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보편적 연애 [완]

[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8 [33장]

권정선재 2019. 1. 17. 17:21

33

주간을 비운다고?”

.”

아니.”

서울의 말에 역장은 미간을 모았다.

그건 안 되는 거지.”

왜요?”

뭐라고?”

왜 안 되는 거죠?”

서울은 정말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이 해야 하는 일. 이제 야간도 서는 거면 주간을 비우면 되는 거였다.

다른 직원 분들도 그런 식으로 근무를 하는 걸 알고 있는데. 저는 왜 그렇게 근무하면 안 되는 거죠?”

그거야.”

역장은 쉬이 말을 찾지 못했다.

어차피 첫 달이라서. 야간에 익숙해져야 하니까. 이런 식으로 진행을 하겠습니다. 휴무는 주간에 몰죠.”

역장은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저었다.

 

같이 하게 되었네요.”

그러게요.”

용준의 말에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나는 아마 별다른 도움이 되지는 못할 거예요. 그 동안 야간 근무를 해본 적이 없으니까.”

에이. 별 거 없습니다. 서류야 주간일 때 다 처리를 하니까요. 다들 편해서 이거 하는 거라고요.”

그래요?”

그럼요. 하루를 다 비우니까.”

그런가.”

그리고 역장도 없고.”

용준이 낮게 말하면서 하는 말에 서울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말처럼 역장과 같이 근무하지 않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그러네.”

그래서 저 야간 다 하잖아요.”

맞다.”

용준도 그런 식으로 근무를 하고 있었다. 나이가 있는 직원들을 피하기는 하지만 젊은 축에서는 오히려 나았다.

그럼 중간 날에 연극 보러 가요.”

그래요.”

서울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면 더 있어요.”

?”

세인의 말에 서울은 미간을 모았다.

하지만.”

어차피 그럼 낮에 쉬게 되는 거잖아요. 그럼 나랑 더 마주치지 않게 될 거예요. 그리고 나 이제 일도 하고요.”

일이요?”

그 동안 글을 쓴다는 이유로 집에만 있던 사람이었는데. 세인은 유난히 약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무슨 일이요?”

서점이요.”

힘들 텐데.”

그렇죠.”

세인은 입술을 내밀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힘들 거라는 건 알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이런 식으로 쉴 수는 없는 거니까요.”

글은요?”

사실 모르겠어요.”

.”

세인의 대답에 서울은 혀를 내밀었다. 자신이 이에 대해서 다른 말을 더 할 수도 없는 거였다.

그렇다고 아예 포기한 건 아니에요.”

그냥 써요.”

?”

글 좋아.”

그래요?”

서울의 칭찬에 세인은 어색하게 웃었다.

“10년이에요.”

하지만.”

길이 안 보여.”

그렇죠.”

글이라는 것. 예술 쪽. 그쪽은 쉽게 뭔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그건 자신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한서울 씨가 그런 식으로 말을 해주니 고맙네요. 내가 뭔가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고.”

내가 아니라도 그런 걸.”

아니요.”

서울의 대답에 세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 누구도 그렇게 말해주지 않아요.”

에이.”

한서울 씨가 좋은 사람이니까.”

세인에게서 이런 말을 들으니 정말로 자신이 좋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세인은 좋은 사람이니까.

고마워요.”

에이.”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나갈 거예요.”

그러지 말지.”

?”

해나도 반성하고 있어요.”

해나.”

결국 둘 사이에 있는 사람.

일단 나는 쉴게요.”

. .”

서울은 방에 들어와서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흔들었다. 겨우 수습 비슷한 것을 해둔 것인데. 다시 자신이 여기에서 살기로 한다면 또 다른 문제가 될 거였다. 그건 자신이 원하는 게 아니었다.

한서울 그만 하자.”

누군가의 선의에 기대는 것. 더 이상 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그런 식으로 할 수는 없는 거였다.

 

조심하라고?”

.”

?”

누나 엄청 찾더라고.”

.”

부산의 경고에 서울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래?”

서울이 돈을 벌고 나서 자기 손으로 돈 한 번 번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가져가는 사람.

너에게는 뭐라고 안 해?”

전화 나도 무시하고 있어.”

?”

나에게도 돈 달라고 하더라고.”

.”

부산의 말에 서울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결국 춘자의 문제였던 것을 자신은 도대체 누구의 탓을 한 건지.

너는 돈 있어?”

그럼.”

무슨?”

아르바이트 하거든.”

공부나 하지.”

됐습니다.”

부산은 입술을 쭉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내가 다니는 과. 국문과라서 취업도 안 돼. 이쪽 말고 다른 걸 어서 준비를 해야 할 텐데.”

무슨 말이 그래?”

사실이잖아.”

아니야.”

서울의 단호한 말에 부산은 싱긋 웃었다. 그리고 서울의 눈을 보면서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거 어떻게 견뎠어?”

?”

나는 못 견디겠더라고.”

무슨.”

매일 전화가 와.”

. 그거.”

춘자의 버릇이었다. 자식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전화를 한다고 하면 쉴 새 없이 전화를 하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우리 두 사람이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생각을 하니까. 당연히 그래도 된다고 믿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아니 뭐 숨 쉴 구석이라도 있어야 이걸 다르게 보는 거 아니야?”

그런가?”

서울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음료를 마셨다. 자신이 그 동안 말을 했을 때는 들은 척도 하지 않더니. 정작 자신의 일이 되니 이렇게 열을 내는 부산을 보며 묘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나 이제 일을 하기 바쁠 거야.”

?”

야간으로 돌리기로 했어.”

여자도 해?”

당연하지.”

부산의 질문에 서울은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는 못 해?”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런데?”

아니.”

부산은 침을 삼키고 고개를 저었다. 아마 그런 의미가 아닐 거였으니까. 그럼에도 이런 말을 동생에게 듣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엄마 대단하네.”

뭐가?”

회사는 안 가잖아.”

그런가?”

이걸 대단하다고 말을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부산의 말을 들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회사까지 한 번만 더 찾아오면 다 뒤집을 거라는 거. 그거 알고 있으니까 그러는 거겠지.”

그래도.”

한부산. 너 잘 해.”

?”

너 자신에게.”

서울의 지적에 부산은 장난스러우면서도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은 그런 그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이거 먹을래요?”

뭐예요?”

크레이프요.”

우와.”

세인의 반기는 것을 보며 서울은 미간을 모았다.

왜 그래요?”

?”

너무 과하잖아.”

한서울 씨가 사온 거 처음이잖아요.”

?”

세인의 말을 듣고 나니 서울은 멍해졌다. 자신이 정말로 세인에게 아무 것도 사준 적이 없던가.

그러니까.”

맛있겠어요.”

놀란 서울과 다르게 세인은 그제 크레이프만 반기는 모양새였다. 그래도 고마운 사람이었다.

한서울 씨는 안 먹어요?”

저도 먹어야죠.”

제가 음료 내올게요.”

그래요.”

세인이 열심히 준비하는 것을 보며 서울은 미소를 지었다. 정말로 신기하고 고마운 사람이었다.

일단 집을 억지로 구하지는 않을게요. 그냥 자연스럽게 구해지면. 그때 나가도록 할게요. 그래도 괜찮은 거죠?”

그럼요.”

세인의 말을 들으니 더욱 마음이 편해졌다.

이거 좀 도와줄래요?”

. 같이 들어요.”

서울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부엌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