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로맨스] 너는 없었다. [50장]

50장

“노조까지?”

“그래야지.”

동선의 말에 영준은 턱을 만졌다.

“그들이 뭐라고 할까?”

“모르지.”

걱정이었다. 빠르게 뭔가를 해야 하는 건데 왜 이런 문제들이 자꾸만 생기는 것인지 복잡한 문제였다.

“일단 만나보자.”

“어?”

“무조건.”

영준의 말에 동선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영준이 하고 싶다면 무조건 하는 게 우선이었다.

 

“가능할 거 같습니까?”

“네.”

“고맙습니다.”

동선의 인사에 기민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당연히 해야 하는 거니까요.”

“그래도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동선은 이렇게라도 자신이 영준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더 드러내야만 했다. 그게 자신의 마음에 위안이었다.

 

“모두엑 위험이 갈 겁니다.”

“위험이라뇨?”

영준은 노조위원장의 말에 미간을 모았다.

“그게 지금 무슨 말씀이십니까?”

“소문이 사실입니까?”

“네?”

왜 갑자기 이런 말이 나오는 건지. 영준은 어이가 없어서 코웃음을 쳤다. 이 상황에서 나올 말이 아니었다.

“지금 내 소문이 무슨 문제인 거죠?”

“당연히 관계가 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네? 왜라니?”

“그게 도대체 왜 중요한 겁니까?”

“아니.”

“말도 안 되잖아요.”

동선이 나서려고 하자 영준은 손을 들었다. 동선을 사람들에게 부딪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건 자신의 일이었다.

“저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신 거라면 이 친구와 저는 연인입니다. 이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영준은 동선의 손을 꼭 잡았다. 동선도 미소를 지으며 영준을 보고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손에 힘을 주었다.

“그래서요?”

“아니.”

“이게 회사를 개혁 못할 일입니까?”

“그렇죠.”

다른 젊은 노조원의 말에 영준은 미간을 모았다.

“당연한 거라니?”

“뭐가 당연한 겁니까?”

“다른 게 더 어렵게 될 거라는 걸 모르시는 겁니까?”

영준은 그런 직원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생각 같은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만일 나이가 많은 직원이었더라면 그가 생각하는 것이 다르기에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이건 다른 거였다.

“그럼 노조는 반대 입장입니까?”

다들 이쪽도 쉽게 답하지 안항삳.

“각자의 입장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그 입장 빨리 정해지시죠.”

영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사 후에 뵙겠습니다.”

다들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영준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회의실을 나오기가 무섭게 동선의 눈을 보고 가볍게 얼굴을 만졌다. 자신이 너무 무모한 짓을 한 거였다.

“미안해.”

“어?”

영준의 갑작스러운 사과에 동선은 고개를 갸웃했다.

“왜?”

“아웃팅.”

“무슨;”

이미 자신이 동선과 일을 하기로 한 이상. 커밍아웃 같은 것은 이미 모든 것을 벗어난 문제가 되는 거였다.

“어차피 다 아는 거야.”

“그래도.”

“괜찮습니다.‘

동선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정말로.”

“그래?”

“그럼.”

영준은 그제야 조금 더 밝은 미소를 지었다. 서로가 있어 다행이었다. 동선은 고개를 흔들고 그런 영준의 손을 잡았다.

 

“괜찮아?”

“응.”

한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데 노조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니까.”

“아직 기다릴 수 있어.”

영준의 말에 동선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결국 내가 하려는 걸 하는 거야.”

“그래도.”

“할 수 있어. 잘 하는 거고.”

동선의 위로에 영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같은 목적을 갖는다는 것. 이게 고마웠다.

“얼마나 더 기다릴까?”

“조금만 더.”

동선은 기민을 보고 고개를 끄덕여싿. 기민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고. 영준은 짧은 한숨을 토해냈다.

“내가 틀린 걸까요?”

“아닙니다.”

기민이 바로 대답하자 영준은 웃었다.

“그게 뭐야?”

“네?”

“너무 바로.”

“아.”

기민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영준은 조금 더 밝게 웃었다. 자신이 이런 순간에 있다는 게 그래도 다행이었다. 좋은 사람들. 그의 모든 행위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같이 있는 거였다.

“잘 될 겁니다.”

“그럴 거예요. 분명히.”

그게 아니라고 해도 어떻게 할 수는 없는 거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는 게 우선이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더 지나도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 누구도 이리로 오지 않았다.

“어떻게 할 거야?”

“어?”

“저쪽이 동의를 하지 않으면?”

“그러게.”

동선의 물음에 영준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미간을 모았다. 저쪽이 없어도 되는 거지만 그래도 문제였다.

“문제일 거야.”

“영준아.”

“그래도 해야지. 그래도.”

영준의 대답에 동선은 그의 손을 잡았다. 자신은 그저 그래도 하려고 하는 이를 믿으면 되는 거였다.

“그래 하자.”

“저기.”

그때 문이 열리고 아까 젊은 노조원이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아.”

그의 사과.

“저도 그쪽이에요. 응원할게요.”

이 말을 남기고 그는 바로 문을 닫고 멀어졌다. 어떤 기분으로 여기에 온 건지. 영준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가자.”

“어? 더 안 기다리고?”

“응.”

영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직원이 여기에 와서 저런 말을 할 수 있었던 건 이제 밖에 아무도 없어서 가능한 걸 거니까.”

“그러네.”

“가죠.”

기민은 자료를 챙겼다.

 

“지쳤어?”

“어? 아니.”

동선의 물음에 영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거짓말.”

“왜?”

“너 지금 지쳐 보여.”

“아니.”

영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은 지친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냥 이런 거. 별 것 아니라고 생각을 할 수 있는 이런 거.

“네가 있어서 견딜 수 있어.”

“영준아.”

“너무 그러지 마.”

동선은 한숨을 토해내며 그의 손을 잡았다.

“호텔에 언제 가?”

“안 가.”

“왜?”

“여기에 있을래.”

“싫어.”

동선이 단호히 고개를 흔들자 영준은 미간을 모았다. 벌써 여러 번 호텔에 가겠다고 하다가 망설인 후였다.

“이번엔 갈 거야?”

“응.”

“왜?”

“가고 싶어.”

동선의 말에 영준은 입을 내밀었다.

“뭐야?”

“어?”

“아버지 만났니?”

“늘?”

동선의 농담과 같은 말에 영준은 미간을 모았다. 그게 진심인 건지. 아니면 그냥 하는 말인 건지 낯설었다.

“왜 그러는 거야?”

“뭐가?”

“정말이야?”

“물론이지.”

동선은 영준의 팔을 문지르며 싱긋 웃었다.

“정말 만나는 거야.”

“젠장.”

“왜?”

“미안해.”

“아니.”

영준의 사과에 동선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그가 사과를 하기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자신에게 어떤 일이 있는 건지. 그리고 지금 어떤 상황인 건지. 이걸 말하고 싶은 것이 전부였다.

“만일 이걸 내가 불편하게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 너에게 다 말을 하고 따지고 했을 거야. 내 성격 몰라?”

“알아.”

영준이 웃음을 터뜨리자 동선도 씩 웃었다.

“바쁠 거야.”

“응.”

“그럼 여기 회사랑 너무 멀어.”

“그래.”

영준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아버님이 다 아실 거야.”

“그래도 좋아.”

동선의 경고에 영준은 싱긋 웃었다.

“그게 재미있는 걸 거고.”

“불안하지 않아?”

“응.”

동선은 영준을 꽉 안았다. 무조건 지켜야 하는 거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