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보편적 연애 [완]

[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8 [35장]

권정선재 2019. 1. 18. 23:55

35

싫습니다.”

저도 싫어요.”

부장의 말에 서울은 미간을 모았다.

무슨?”

그냥 해.”

아니.”

역장의 말에 부장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서울을 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한서울 씨는 할 말이 없어?”

왜요?”

아니.”

좋아요.”

서울은 심호흡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로 들어갈게요.”

아니.”

부장은 인상을 구겼다.

하나도 또라이고. 다른 하나도 또라이를 받으라고요?”

말씀이 지나치시네요.”

역장은 손을 휘휘 저었다. 더 이상 다른 말을 더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였다. 부장은 어이가 없어서 입을 벌린 채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거 마셔요.”

아까 괜찮아요.”

용준이 내미는 음료를 받으며 서울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말 하루이틀도 아니고.”

나 위로하려고 산 건데?”

?”

한서울 씨 때문에 나까지.”

.”

용준이 장난스럽게 상처를 받은 표정을 짓자 서울은 웃음을 터뜨렸다. 용준은 그런 그를 따라 웃었다.

그러네. 그런데 나보다 용주 씨가 더 그런 거 같은데.”

?”

안 그래요?”

아닌데.”

맞는데.”

서로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기분이 좋았다.

 

일 힘들지 않아요?”

괜찮아요.”

서울의 물음에 세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서점이라는 공간이니까. 힘을 쓰는 일이 있기는 한데.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조용한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그렇구나.”

한 번 와요.”

그래도 돼요?”

그럼요.”

서울은 혀를 살짝 내밀었다.

그래도 내가 가면 방해가 되는 거 아닌가?”

그 정도로 손님이 많지 않아서요.”

.”

서울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게 뭐예요?”

? 왜요?”

아니.”

서울은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저었다. 뭔가 느릿하게 말을 하는 그 모습에서 어딘지 모르게 웃음기가 느껴졌다.

그래요. 그럼 가서 바쁘게 해줄게요.”

좋아하는 사람도 같이 와요.”

?”

생겼잖아요.”

아니.”

그냥 데이트 한 번 한 거였다.

그런 거 아니에요.”

거짓말.”

?”

한서울 씨 얼굴이 밝아요.”

저요?”

.”

.”

세인의 말에 서울은 어색하게 웃었다. 자신의 얼굴을 스스로 볼 수는 없으니까. 이 말이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나는 그런 거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그러게요.”

세인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좋아 보여요.”

고마워요.”

아니요.”

세인의 말에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아직 말을 못 했어요.”

?”

우리 둘.”

.”

세인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나 때문에.”

아니요.”

서울은 양손을 흔들었다.

이게 왜?”

그래도 말을 해도 되지 않을까요?”

?”

정말로 그 사람하고 좋은 사이가 되기 위해서라면. 나에 대해서도 더 이상 숨겨서는 안 될 거라고 생각을 해요. 나도 한서울 씨가 그런 선택을 해주는 쪽이 더 마음이 편할 거 같기도 하고요.”

그러네요.”

세인의 입장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의 입장에서도 당연하게 불편하게 느껴질 거였다.

우리가 뭔가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니고 서로에 대해서 떳덧한 기분인데 숨길 이유는 없잖아요.”

그렇죠.”

사실이었다.

천천히.”

그래요.”

세인은 가만히 미소를 지어줬다. 고마운 사람이었다.

 

맛있다.”

그렇죠?”

시장 안에 있는 식당이라고 해서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정말 맛있었다. 돈까스를 바로 튀겨주는데 바삭하고 기분이 좋았다.

맛있어.”

다행이다.”

용준은 정말로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나만 맛있다고 생각을 하고. 한서울 씨는 맛있다고 생각을 하지 않으면. 이거 괜히 미안한 거잖아요.”

왜 미안해요?”

내가 먹자고 한 거니까.”

아니요.”

용준의 대답에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맛이 없다고 느끼는 것은 결국 자신의 문제였으니까.

나는 그저 용준 씨가 이런 걸 먹으면서 내 생각을 해주는 거. 이거 자체가 너무 고맙게 느껴져요.”

다행이다.”

서울은 싱긋 웃었다. 정말 선한 사람이었다. 사소한 것까지도 모두 다 자신의 편이 되어준다는 게 너무 고마웠다.

 

손으로 쓴 책이요?”

. 신기하죠?”

. 신기해요.”

서울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 손으로 쓴 책이라니 뭔가 더 정성스럽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렇게 귀한 걸 줘도 돼요?”

한서울 씨가 안 와서?”

그건.”

농담이에요.”

서울이 다소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자 세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서울은 책을 가슴에 품었다.

정말 고마워요.”

좋아해줘서 고마워요.”

이런 건 당연히 좋아해야죠.”

서울은 책을 가만히 쓸었다. 특별했다.

 

무슨 책이에요?”

선물 받았어요.”

선물이요?”

서울은 용준에게 책을 내밀었다.

직접 쓴 책이래요.”

우와.”

용준의 눈이 순간 반짝거렸다.

이런 곳이 있다는 걸 듣기는 했는데, 그래도 진짜로 이 책을 보니 더욱 특이하게 느껴지네요.”

그렇죠?”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서 일하는 친구가 준 거거든요.”

가봤어요?”

아뇨.”

그럼 같이 가볼래요?”

?”

갑작스러운 용준의 제안에 서울의 눈이 커다래졌다. 같이 가다니.

그러니까.”

싫어요?”

아니요.”

싫은 게 아니었다. 다만 용준의 입장에서 이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할지. 그게 걱정이 되는 거였다.

싫은 건 아닌데. 아직 친구랑.”

. 미안합니다.”

용준은 바로 사과의 말을 건넸다.

내가 한서울 씨랑 같이 가게 되면 괜히 그것에 대해서 다른 설명을 더 해야 할 수도 있는데요. 내가 그냥 이런 게 너무 궁금해서 한서울 씨의 기분 같은 것은 배려하지 않고 말을 했네요.”

그런 건 아니에요.”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걸 가지고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그저 고마운 사람이라는 거.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말을 더 할 것도 없는 거였다.

김최용준 씨. 정말 고마운 사람이에요. 누군가에게 소개를 해주고 싶은 사람이기도 하고. 다만 약간 문제가 있어서요.”

.”

미안해요.”

아니요.”

서울의 사과에 용준은 손을 흔들었다.

무슨.”

그래도 서운하죠.”

아니요.”

용준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서울은 그런 그가 너무 고마웠다. 서울은 더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화를 내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을까요?”

서울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세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한서울 씨의 마음을 그렇게 조심스럽게 배려를 해주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모든 걸 다 말을 하더라도 그에 대해서 다른 말을 더 하거나 불편하게 만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걸요?”

그렇겠죠.”

서울의 걱정에 세인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굳이 말하지 말고요.”

그건 싫어요.”

서울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여기에 더 살 거니까.”

그럼 응원할게요.”

. 그 응원 잘 받을게요.”

서울은 부러 더 밝게 웃었다.

그 사람 좋은 사람이거든요.”

한서울 씨처럼.”

세인의 말에 서울은 혀를 내밀고 생긋 웃었다. 같은 말도 정말 예쁘게 하는 사람이었다. 너무 고마운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