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너는 없었다 [완]

[퀴어 로맨스] 너는 없었다. [63장]

권정선재 2018. 12. 31. 23:28

63

김영준 부회장은 물러나라!”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

물러나라!”

영준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으면서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모든 노조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여유롭게 회사에 들어가기가 무섭게 곧바로 비틀거렸다.

괜찮아?”

아니.”

?”

안 괜찮다고.”

단 한 번도 이렇게 괜찮지 않다는 말을 쉽게 하지 않는 영준이기에 이건 정말로 힘들다는 이야기였다.

못 일어나겠어?”

.”

영준은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병원에 가자.”

싫어.”

영준은 동선의 눈을 가만히 응시하며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싫어.”

하지만.”

진 거 같잖아.”

아니. 그렇지 않아.”

병원은 괜찮아.”

영준은 부러 더 씩씩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지만 바로 흔들리면서 주저앉았다.

지금 나가는 거 말도 안 되는 거야.”

너 아픈 거 다 앓아.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게 나은 거야. 이게 옳아. 이렇게 해야 하는 거야.”

안 돼.”

여기요.”

영준이 자신의 팔을 잡음에도 불구하고 동선은 단호했다. 동선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이러지 마.”

안 돼. 내가 너를 지킬 거야.”

동선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영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손을 꽉 잡았다. 이대로 물러나는 것. 이게 때로는 이기는 거였다.

 

꼴 좋네.”

그렇지?”

자신의 시비에도 영준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영우의 얼굴은 바로 굳었다. 영준은 그에 반해 더욱 여유로웠다.

이 순간이 우스워?”

아니.”

네 뉴스가 났어.”

알아.”

그런데 이래?”

.”

영준은 헛기침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아프다는 것이 알려지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었다.

다들 아는데 말을 안 한 거니까.”

뭐라는 거야

너도 좋고.”

영준은 이를 드러내고 밝게 웃었다. 영우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의자에 털썩 앉았다.

내가 한 일이 이렇게 바로 반응이 올 줄은 몰랐네

미친.”

?”

그게 머리가 안 돌아가?”

영우는 자신의 머리를 때리며 화를 냈다.

네가 하는 일의 결과를 모르냐고!”

너도 무섭니? 내가?”

내가 왜?”

아니야?”

아니야.”

영우는 주먹을 꽉 쥐고 고개를 저었다. 영준은 그런 그를 보며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행이네.”

뭐라는 거야?”

잘 하라고.”

나 이미 잘 하고 있어. 이 멀쩡한 회사 지금 흔드는 거 내가 아니라 바로 너야. 네가 망치고 있다고.”

더 잘 하라고.”

영준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아버지는 이미 글렀거든.”

뭐라는 거야?”

너는 다르길 바라. 할아버지 뜻 알잖아.”

영준의 말에 영우는 다른 말을 더 하려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친 새끼.”

영우는 영준의 답을 듣지 않고 돌아섰다. 영준은 그런 영우의 뒷모습을 보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여론이 바뀌고 있습니다.”

그렇겠죠.”

기민의 보고에 동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모든 걸 다 잃는 순간에도 회사를 위해서 더 나은 선택을 한다는 거. 꽤나 멋진 거니까요.”

커뮤니티 반응도 좋습니다. 그런데 일부 나쁜 반응도 있는데. 이거 신고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아니요.”

정이의 보고에 동선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냥 두죠.”

하지만.”

더 나빠지면 하죠. 더 지켜봐도 되지 않겠습니까?”

그럴 겁니다.”

동선이 자신을 보며 묻자 기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동선은 더 밝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자정 작용도 있을 겁니다.”

팔로우 하겠습니다.”

부탁하죠.”

동선은 시간을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병원에 갈게요.”

가이 가시죠.”

아닙니다.”

기민의 제안에 동선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일단 두 사람은 여기를 지켜주세요. 앞으로 더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

알겠습니다.”

