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장
“먼저 밥을 먹자고 하고.”
“왜요?”
“아니.”
서울이 입을 내밀자 용준은 씩 웃었다.
“그냥 신기해서.”
“그럼 먹지 말고요.”
“그게 아니라요.”
서울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중학교 때의 첫사랑처럼 묘한 설렘 같은 것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냥 용준 씨랑 같이 밥을 먹고 싶었어요. 내가 용준 씨에게 지금 해주고 싶은 말도 있고요.”
“하고 싶은 말이요?”
“네.”
서울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다 먹고 해도 돼요?”
“네. 그럼요.”
용준의 간단한 대답에 서울은 밝은 미소를 지었다. 신기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고마운 사람이었다.
“여기 빙수 정말 맛있어요. 그래서 겨울이 기다려지기도 한다니까요? 딸기 빙수는 정말 최고인 거 같아.”
“일부러 그러는 거죠?”
“네?”
서울의 말에 용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슨?”
“하여간.”
“왜요?”
“아니요.”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무슨 자격이 있다고 그에게 이런 말을 할 수가 있을까?
“미안해요.”
“뭐가 미안해요?”
“그게.”
서울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저 친구랑 같이 산다고 했잖아요?”
“네. 같이 산다고 했죠.”
“그게.”
서울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게 남자에요.”
“네?”
용준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바로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 아니에요?”
“맞아요.”
“그럼 이유가 있겠죠.”
“네?”
“누구에게나 자신의 사정은 있는 거니까요. 제가 굳이 한서울 씨의 모든 사정을 다 알 이유는 없잖아요.”
“그래요?”
“그럼요.”
너무나도 당연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누구나의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 주위에 있었다.
“이게 뭐야?”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차올랐다.
“바보 같아.”
“한서울 씨.”
“미안해요.”
“울어요.”
“네?”
“울어도 돼요.”
당연히 당황할 텐데. 함께 있는 사람이 우는 거. 다른 사람들이 보면 이상하게 볼 텐데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고마워요.”
서울은 울음을 참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정말 고마워요.”
“한서울 씨 잘못 없어요.”
용준의 따뜻한 목소리에 봇물이라도 터지듯 눈물이 터졌다. 아이처럼, 아니 아이였을 때도 이렇게 운 적이 없었다. 그렇게 서러움. 모든 삶. 그 모든 것들이 한 순간에 한 번에 터져나왔다.
“좀 괜찮아요?”
“네.”
용준이 사다준 음료를 눈에 가져가마 서울은 고개를 저었다.
“창피해.”
“왜요?”
“애도 아니고.”
“우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에요.”
“그래도.”
용준의 위로에도 이상한 기분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용준은 그저 흐뭇한 눈으로 자신을 보는 중이었다.
“그럼 그 친구가 서점을 하는 거잖아요.”
“아. 서점을 하는 건 아니고. 서점에서 일을 해요.”
“멋있네요.”
“네?”
“저도 책 좋아하거든요.”
“아.”
기억을 더듬어 보니 늘 용준은 책을 들고 다녔다.
“그렇구나.”
“네?”
“아니요.”
용준의 놀란 눈을 보며 서울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오늘 퇴근하고 같이 갈래요?”
“그래도 괜찮아요?”
“네. 그럼요.”
서울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용준도 그런 그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는 나랑 같이 일을 하는 김최용준 씨. 그리고 여기는 내가 같이 사는 하우스 메이트 이세인 씨에요.”
“반갑습니다.”
“반가워요.”
세인과 용준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악수를 나눴다.
“여기에서 그 책을 파는 거군요.”
“아.”
용준의 말에 세인은 밝게 웃으며 책을 들었다.
“이거요.”
“신기하네요.”
용준은 그 책을 손으로 만지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세인도 꽤나 편안한 눈으로 그런 용준을 쳐다봤다.
“고마워요.”
“뭐가요?”
“나를 소개해줘서.”
“아니요.”
용준의 말에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게 뭐라고.”
