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너는 없었다 [완]

[퀴어 로맨스] 너는 없었다. [49장]

권정선재 2018. 12. 10. 23:51

49

그래서 뭘 하고 싶은 거야?”

?”

은수의 물음에 영준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말이야?”

아니.”

은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 지금 하는 그 모든 일들. 그거 이유가 있어서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냥 하는 일은 아니잖아.”

그냥 하는 거야.”

?”

그냥.”

은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 영준이 하는 일들을 그냥 하는 거라고 하면 그 누구도 믿을 이가 없을 거였다.

그거 큰 거야.”

알아.”

김영준.”

갑자기 왜 이래?”

영준은 애써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너 이상해.”

알아.”

영준의 지적에 은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시선 끝에는 빛을 잃은 거 같은 영준의 눈이 보였다.

너 나 보이니?”

?”

안 보이지.”

뭐래?”

.”

은수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동선에게 이 말을 전해 들은 순간에는 별 것 아니라고 생각을 했다. 이제 영준이 죽어간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그런데 이제 앞도 못 보는 건 다른 문제였다.

너 지금 나를 속이고 있는 거잖아. 나에게 친구라고 하면서 모두 다 말해주지 않는 거잖아. 아니야?”

아니야.”

. 너 정말.”

나 정말로 보여.”

영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은수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미간을 구겼다.

보인다고?”

그래.”

거짓말.”

정말이야.”

은수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영준이 사실이라고 하는데 자신이 다른 말을 더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나 너무 힘들어.”

사람을 더 뽑을까?”

아니.”

은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게 아니야.”

?”

너 때문에.”

?”

그래.”

?”

몰라?”

?”

은수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영준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걸까? 그에게 자신은 아무 것도 아닌 거였다. 친구라고 하지만 정말로 자신은 그에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거였다. 그런 사람이었다.

너에게 뭐라도 되고 싶어.”

이미 그래.”

아니.”

은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영준에게 아무런 힘이 되어주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은 의미가 없는 존재였다.

너는 내가 없어도 되잖아.”

무슨 말이 그래?”

아니야?”

아니야.”

영준은 힘을 주어 대답했다. 그리고 짧게 한숨을 토해내고 혀로 입술을 축인 후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는 알고 있는데. 그래도 나에게 모든 것을 다 뭐라고 하지 말아줘.”

?”

은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은 영준을 정말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도우려고 하는데 이건 아니었다.

너에게 나는 뭐니?”

?”

됐다.”

은수는 한숨을 토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차피 이런 것을 가지고 이야기를 계속 하면 할수록 기분만 상할 게 분명했다. 그러다가는 두 사람 모두 싸우게 될 거였다. 그건 자신이 바라는 게 아니었다.

동선 씨 오네. .”

서은수.”

알았다고. 일단은.”

은수의 말에 영준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혹시 은수에게 무슨 말이라도 했어?”

?”

내가 앞이 안 보인다거나.”

아니.”

백동선.”

영준의 낮은 부름에 동선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영준을 안았다.

그런 일 없어. 그러니까 그런 불안함 같은 것을 느끼지 마. 그건 네 잘못이 아니니까. 안 그래도 돼.”

정말?”

.”

동선의 말에 영준은 겨우 안심이 된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동선은 그런 그를 품에 꼭 안았다.

 

이렇게 나와도 되는 건가?”

.”

서혁의 물음에 동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밤이면 고통 탓에 수면제를 먹고 잔지 며칠이 되었습니다. 한 번도 일어나지 않고 자더군요.”

상태가 많이 안 좋은 보양이군.”

그렇습니다.”

동선의 대답에 서혁은 미간을 모았다. 동선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가만히 서혁의 눈을 응시했다.

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으신 겁니까?”

겉으로만 하는 척 하지.”

?”

.”

무슨.”

동선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을 하십니까?”

왜 안 되나?”

아니.”

내가 원하는 걸세.”

서혁의 말에 동선은 미간을 모았다. 도대체 어떻게 자신의 아들에 대해서 이런 식의 말을 할 수가 있는 걸까? 자신이 하는 말이 도대체 무슨 의미인 건지. 어떤 의미인 건지 모르는 걸까?

지금 그런 행동을 안중에 영준이 녀석이 알면 어떤 기분이 드실 거라고 생각을 하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내가 그 녀석 기분을 생각을 해야 하나?”

?”

곧 죽을 녀석이네.”

아니.”

내 마음이 편한 게 우선이야.”

서혁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아버지니까.”

아버지라고요?”

서혁의 말에 동선은 입술을 꾹꾹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자신의 아들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 건지.

그런 것을 나중에 영준이가 좋아할 거라고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걱정을 한다면서 왜 이러시는 겁니까?”

걱정을 하니 이래. 자네도 이제 그 녀석이 없을 때 살아야 하는 거. 그거 아니라고 할 수 있나?”

?”

내가 돕겠네.”

싫습니다.”

동선이 곧바로 대답하자 서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생각으로는 돈만 주면 무조건 그의 편을 들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 보니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서혁은 테이블을 검지로 두드렸다.

왜 그러나?”

무엇이 말입니까?”

돈이 싫어?”

.”

뭐라고?”

싫습니다.”

동선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다지 필요하지 않으니까요.”

무모하군.”

그럴 수도 있죠.”

동선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이건 서혁의 말이 옳을 거였다. 자신은 너무나도 무모한 것인데. 정말로 무모한 것인데 이것이 어떤 것인지. 이게 어떤 의미인 건지 그게 우선이었다.

뭐라고 하실 건지 모르겠지만 저는 좋습니다.”

후회를 할 걸세.”

.”

동선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럴 겁니다.”

무슨 자신감인가?”

서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도대체 무슨 말을 더 하는 건지. 서혁은 혀로 이를 문지르며 미간을 찌푸렸다. 왜 이런 녀석 때문에 시간을 보내야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나?”

알고 있습니다.”

“KJ 회장이야.”

.”

동선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

그게 이유가 있습니까?”

무슨.”

서혁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건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답답하고 갑갑하군.”

호텔로는 오늘 밤 들어갈 겁니다.”

왜 그러나?”

?”

그 녀석이 가엽지 않나?”

가엽습니다.”

동선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나.”

그런데 왜 그래?”

그러게요.”

뭐라고?”

그런데 그 녀석이 정말로 뭔가를 하고 싶어하는 것을 보니. 저는 무조건 그걸 돕고 싶습니다.”

어려울 거야.”

알고 있습니다.”

서혁은 침을 삼켰다. 영준과 말이 통하지 않아서 동선을 찾아온 건데 마찬가지로 말이 통하지 않았다.

둘이 닮았군.”

고맙습니다.”

칭찬이 아니야.”

그래도 고맙습니다.”

미친.”

서혁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리고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다가 음료수를 모두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생각하게.”

동선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서혁은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다가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