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보편적 연애 [완]

[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8 [34장]

권정선재 2019. 1. 18. 22:16

34

집을 구하던 거 아니었어요?”

.”

용준의 말에 서울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렇죠.”

용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집에서?”

아니요.”

서울은 혀를 내밀고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어디에 산다고 말을 해도 괜찮은 건가? 서울은 침을 삼켰다.

친구랑 살아요.”

.”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었으니까.

부럽다.”

왜요?”

저는 혼자 사니까요.”

에이.”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많이 춥지는 않죠?”

.”

용준은 서울에게 유자차를 내밀었다. 서울은 그걸 양손으로 쥐면서 가만히 웃었다. 신기한 사람들.

안 싫어하죠?”

. 좋아해요. 어릴 적에는 이거 괜히 모으곤 했어요. 유리병이 괜히 버리기 너무 아까운 거 같아서. 아직 쓸모가 있는 거 같아서. 그런데 결국 버리게 되고 괜히 모았나 싶기도 하고 그러더라고요.”

저는 거기에 장난감 넣어요.”

?”

이 작은 병에.

무슨?”

. 뽑기요.”

. 그 작은 것들.”

. 가챠들을 거기에 넣으면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 안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거 같다고 해야 하나?”

그러네요.”

커다란 것 안에 가챠는 너끈히 들어갈 테니까. 그리고 여기에 잔뜩 쌓여 있으니면 꽤나 귀여울 거 같았다.

이거 볼래요?”

용준은 휴대전화 화면을 보여줬다.

예쁘다.”

그렇죠?”

같은 캐릭터들이 옹기종기 있는 모여있는 모습을 보니 확실히 사랑스럽게 느껴지고 왜 이걸 모으는 게 기분이 좋다는 것을 알 거 같았다.

선물해줄까요?”

아니요.”

서울은 입술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저도 직접 모을래요.”

그래요?”

그럼요.”

용준이 괜히 본인이 뿌듯해 하는 것을 보며 서울은 고개를 저었다. 그때 용준은 시간을 확인하고 아. 하는 소리를 냈다.

그럼 연극 보러 갈까요?”

그래요.”

서울은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이 공연이 무대를 독특하게 써서 좋더라고요.”

무대요?”

연극을 보면서 그런 것은 전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어느 부분이요?”

. 무대가 아무래도 좁고. 배우들의 수가 적잖아요. 그래서 같은 소품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고 하는 것들 있잖아요.”

아 그러네.”

서울은 눈이 커다래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복기해보니 지금 용준이 하는 말이 맞았다. 신기했다.

연극 진짜 좋아하는 군요.”

세 번쨰 보는 거라서요.”

.”

제가 잘난 게 아니라 한서울 씨는 세 번 보면 더 많이 알 겁니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예쁘게 말을 하는 사람이었다.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첫 연극이 용준 씨랑 함께라서 다행이에요.”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습니다. 그럼 식사하러 가실까요?”

좋아요.”

서울은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레 좋아하는 거 같아요.”

그런가?”

식사를 하고 나서 차를 마시며 용준은 입을 내밀었다.

딱히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요.”

늘 카레를 먹잖아요.”

제가 그랬어요?”

그럼요.”

서울의 말에 용준은 입술을 내밀었다. 아마 자신도 자신이 모르는 어떤 버릇 같은 게 있을 거였다. 지금 용준도 자신이 얼마나 카레를 좋아하는지 모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맛있는 카레였다.

이런 카레는 잘 안 먹어서 좋았어요.”

그래요?”

. 카레라고 하면 보통 레토르트 식품을 주로 먹으니까.”

앞으로 맛있는 거 자주 먹으러 다녀요.”

. 그럴까요?”

그러면서도 묘한 기분이 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지금 자신과 용준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저기.”

?”

아니요.”

지금 둘이 무슨 관계인지 묻는 것도 이상하니까.

여기 좋다.”

사람들이 가는 모습을 보며 괜히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왜 여기가 대학로일까요?”