“아니요. 나에겐 커요.”
용준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벽에 기댔다.
“나를 이렇게 한서울 씨가 아는 사람에게 소개를 한다는 것. 이거 내가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 아니에요?”
“의미.”
그럴 수도 있었다.
“그러네요.”
서울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렇구나.”
“한서울 씨.”
“네?”
용준은 서울을 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우리 이제 사귈래요?”
“아.”
용준의 말에 서울은 잠시 멍해졌다. 너무나도 원하던 질문이기는 하지만 정말로 이 말을 들으니 다소 당황스러운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바로 답해주지 않아도 돼요.”
용준은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 말에 순간 서울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왜 웃어요?”
“네? 그게.”
서울은 숨을 한 번 크게 쉬었다.
“좋아요.”
“네?”
“좋다고요.”
“어.”
서울의 대답에 용준은 마치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멍한 표정이었다. 서울은 입술을 쭉 내밀었다.
“지금 그 반응 뭐지?”
“그러게요.”
“별로 안 좋은가.”
“아니요.”
서울의 느릿한 대답에 용준은 단호히 고개를 흔들었다.
“안 좋을 리가 있습니까?”
“그럼 사귀는 거죠? 오늘부터?”
“네? 네. 당연하죠.”
영준이 당황하며 허둥대는 모습을 보며 서울은 다시금 웃음을 터뜨렸다. 자신을 정말로 좋아해주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좋아요?”
“당연하죠.”
“왜요?”
“왜라니.”
서울의 물음에 용준은 입술을 내밀고 미간을 모았다. 아마도 서울의 질문의 의미를 파악하려는 거 같았다.
“그런 말이 어디에 있습니까?”
“사실 나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왜 용준 씨 같은 사람이 나를 좋아해주는 건지. 너무 고마운데 이상해요.”
“그냥 좋아요.”
그냥. 그게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자신이 연애를 하면서. 누군가를 좋아하는 순간에 이유가 생긴다면. 결국 그게 그 사람을 미워하는 것이 될 테니까. 용준은 정말로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이었다.
“축하해요.”
“정말로요?”
“당연하죠.”
세인의 말에 서울은 어색하게 웃었다.
“한 집에 살면서. 세인 씨의 고백을 들었으면서. 이런 말을 하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래도 숨기기 그래서요.”
“아니요.”
서울의 말을 듣던 세인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내 감정에 의해서 고백한 것을 가지고 한서울 씨가 다른 말을 더 하고 다른 고민을 할 이유는 없어요.”
“고마워요.”
“아니요. 고맙긴.”
정말 신기한 사람이었다. 만일 자신이 이렇게 밝은 환경이었다면 달라졌을까? 만약 자신이 그의 입장이었다면 이렇게 단순힌 겉만이라 하더라도 축하한다는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아마 어려웠을 거였다.
“정말 축하해요.”
서울은 혀를 내밀고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세인 씨를 닮고 싶어요.”
“네? 왜요?”
“나도 그런 밝은 사람이 되고 싶어.”
“그런가?”
세인의 여유로운 대답에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자신도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아마 한서울 씨도 나처럼 할 수 있을 겁니다. 누군가에 대해서 진심으로 편안한 마음을 느끼게 된다면요.”
“편안한 마음.”
자신은 세인에게 그런 사람일까?
“모두 다 고마워요.”
“에이.”
“아니요.”
세인의 간단한 대답에 서울은 침을 삼키며 고개를 저었다.
“만일 이세인 씨가 아니었다면 나는 집에서 나오지 못하고 지금의 나를 찾지 못했을 거야. 절대로.”
서울의 미소에 세인도 그런 그를 따라 웃었다.
'☆ 소설 > 보편적 연애 [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8 [38장] (0) | 2019.01.28 |
---|---|
[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8 [37장] (0) | 2019.01.28 |
[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8 [35장] (0) | 2019.01.18 |
[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8 [34장] (0) | 2019.01.18 |
[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8 [33장] (0) | 2019.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