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너는 없었다 [완]

[퀴어 로맨스] 너는 없었다. [72장]

권정선재 2019. 1. 15. 23:06

72

상태가 안 좋은 건 사실이니까.”

그래도 이건 아니죠.”

이사장은 미간을 모았다.

그쪽이 뭐라고?”

대리인입니다.”

대리인?”

사람들 사이의 웃음소리.

아니 도대체 밖에서 이 회사를 어떻게 생각을 할 거라고 보고 그런 말을 함부로 하는 겁니까?”

?”

다들 비웃을 거라는 걸 모르고 지금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라면 그거 오산입니다.”

그런 거 아닙니다.”

동선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도대체 왜 자신이 이런 해명을 하고 있어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답답했다.

지금 여기에 와서 무슨 말을 하고자 하시는 건지 모르겠지만 저는 재단을 설립하고자 합니다.”

그쪽이요?”

여성 이사가 비꼬듯 반문했다.

무슨?”

늙은 남성 이사도 코웃음을 쳤다.

지금 여기에서 회의를 하실 것이 아니라면 저는 여기에 있을 이유가 없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지금 저희가 해야 하는 것은 회의고. 여기에서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하는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아니.”

저는 찬성입니다.”

영우가 손을 들면서 말하자 모두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저는 이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영우는 동선의 눈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모르겠군.”

동선의 물음에 서혁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자신이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하는 걸까?

나는 그 녀석이 더 이상 구설에 오르지 않기 바라네.”

구설이라니.”

그 재단을 도대체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이해를 할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건가?”

서혁의 반문에 동선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건 서혁의 말처럼 꽤나 복잡하게 진행이 될 수도 있는 거였다.

이 모든 답답함이 나도 너무나도 갑갑하지만. 나는 사실 그 녀석의 재단을 반대하고 싶네.”

그럼 이대로 두시겠다는 겁니까?”

아니.”

동선의 날이 선 물음에 서혁은 고개를 저었다.

바꿀 거야.”

?”

더 이상 이런 식은.”

서혁의 대답에 동선은 눈을 가늘게 떴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모르겠습니다.”

기민의 물음에 동선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푹 숙였다.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너무 어려웠다.

다들 우리 입장에 대해서 공감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이건 전혀 다른 경우인 거 같습니다.”

저도 같이 들어갈 걸 그랬습니다.”

그럴 걸 그랬나요?”

동선의 미소에 기민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나는 도왔어.”

?”

영우의 말에 기민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러니까.”

그 자식이 아니라고 해?”

아니요.”

영우의 날이 선 물음에 기민은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괜히 동선과 영우가 부딪치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그저 바라는 것을 이루지 못해서 그런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아무 것도 모르고요.”

그렇지.”

영우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의자에 몸을 기대며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건지 모르겠는데 내가 찬성을 해도 다들 움직이지 않아.”

.”

아마 돈 떄문이겠지.”

.”

배당 문제일 거였다.

그 동안 다들 그런 중간 업체가 있다는 걸 몰랐던 것은 아니니까. 그런 회사가 가운데 있는 것에 대해서 불만을 갖지 않는 것은 그것이 배당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는 거니까.”

그럼 제가 뭘 해야 하는 겁니까?”

아니.”

영우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내가 알아서 하지.”

알겠습니다.”

기민의 대답에 영우는 물끄러미 그를 응시했다.

뭘 바라는 거지?”

?”

뭘 하려는 거야?”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영우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너무나도 복잡했다.

네 녀석이 도대체 왜 거기에서 뭔가를 하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어. 이 상황도 이해가 안 가고.”

저도 모르겠습니다.”

기민의 미소에 영우는 침을 삼켰다.

 

다들 너무하네요.”

모르겠습니다.”

은수의 분노에 동선은 그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도대체 어떤 일들이 더 일어나야 하는 걸까?

그 녀석은 이제 정말 지쳐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동선 씨가 옆에서 뭐라도 더 하려고 하는 거. 이런 거 알면 되게 고마워할 거예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왜요?”

그냥 그렇게 느껴져요.”

에이.”

은수는 동선의 팔을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잘 하고 있어요.”

고맙습니다.”

동선 씨 정말 많이 지쳐 보여요.”

그렇습니까?”

동선은 얼굴을 만지며 한숨을 토해냈다. 스스로도 이제 점점 더 지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너무나도 힘들고 버거운데 이제 여기에서 멈출 수 없다는 것. 이것 자체가 문제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그 녀석은 왜 재단을 차리려고 해요?”

자기 이름을 찾고 싶어하는 거 같아요.”

이름.”

은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의 이름을 갖는 것. 그런 긍정적인 이유도 있을 거였다.

마치 프레디 머큐리 같네요.”

?”

아 보헤미안 랩소디 보니까.”

영화요?”

못 봤죠?”

.”

동선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시간이 없으니까.”

퀸의 메인 보컬이었던 프레디 머큐리는 에이즈로 죽은 양성애자였어요. 그리고 그가 죽고 난 이후의 같은 그룹의 팀원들이 그를 기리기 위해서 프레디 피닉스 재단을 차렸다고 하더라고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조금 더 분명하게 무언가를 잡아야 하는 거였다.

고마워요.”

?”

서은수 씨 덕분입니다.”

나요?”

은수는 자신을 가리키며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사실 가까이에서 보면 문제가 어디에 있는 건지. 그리고 어떻게 해결을 해야 하는 건지 모르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

그런데 그걸 서은수 씨가 제대로 짚어줘요.”

저 잘 한 거죠?”

.”

은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선도 그런 은수의 눈을 보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

싫어.”

동선의 제안에 영준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하고 싶지 않아.”

?”

내가 아팠다는 거. 사람들이 평생 기억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나는 너무나도 싫어. 그거 추하잖아.”

아니.”

동선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영준의 손을 꼭 잡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지금 치료를 할 수 없는 거지만. 돈이 없어서 치료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거야.”

하지만.”

청춘들 중에.”

영준은 미소를 짓다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답답했다. 가슴이 콱 막히면서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런 걸 한다고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 웬 부잣집 도련님이 미친 짓을 한 거라고 생각을 하겠지.”

적어도 내가 죽기 전까지는 너를 위해서 뭐든 다 할 거야. 너의 이미지를 망치지 않을 거야.”

?”

내가 바로 잊을 거라고 생각해?”

동선은 영준의 뺨을 만지며 씩 웃었다.

안 그래.”

하지만.”

김영준.”

동선의 낮고 탁한 목소리에 영준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메마른 입술을 겨우 혀로 적셨다.

네가 나로 인해서 더 이상 나의 삶을 망가뜨리게 하고 싶지 않아. 너 그러면 안 되는 거니까.”

나는 너로 인해서 삶이 망가지지 않았어. 내가 이미 말했잖아. 네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런 것들을 누리지 못했을 거야. 누군가가 내 말을 이렇게 귀를 기울여서 들어주는 거. 이거 꽤나 흥미로운 일이야.”

그래도 이건 아니야.”

영준은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동선을 위해서라면 자신이 한 발 뒤로 물러나고 그를 지켜보는 게 우선이었다.

그렇게까지 나서지 마.”

싫어.”

백동선.”

나는 정말 싫어.”

동선은 영준의 손을 꼭 잡았다.

김영준 우리 이런 걸로 싸우지 말자.”

아니.”

어차피 내 뜻대로 할 거라는 거 알잖아.”

하여간 미워.”

그래서 사랑해.”

영준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침을 꿀꺽 삼켰다. 그로 인해서 자신이 하루라도 더 살 수 있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