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보편적 연애 [완]

[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9 [29장]

권정선재 2019. 1. 16. 00:28

29

나가는 거 더 늦어질 거 같아요.”

괜찮습니다.”

아니요.”

서울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괜찮지 않았다. 서른이라는 나이는 어느 정도 스스로에 대해서 책임을 질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 자신은 전혀 그렇게 하지 못했다.

너무 미안해요.”

.”

서울의 말을 가만히 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케익 먹을래요?”

? 아니요.“

같이 먹어요.”

아니?”

서울의 대답에도 불구하고 용준은 주방으로 가서 케익을 들고 왔다. 그리고 씩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같이 먹자고요.”

나는 괜찮아요.”

한서울 씨. 모든 사람들이 다 달리기만 할 수는 거예요. 때로는 이렇게 케익을 먹으면서 쉬는 거죠.”

세인의 다정한 미소에 서울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인의 말을 따르는 것. 처음에는 난처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기분 좋은 일이었으니까.

그럼 내가 미안하잖아.”

그러니까 먹어요.”

?”

일단 달콤하게.”

일단 달콤.”

서울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게 뭐야?”

한 번 즐기는 거죠.‘

서울은 한숨을 토해냈다. 세인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걸까?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한 입 가득 케익을 먹었다.

맛있어!”

그렇죠?”

부러 더 장난스럽게 먹는 세인을 보며 서울은 그저 웃었다. 자신을 위해서 저렇게 해주는 게 고마웠다.

하여간.”

그냥 웃으면 되는 거예요.”

서울은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자기가 해.”

?”

이제 곧 퇴근을 해야 하는 일이었다.

무슨.”

겨우 20분 남은 시간에. 자신이 해야 하는 일도 아니고. 본인이 해야 하는 일을 준다는 게 어이가 없었다.

이거 제 일이 아닌데요.”

?”

부장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무슨?”

제가 해야 하는 일이라면. 퇴근 시간을 앞두고 두셔도 하겠지만. 이건 제 일이 아닌 거잖아요. 도와달라는 것도 아니고요.”

그럼 도와줘.”

싫어요.”

서울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누군가가 도와달라고 해서 모두 다 들어줄 이유는 없었으니까.

지금 부탁의 태도 아니시잖아요.”

무슨.”

서울은 싱긋 웃으며 가볍게 서류를 두드렸다.

어차피 야간 아니세요?”

뭐라고?”

그럼 저는 들어갈게요.”

부장은 기가 막힌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서울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그런 그를 응시했다.

그럼 전 이만.”

한서울 씨 웃기네.”

?”

사람이 말이야. 하여간 여직원은.”

서울은 그 순간 바로 휴대전화를 꺼냈다.

당사자 간의 녹음은 불법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이런 식으로 성차별적인 발언하시는 거 안 되는 거 아실 거고요.”

무슨.”

말씀 하시죠.”

부장은 그런 서울을 보며 혀를 내두르고 돌아섰다.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때 시계 시침은 6으로 향했다.

그럼 저는 이만 들어가볼게요.”

뭐 저런.”

욕설이 들렸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짐을 챙겼다. 더 이상 밀리지 않을 거였다.

 

전화를 안 받으면 내가 못 올 거라고 생각을 한 거야?”

아니.”

서울이 집으로 들어오자 철수가 놀란 표정이었다. 서울은 그런 그를 보며 어이가 없어서 미간을 모았다.

너 뭐 하는 거야?”

그러니까.”

내용증명 받았지?”

?”

철수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돈 갚아.”

무슨.”

안 갚을 거야?”

, 갚아야지.”

철수의 대답에 서울은 싱긋 웃었다.

그래야지.”

일단 이게 증거가 되는 것인지는 몰라도, 철수의 입에서 이런 말을 들은 거였으니까. 그래도 다행이었다.

그래도 우리 연인이었는데 조금이라도 사이가 좋아야 하는 거 아니야? 이거 조금 과한 거 같은데?”