동선의 거절에 기민은 더 이상 토를 달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동선은 재킷을 들고 사무실을 나섰다.

어떻게 될까요?”

?”

지금 이 일.”

정이의 반응에 기민은 가늘게 어깨를 으쓱했다.

언젠가 모두 진심을 알아줄 거라고 믿습니다.”

진심.”

정이는 입술을 쭉 내밀었다. 이쪽에 끼어있다는 게 의미가 있는 일이긴 하지만 꽤나 어려운 일이라는 건 분명했다.

 

여기에는 왜 계신 겁니까?”

내가 못 올 곳에 온 건가?”

.”

미친.”

동선의 대답에 영우는 미간을 모았다. 어떻게 이렇게 당당할 수가 있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건방지군.”

그렇습니까?”

내 혈육을 보러 온 거야.”

혈육.”

갑자기 영우가 왜 이런 말을 하는 건지 동선은 그의 낯을 살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다른 뜨슨 없는 모양이었다.

아직 건강하십니다.”

그런대로 그렇더군.”

여기 오실 시간은 있습니까?”

무슨 의미지?”

반격을 하셔야죠.”

미친 새끼.”

영우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도대체 동선이 왜 이렇게 자신에게 무례하게 구는 건지. 영우는 싸늘하게 웃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나에게 건방지게 구는 거야? 내가 도대체 누구인지 알고 이렇게 구는 건가?”

. 사장님이십니다.”

그런데?”

전 부회장님 애인입니다.”

동선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밝은 목소리로 답했다.

제가 더 센 거 같죠?”

뭐라는 거야?”

영우는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네 주제에 무슨.”

그러게요.”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압니다.”

동선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민만 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그런 거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말입니다.”

무슨.”

지금 잘 되고 있는 거죠?”

뭐라고?”

준비 잘 하시죠.”

영준과 같은 말을 하는 동선을 보며 영우는 어이가 없었다. 어쩌면 이렇게 닮을 수가 있는 건지.

노조에서 지금 부회장에게 물러나라고 하는 그거. 그런 반응을 보고도 그럴 수가 있는 건가?”

잘 한다는 반응도 꽤나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론의 반응이 더욱 중요한 거 아니겠습니까?”

아니.”

동선의 대답에 영우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러니 아마추어인 거야.”

?”

지금 그 녀석이 하는 일. 그게 도대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얼마나 무서운 일일지 모른다는 거야?”

모릅니다.”

동선은 순순히 대답했다. 그런 것까지 하나하나 다 고려를 할 여유는 없었다. 자신과 관계도 없는 거였고 결국 모든 것은 영준이 하고자 하는 일대로 될 거였다. 자신은 그저 그것을 응원하며 그만인 거였다.

저에게 지금 세상의 전부는 김영준이라는 사람입니다. 다른 걸 고려할 상황 같은 것 없습니다.”

그게 미친 결과를 낳을 거야.”

그럴 수도 있죠.”

영우는 혀로 입술을 축이고 한숨을 토해냈다.

미련해.”

그렇습니까?”

영우는 동선의 눈을 응시했다.

달라졌군.”

?”

처음에는 겁도 나던 거 같은데.”

.”

동선은 싱긋 웃으며 턱을 어루만졌다. 뭔가 자신이 생각을 해도 조금 더 생각이 유연해진 기분이었다.

어차피 한 번 지르기로 한 것. 끝까지 지르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그 선택을 후회하게 될 거야.”

그럴 수도 있죠.”

동선은 입을 쭉 내밀었다.

하지만 지금 하지 않고 나서 나중에 할 걸. 하고 후회를 하게 된다면 김영준은 이미 내 옆에 없어요.”

그래서 평생 괴로워해도 되는 건가?”

.”

동선이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답하는 것을 보며 영우의 얼굴이 굳었다. 동선은 그런 영우의 눈을 물끄러미 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