여기 서울대가 있어서 그랬을 걸요?”

. 신기해.”

서울은 감탄을 하면서 살짝 눈을 찡긋하며 용준을 쳐다봤다.

대단해.”

?”

다 알고.”

아뇨. 그냥 잡학다식한 사람이에요. 그리고 사실 제가 말하는 게 모두 다 맞는 게 아닐 수도 있고요.”

그게 뭐야?”

서울은 웃음을 터뜨렸다. 영준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네가 왜 여기에 아직도 있어?”

송해나.”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

나간다며?”

바로 아니라고 했어.”

아니.”

서울의 대답에 해나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이건 아니지.”

뭐가?”

아니.”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왜 자꾸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건지.

됐다.”

. 한서울. 너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내가 그렇게 너랑 세인이랑 불편하다고 말을 하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그건 아니지 않아? 나를 위해서. 아무리 그래도 내가 네 친구인데 이건 아니지.”

친구 아니라고. 우리.”

?”

서울은 물끄러미 해나의 눈을 응시했다. 자신은 과연 친구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 자신과 해나는 친구가 아니었다.

우리가 이상한 사이라는 거. 나보다 네가 더 잘 알고 있지 않아? 우리 두 사람 여기에서 끝이야.”

혹시 그 집이 탐이 나?”

?”

그래서 거기에 있는 거니?”

무슨.”

이건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 건지.

얘기가 왜 그리로 가?”

걔가 아무리 우울증이라고 해도 너에게 모든 걸 다 의지하지 않아? 세인이 마음 파고들 생각 하지 마.”

너무 어이가 없으니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자신을 어떻게 보기에 이런 말을 할 수가 있는 걸까?

이게 네가 나를 친구로 보지 않는다는 거야.”

?”

서울은 해나를 밀어냈다.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왜 세인 씨가 사과를 해요?”

해나는 내 사촌이니까.”

아니요.”

이건 세인과 관련이 없는 거였다.

미리 말을 해두는 거예요.”

고마워요.”

혹시라도 해나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더라도. 나는 세인 씨가 다치지 않기를 바라요.”

좋은 사람이에요.”

무슨.”

세인의 칭찬에 서울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쉬어요.”

치킨 먹을래요?”

?”

내가 살게요.”

.”

세인의 말에 서울은 잠시 멈칫했다. 그러다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와 같이 한다는 것. 이게 바로 같이 사는 것의 의미일 거였다.

내가 쏠게요.”

내가 먹자고 했는데.”

그래도 내가 쏠게요.”

좋아요.”

서울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서울 씨는 취미가 없는 거 같아요.”

취미요?”

늘 바로 퇴근하고.”

.”

그러고 보니 취미가 없었다.

뭐 좋아하는 거 없어요?”

.”

?”

없어요.”

서울은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무 이상한 말이기는 하지만. 이건 사실이었으니까. 굳이 숨길 게 없었다.

늘 바쁘게 살았어요. 엄마는 늘 나를 모질게만 대했거든요. 그래서 나를 지키기 위해서 돈을 벌었어야 했어요. 늘 돈을 벌고. 학교 다닐 때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리고 바로 취업을 하고. 그러면서도 아르바이트도 하고. 나를 위해서 쓸 수 있는 시간 같은 거 하나도 없었거든요.”

그럼 만화책 추천해도 될까요?”

?”

일이 바쁜 건 알지만.”

좋아요.”

세인의 조심스러엔 제안에 서울은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좋아요.”

괜찮아요?”

.”

혹시라도 내 제안이 무시라거나.”

아니요.”

세인의 조심스러운 말에 서울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건 세인이 너무 조심스러운 거였으니까.

이세인 씨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알고. 나에게 정말로 선의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고마워요.”

그럼 잠시만 기다려요.”

뭐라고 말리기도 전에 세인이 방으로 가는 모습을 보고 서울은 웃음을 터뜨렸다. 신기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고마운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