너 때문이지.”

그거야.”

그럼 나는 갈게.”

아니.”

철수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더 하기도 전에 서울은 집을 나섰다. 더 이상 들을 것도 없는 이야기였으니까.

 

내용증명을 보냈다고요?”

.”

진작 했어야 하는 일이었다.

걔 어차피 지금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으니까. 이쪽에 더 긴장을 하고 바로 답이 올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괜찮겠어요?”

?”

그쪽 어머니.”

.”

그 정도는 감당해야만 하는 거였다. 애초에 제대로 되지 않은 놈을 만난 것은 이쪽의 실수였으니까.

그리고 세인 씨. 나 다른 남자랑 데이트도 했어요. 같이 회사에 다니는 대리님하고 영화 봤어요.”

데이트요?”

. 직장 사람이니까.”

. 축하. 축하해요.”

세인의 어색한 칭찬에 서울은 미소를 지었다. 이런 식으로 하는 편이 서로를 위해서 옳은 거였다.

미안해요.”

왜요?”

세인 씨 고백 거절해서.”

아니요.”

세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의미도 없는 희망고문을 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서울 씨처럼 명확하게 거절을 해주는 편이 더 낫습니다.”

그래도요.”

아니요.”

세인의 대답에 서울은 미안하면서도 겨우 미소를 지었다.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었다.

좋은 사람이에요.”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순간 능청스러운 대답에 서울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게 뭐야?”

왜요?”

너무 스스로를 잘 알아.”

너무 잘 알았으니까.”

서울은 머리를 뒤로 넘기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살짝 뾰루퉁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미소를 지었다.

곧 나갈 거예요.”

내 고백을 거절해서 그런 거라면 정말 괜찮으니까 더 있어도 괜찮습니다. 빠르게 나갈 이유 없어요.”

서울은 혀로 입술을 적시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그런 건 아니었으니까. 자신은 가야 하는 거였으니까.

뭐가 되든 고마워요.”

서울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방으로 들어갔다.

 

야근이요?”

원한다며?”

. 좋아요.”

서울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요.”

?”

좋아요. 야근.”

역장은 다소 당황한 모양새였다. 아마 서울이 잘못했다고 말하고 꼬리를 내릴 거라고 생각을 했던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대신 아시는 것처럼 제가 쉴 공간이 따로 있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역장님도 아실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

그게 규정이잖아요.”

아니 규정이라니.”

서울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설마 역장이 자신을 골탕먹이기 위해서 이런 것도 생각을 안 한 건가?

그럼 전 몇 파트에 들어가나요?”

?”

“3파트로 돌아가잖아요.”

그러니까.”

보나마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세세하게 생각을 하지 않고 그저 자신을 놀리기 위해서 일단 지르고 본 것인 모양이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에 말려들 생각도 없었고 얌전히 당해주지도 않을 거였다.

세 파트로 나누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건 그렇지.”

역장의 당황한 모습을 보면서 서울은 짧게 고개를 숙였다. 다행히 다른 생각은 더 없는 모양이었다.

 

괜찮은 거죠?”

그럼요.”

용준의 물음에 서울은 씩 웃었다.

이 정도 가지고.”

그래도.”

괜찮아요.”

서울의 밝은 미소에 용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 했어요.”

나 늘 잘 해요.”

그럼요.”

용준 씨.”

?”

그렇게 하나하나 다 걱정하지 마요. 나 어린 아이도 아니고. 나도 이제 여기에서 5년 일을 하고 있어요.”

그러네요.”

용준은 혀를 살짝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서울을 걱정하는 것과 그를 생각하는 것 사이에 어떤 괴리 같은 것이 있었다.

그리고 너무 이러지 마. 나 때문에 용준 씨가 괴롭힘을 당할 거 같아서 그게 걱정이 되고 그래요.”

나 쉽게 안 당해요. 조심히 가요.”

근무 잘 해요.”

서울은 가볍게 손을 들었다. 정말 신기한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