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장
“너 너무한 거 아니야?”
“어?”
약속도 하지 않고 갑자기 찾아왔으면서, 유정은 서울을 보고 다짜고짜 싫은 소리부터 해대기 시작했다.
“무슨 말이야?”
“아니 당연히 해나 말이 맞는 거잖아.”
“뭐라고?”
도대체 왜 유정이 이런 행동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이가 없었다. 왜 아무 상관도 없이 여기에 와서 목소리를 높이는 건지.
“걔가 뭐라고 했어?”
“뭐?”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런 말 하러 온 거면 하지 마.”
“한서울!”
애초에 유정은 이상하리 만큼 자신보다 해나를 좋아했으니까. 그래서 아마 지금 여기에 왔을 거였다.
“너는 정말 지금 네가 무슨 문제인지 몰라?”
“몰라.”
“뭐라고?”
서울은 머리를 뒤로 넘겼다.
“무슨.”
“우리. 친구잖아. 아니니?”
친구? 그런 것에 말도 안 되는 집착을 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 친구라는 단어와 이미 어울리지 않았다.
“됐어.”
“야.”
“됐다고.”
서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들을 것도 없었다. 어차피 힘든 시간 집에 가서 쉬는 게 우선이어야 하는 거였다.
“그럼 내가 갈 곳이 없는데 도대체 나는 어디에 가서 자야 하는 건데? 너는 그런데도 이래?”
“내 집.”
“뭐?”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무슨 말이야?”
“나 혼자 살잖아.”
“아니.”
생각도 하지 못한 거였다. 오히려 자신이 더 속이 좁았던 걸까?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따.
“나는 된다고.”
유정의 조심스러운 미소에 서울은 고개를 흔들며 외면했다.
“혹시 나 피하는 건가요?”
“아니요.”
세인의 물음에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무슨.”
“요즘 뭔가 바쁜 거 같아서.”
“그런 거 아니에요.”
세인이 아프다는 이유만 가지고 피하거나 그럴 이유는 없었다. 그저 바쁘니까. 그래서 이렇게 된 거였다.
“일이 많아요.”
“그렇군요.”
서울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곧 나갈 거예요.”
“네?”
“해나가 왜 그러는 건지 몰라도. 여기에 계속 있으면. 나 뿐 아니라 세인 씨에게도 모질게 굴 거야.”
“그건 괜찮아요.”
세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어떻게 해서라도 웃어 보이기 위해서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나 그거 괜찮아요.”
“하지만.”
“그런 거라면 괜찮아요.”
서울은 부러 더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세인 씨 좋아요.”
“한서울 씨.”
“그래서 안 돼.”
서울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해나와 이 사람이 더 이상 사이가 나쁘게 두는 거. 그건 자신이 바라는 게 아니었다.
“다들 비싸네.”
집을 구한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다.
“한서울.”
철수에게 돈이 묶여있기는 하지만 그걸 제외한 돈도 있어야 하는 거였다. 그게 아니고서야 너무 힘들었다.
“힘들다.”
“이거 먹을래요?”
“네?”
그때 용준이 사탕을 내밀자 서울은 입을 내밀었다.
“나 커피 좋아해요.”
“네?”
“커피 좋아한다고요.”
“아.”
서울의 말에 용준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리고 그의 자리에 사탕을 놓고 돌아섰다. 서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떻게 생각해?’
그때 유정에게 온 메시지.
“뭘?”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나도 너 싫어.”
서울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고개를 저었다.
“동생은 좀 괜찮습니까?”
“네.”
애초에 입원을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 상황에서 춘자가 고집을 부린 거였다.
“다행스럽게도.”
“다행이네요.”
용준의 미소에 서울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렇지도 않아요?”
“네?”
“안 궁금해요?”
“뭐가?”
“아니.”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푹 숙였다. 용준이 이에 대해서 알기를 원하지 않으면서도 정작 그가 이렇게 무심하게 생각을 하는 것.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는 것에 대해서 이질감이 느껴졌다.
