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너는 없었다 [완]

[퀴어 로맨스] 너는 없었다. [73장]

권정선재 2019. 1. 15. 23:09

73

?”

.”

안 된다.”

서혁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 녀석이 아프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그리 오랜 시간 기억하게 만드는 거. 나는 싫다. 정말 싫어.”

부자시네요.”

뭐라고?”

동선은 미소를 지으며 혀로 입술을 축였다. 그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제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그 녀석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는 거. 그 목적에 대해서 아주 조금이나마 찾은 거 같습니다.”

도대체 우리 회사에서 왜 그런 환자들을 위해서 돈을 대야 한다는 거지? 제약도 갖고 있지 않아.”

그러니 투명하죠.”

투명.”

서혁은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그리고 물끄러미 동선을 응시했다. 하여간 이상한 녀석이었다.

네가 마음에 들지 않아.”

저도 회장님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뭐라고?”

서혁은 소리가 나게 테이블을 내리쳤다.

건방진.”

그렇죠.”

동선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더 후회하시기는 싫으신 거 아닙니까?”

뭐라고?”

더 후회하시게 될 겁니다.”

무슨.”

그 녀석 정말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동선의 덤덤한 고백에 서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너무나도 어려운 선택. 서혁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지금 네 녀석이 생각을 하기에는 정말로 그 녀석의 이름을 평생 남기는 게 옳다고 생각을 하는 건가?”

.”

그럼 자네도 남아.”

알고 있습니다.”

동선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 정도 사실도 모르고 이런 선택을 하는 건 아니었다.

그 녀석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건 평생의 내 인생을 바치는 것. 그걸 해야 한다는 겁니다.”

도대체 왜?”

사랑하니까요.”

아니.”

서혁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

?”

왜 그 녀석을 사랑하는 거지?”

무슨.”

말도 안 되잖아.”

서혁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난 것이 그리 오랜 시간이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자신의 모든 것을 다 걸면서 모든 인생을 걸어도 된다는 것. 그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거였다.

그 녀석은 없어.”

.”

그런데 왜?”

그러게요.”

동선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미친.”

부탁입니다.”

동선은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서혁은 그런 그를 보며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왜 그런 선택을 하려는 거냐?”

그러게요.”

동선과 같은 대답에 서혁은 이맛살을 지푸렸다. 영준과 영우. 다른 듯 하면서 꽤나 닮은 녀석들이었다.

형제군.”

?”

아니야.”

서혁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가 눈을 감았다. 너무나도 어려운 선택이었다.

아버지께서 하시지 않는다고 해도 언젠가 제가 할 겁니다.”

뭐라고?”

서혁은 다시 눈을 떴다.

무슨?”

이 회사 제 거가 될 거니까요.”

네 것?”

서혁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무슨?”

왜요?”

너는 이 회사를 가질 자격이 없어.”

자격.”

영우는 혀로 입술을 축이며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격 같은 것. 너무나도 어려운 말이기는 하지만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 이것을 지키는 게 중요한 거였다.

그 녀석이 하려는 걸 알 거 같습니다.”

뭐라고?”

형이 왜 이러는지 알 거 같습니다.”

.”

평소에 영우가 영준을 인정한 적이 업식에 서혁은 눈을 감았다. 관자놀이를 바늘이 쿡쿡 찌르는 기분이었다.

이해가 되지 않는군.”

그래서 혼자이신 겁니다.”

뭐라고?”

그 매점. 만나지 않으시더군요.”

내 뒷조사를 한 거냐?”

.”

서혁의 날이 선 물음에 영우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서혁은 어이가 없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어떻게 그런 짓을 하지?”

무슨 말씀이죠?”

너에게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을 하는 거냐?”

아니요.”

영우는 싱긋 웃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자신에게 그런 자격 같은 것이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자격이 없다고 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 그거 너무나도 우스운 일이니까요.”

영우는 침을 꿀꺽 삼키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

영준은 눈도 뜨지 않았다.

미안해.”

?”

아니야.”

영준은 낮은 한숨을 토해냈다. 동선은 그런 그의 가슴에 고개를 묻었다. 낮게 오르는 그 가슴에 가슴이 콱 막히는 기분이었다.

.”

.”

나른한 목소리. 동선은 그저 미소를 지었다.

 

병원에 있을 시간 아니에요?”

자더라고요.”

.”

은수는 동선의 손을 잡았다.

그러니까.”

.”

동선은 침을 꿀꺽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가슴이 너무 먹먹했다. 아프고 아린 순간이 다가오는 중이었다.

 

어디 다녀와?”

유준이었다.

이제 내 말에 동의할 생각 있어?”

너 죽이고 나도 죽을까?”

?”

살 이유가 없는데.”

순간 동선의 눈에 정말로 살의가 느껴지자 유준은 뒤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동선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상태가 안 좋으신 거 같습니다.”

. 그래요?”

기민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좀 쉬시는 게.”

아니요.”

동선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못 그래요.”

하지만.”

고맙습니다.”

자신의 말을 막자 동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민은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다시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괜찮아?”

.”

그래.”

동선은 영준의 손을 꼭 잡았다.

사랑해.”

나도 사랑해.”

영준은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엷은 미소를 지으며 동선의 눈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고마워.”

. 잘 자.”

고마워.”

동선은 애써 미소를 지었다.

 

매일 오는 건가?”

.”

서혁을 보고 동선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렇습니다.”

미안하군.”

?”

그리 하겠네.”

무슨?”

재단.”

.”

동선은 겨우 미소를 지었다. 영준이 조금 더 건강할 때 이런 걸 다행이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다행이었다.

고맙습니다.”

왜 자네가 인사를 하나?”

이제 저 녀석은 제 책임이니까요.”

내 아들이야.”

아니요.”

동선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영준은 더 이상 서혁과 아무런 연관을 두고 싶지 않았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저 녀석에게는 제가 말하겠습니다.”

지금.”

못 일어납니다.”

.”

서혁의 눈에 순간 어떤 기색이 스쳐갔다.

더 후회할 일 만들지 마십시오.”

그래.”

바로 발표할 준비를 해주십시오.”

뭐라고?”

저 녀석이 눈을 뜨는 순간. 가시죠.”

서혁은 침을 꿀꺽 삼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동선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가 떴다.

신기한 녀석이군.”

고맙습니다.”

동선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동선은 짧게 고개를 숙였다. 서혁은 잠시 그를 더 물끄러미 응시하다가 돌아섰다. 동선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