말이죠.”

그런데 이걸 직원들도 동의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이슈 다른 곳으로도 튈 수 있으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일단 지켜보죠.”

동선의 정리에 영준은 무슨 말을 더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동선은 가볍게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뭘 알고 있는 겁니까?”

?”

사무실을 나서던 기민이 돌아섰다.

무슨?”

이기민 씨.”

동선의 낮은 목소리에 기민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동선과 이런 대화를 나눌 정도의 사이는 아니었는데.

저는 부회장님을 위해서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저에게 물을 것이 있다면 부회장님을 통하시죠.”

그게 더 우스운 거 아닌가요?”

?”

아직도 사장을 위해 일합니까?”

아닙니다.”

동선의 물음에 기민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건지. 하지만 이런 기민과 다르게 동선은 그저 여유로울 따름이었다.

그러니 도움을 청하는 겁니다.”

지금 도움을 청하시는 건지 저를 협박이라도 하시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후자 같습니다.”

그럴 수도 있죠.”

동선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바른 일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

그저 그 녀석을 위한 일. 그게 다에요.”

그건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죠.”

기민의 지적에 동선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영준이 하는 일이라고 해도 모두 다 옳지 않을 수 있을 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망설이지 않을 거였다. 그건 잘못이었으니까.

아마 저랑 그 녀석이 이제 호텔에 살게 되면. 사람들의 눈에 보이면 다른 일들이 생길 것 같습니다.”

무조건 부딪치시는 겁니까?”

. 그러려고요.”

동선은 이를 드러내며 밝게 웃었다.

그렇게 하려고요.”

나중에.”

압니다.”

그 녀석이 사라지고 나서 자신이 혼자서 다 감당해야 하는 그 무게들. 모두 알지만 피하지 않을 거였다.

그런 게 불편한 거였다면 애초에 여기에 오지도 낳았습니다. 그리고 그 녀석이 매력이 있는 거 기민 씨도 아시잖아요?”

그거야.”

꼭 그런 것만이 아니라도요.”

.”

기민의 대답에 동선은 조금 더 밝게 웃었다.

기민 씨도 관두고 싶으면 가도 된다는 겁니다.”

?”

힘들 겁니다.”

압니다.”

.”

.”

기민 씨도 스스로를 지키지 못할 겁니다.”

예상했습니다.”

기민의 대답에 동선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기민이 영준에 대해서 무슨 생각을 하건 그는 영준에게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었다. 자신이 그에 대해서 다른 생각을 한다고 해서 변하는 것도 아니었다. 자신은 그저 잘 지내는 것. 그게 전부였다. 동선은 다른 말은 더 하지 않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