“나라면 김최용준 대리님에게 이런 일이 생겼다면 바로 물었을 거예요. 너무나도 궁금하니까.”
“한서울 씨가 묻지 말라고 했잖아요.”
“그거야.”
“그럼 된 거예요.”
용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더 궁금할 건 없죠.”
“신기해요.”
“네?”
“아니.”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 걸까?
“고마워요.”
이 말. 다른 말은 더 할 것도 없었다. 정말로 신기한 사람이었으니까. 정말로 너무 고마운 사람이었으니까.
“나 갈 거야.”
“에이. 누나.”
서울이 일어나자 부산이 곧바로 잡았다.
“그러지 마.”
“아니.”
부산이 저러는 이유가 서울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저 져넉이나 먹자는 자리에 춘자를 부르다니.
“무슨 말이 나올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건데?”
“사과를 한 대.”
“사과?”
춘자는 그럴 리가 없는 사람이었다.
“너는 아직도 모르니?”
“어?”
“정말.”
서울은 한숨을 토해냈다.
“네가 아픈 그 병원에서도 무조건 다 내 탓만 한 사람이야. 그런 사람이 도대체 어떻게 나올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건데?”
“그건 다르지.”
“뭐가?”
“놀라셨잖아.”
“아니.”
아무리 아들이라고 해도. 그 동안 대우를 받았다고 해도. 어떻게 이렇게까지 행동할 수가 있는 걸까?
“너에게 나는 뭐니?”
“어?”
“미친.”
서울은 머리를 뒤로 넘겼다.
“나 갈 거야.”
:“누나.”
“왜?”
“그러지 마.”
부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무리 그래도 나에게는 두 사람 다 가족이잖아 .그래도 두 사람이 사이가 좋게 지냈으면 좋겠어.”
“사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내가 도대체 어디까지 더 양보를 해야 할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건데? 내가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야?”
“그거야.”
부산은 제대로 대답도 하지 못했다.
“나는 갈 거야.”
그렇게 그냥 가려고 하는데 춘자가 들어섰다.
“엄마 왔어요?”
부산은 반갑게 맞이하려고 하는데.
“한서울.”
춘자의 얼굴이 굳었다.
“망할 년!”
서울이 그냥 가려고 하는데 춘자는 거칠게 그를 붙잡았다. 부산이 놀라서 그런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뭐 하는 거야!”
“망할 저 빌어먹을 년!”
당연한 거였다. 부산은 아니라고 하지만.
“엄마! 무슨.”
부산이 놀라서 둘 사이에 끼어들려고 했지만 춘자가 더 빨랐다. 춘자는 거칠게 서울의 목덜미를 낚아챘다.
“고얀 것.”
“엄마!”
춘자는 우악스럽게도 서울의 몸을 끌어당기고 머리채까지 당겼다. 서울은 마치 낙엽처럼 이리저리 흔들렸다.
“네가 나를 이렇게 무시하는데! 내가 어떻게 너를 딸로 봐! 내가 어떠게 너에게 그렇게 굴어!”
“뭐라고? 이거 놔!”
“엄마 놓고 이야기를 해.”
서울이 제정신을 차림과 동시에 부산의 도움으로 겨우 춘자가 떨어졌다.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이게 뭐야?”
“뭐가!”
부산의 모습에 춘자는 눈을 부라렸다.
“네가 지난 번 엄마를 얼마나 부끄럽게 만들었는지 알아? 그러고 지금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거야?”
“뭐?”
부끄러운 것은 자신이었다. 누가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건지. 자신은 정말 견딜 수 없을 정도였다.
“한서울.”
“한부산 보이니?”
“아니. 그러니까.”
부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결국 서울이 말을 한 대로 된 것이니까. 자신은 아무 것도 못 한 거니까.
“네 엄마나 해라.”
“저. 저 고얀!”
춘자가 나서려고 했지만 부산이 막았다. 서울은 그런 둘을 보고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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