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보편적 연애 [완]

[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8 [32장]

권정선재 2019. 1. 16. 15:45

32

그 정도 돈 가지고는 안 되지.”

어려울까요?”

서울은 눈썹을 긁적였다.

많이?”

당연하지.”

공인중개사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요즘 사람들은 이게 문제야. 돌아가는 시세 같은 것은 모르고 무작정 이렇게 돌아다니는 거니까.”

그래요.”

자신이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 건지.

여자라서 더 비싸.”

?”

이건 또 무슨 말이지.

안전해야 하는 거잖아.”

그건 남자들이 책임을 져야죠.”

?”

됐습니다.”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가 순간 자신이 그렇게 미소를 지을 이유가 없다는 사실에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한 번 더 보고 돌아섰다. 이런 소리를 돈을 들고 들을 이유는 없으니까.

 

다행이네요.”

그렇죠.”

서울의 대답에 용준은 미간을 모았다.

그런데 왜 그래요?”

?”

표정이 안 밝아.”

.”

서울은 혀를 살짝 내밀고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지 않아요.”

거짓말.”

?”

다른 일이 더 있잖아요.”

아니요.”

굳이 이런 것까지 아이처럼 모두 다 용준에게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해야 할 이유도 없었다.

용준 씨는 혼자 살아요?”

. 그래서 많이 힘들어요. 집에 그냥 있을 걸.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내가 왜 이런 건지 싶기도 하고.”

그래도 부럽네요.”

?”

자유로우니까.”

그런가?”

용준은 턱을 긁적이면서 장난스럽게 웃었다.

한서울 씨 다 잘 될 겁니다.”

그럼요.”

서울은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잘 되고 있으니까.”

서울은 심호흡을 하며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당연히 잘 할 거예요.”

서울의 미소에 용준도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이렇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고마웠다.

 

해나가 미안하다고 전해주래요.”

.”

서울이 간단한 대답에 세인은 침을 꿀꺽 삼켰다.

저기.”

왜요?”

해나 용서해주면 안 될까요?”

?”

이런 말을 세인이 하니 다소 당황스러웠다. 이건 세인이 끼어들어서 뭐라고 말을 할 일이 아니었다.

이건 내 일이에요. 나와 해나 사이의 일인데. 이것에 대해서 세인 씨가 다른 말을 하지 않기 바라요.”

하지만 내가 중간에 있지 않았더라면 두 사람 사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니까. 안 그렇습니까?”

아니요.”

서울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세인이 아니더라도 결국 이렇게 되었을 거였다.

세인 씨가 이런 말 하는 거 불편해요.”

하지만.”

?”

알겠습니다.”

서울이 다시 한 번 채근하자 세인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혹시 내일 시간이 나나요?”

?”

이런 말을 하는 게 웃기기는 한데. 내일 집 보는 거. 같이 가줄래요? 확실히 여자 혼자 가니까 무시를 해서.”

좋아요.”

세인이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하자 서울은 미간을 모았다. 자신을 왜 이렇게 도우려고 하는 걸까?

내가 밉지 않아요?”

왜요?”

아니.”

서울은 혀로 입술을 축였다.

왜 그럴까요?”

?”

아니요.”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고마워요. 그럼 나는 쉴게요.”

.”

세인의 미소에 서울도 짧게 고개를 숙였다.

 

좋은 사람.

이거 마셔요.”

고마워요.”

따뜻한 유자차. 분명히 좋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세인은 어딘지 모르게 그저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유자 싫어해요?”

?”

아니. 안 마시기에.”

아 따뜻해서.”

서울은 유리병을 얼굴에 가져가며 싱긋 웃었다. 세인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도 그를 보며 싱긋 웃었다.

 

신혼은 아니고?”

. 그런 건 아닌데. 그래도 조금 좋은 곳을 봐야 할 거 같아서요.”

그래?”

다른 공인중개소이기는 하지만 세인이 같이 있다고 해서 이렇게 태도가 바뀐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너무 길가는 안 되고요. 신축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1층에 비밀번호가 있는 곳이면 좋겠고요.”

남자친구가 아주 꼼꼼하네.”

. .”

서울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보자고.”

그래요.”

 

세인은 집으로 들어가기 무섭게 능숙하게 물을 틀어보기도 하고 여기저기 살폈다. 그리고 뭐라고 말을 하지 않고 정중히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왜 다른 말이 없어요?”

어디가 좋아요?”

?”

저기에서 미리 말하면 안 돼요.”

.”

세인이 턱짓으로 공인중개소를 가리키자 서울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리 말을 하면 이쪽에서 관심을 갖는 줄 알고 우리가 협상권을 꽤나 잃게 되거든요. 그러니 조심해야 해요.”

많이 아네요.”

글을 쓰니까.”

.”

서울은 살짝 입술을 내밀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럼 우리 하나하나 따져볼까요?”

 

근저당은 없는 거죠?”

아유. 이 정도면 괜찮아.”

서울은 입술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보기에도 크게 무리가 갈 정도는 아닌 거 같았다.

이 정도면 괜찮을 거 같아요.”

아니요.”

세인은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거 지금 근저당 잡으면 제 여자 친구보다 우선순위인 거잖아요. 각서를 써주시던가. 뭐가 더 필요할 거 같아요.”

에이.”

공인중개사는 미간을 찌푸렸다.

요즘 이런 집이 어디에 있어?”

왜 없어요?”

?”

그럼 다른 곳을 더 보죠.”

아니.”

공인중개사는 집주인까지 부른 상태에서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세인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집주인을 응시했다.

어떻게 하실래요?”

뭘요?”

. 법적 효력이 없기는 하지만 각서라도 써줄래요?”

각서라니.”

집주인은 입을 내밀었다.

싫습니다.”

그럼.”

세인은 서울을 보며 싱긋 웃었다.

가자.”

? .”

서울도 그런 세인을 따라서 일어났다. 세인은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한결같이 예의가 바른 사람이었다.

 

나 때문에 괜히 미뤄지는 거 아니죠?”

아니요.”

세인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만 가지고.”

그런데 이렇게 나와도 돼요?”

아까 그 각서. 법적으로 아무런 제약도 없는 각서에요. 그런데 그것도 못 써주겠다고 하는 거. 그거 확실히 의심을 가져도 되는 상황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그런 거 더 조심해야 해요.”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해요?”

?”

세인 씨 힘들잖아.”

.”

세인은 빨대를 물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안 힘들어요. 이 정도를 가지고.”

고마워요.”

무슨.”

세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오늘 집을 못 구해서 어떻게 해요?”

원래 이런 건 한 번에 구하는 거 아닙니다.”

그런가?”

하긴 다른 사람들도 집을 구하는 것. 그것에 대해서 그다지 간단하게 생각을 하지 않는 모양새였으니까.

고시원이라도 갈까봐요.”

그러지 마요. 여기 더 있어도 돼요.”

하지만.”

월세는 절대로 안 돼요.”

무조건 전세.

나중에 한서울 씨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원금은 지켜야 합니다. 아는 것처럼 다달이 월세 내는 거. 그거 그리 간단한 금액도 아니고. 적은 금액도 아니라는 거 알아야 해요.”

알아요.”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기한 사람이었다.

고마워요.”

서울의 인사에 세인은 어색하게 웃었다. 정말 고마운 사람.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지만 고마운 사람인 것은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