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보편적 연애 [완]

[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8 [39장]

권정선재 2019. 1. 28. 20:43

39

난 왜 이 모양이야.”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결국 자신은 이런 상황인 거였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호감을 갖는다고 해서 그 호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없는 거였다. 그럴 여유가 없었다.

한서울.”

너무 싫었다. 정말.

 

같이 안 먹을래요?”

미안해요.”

세인의 물음에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세인과 같이 밥을 먹을 기분도 나지 않았다.

나는 밥에서 먹을게요.”

그럼 여기에서 먹어요. 나 다 먹었으니까.”

아니요.”

세인이 빠르게 밥을 입에 넣으려고 하자 서울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지 마요.”

하지만.”

원래 그랬어요.”

?”

.”

서울은 익숙하게. 그릇 하나와 시리얼. 그리고 우유를 들고 방으로 향했다. 세인은 그런 그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혹시라도 배 고프면 뭐든 먹어요.”

알았어요.”

세인의 인사에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애도 아니고.”

걱정이 되어서 그래요.”

왜요?”

시리얼만 먹고.”

이거 꽤 든든해요.”

서울의 대답에도 세인은 입술을 내밀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거 아니죠?”

그럼요.”

서울은 더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세인이 가고 서울은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머리 아파.”

자신을 둘러 싸고 있는 모든 상황. 이 모든 것들이 다 스트레스였고 모두 다 자신을 지치게 하는 거였다.

 

우리 다시 만나면 안 될까?”

?”

철수가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해서 급하게 만난 자리에서 들은 말에 서울은 어이가 없어서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미쳤니?”

뭘 미쳐?”

어떻게 그런 말을 해?”

?”

아니.”

서울은 머리를 뒤로 넘겼다. 어떻게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가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가 왜 헤어진 건데? 너 때문이잖아. . 그런데 도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반성하고 있어.”

아니.”

반성이라니. 가당치도 않은 소리. 애초에 철수가 급하게 할 말이 있다고 해도 나와서는 안 되는 거였다.

내가 미친 년이지.”

.”

너 같은 게 부른다고 나오고.”

무슨?”

됐어.”

더 말을 섞고 싶지도 않았다.

나 갈 거야.”

가지 마.”

철수는 바로 서울의 손을 잡았다. 서울은 어이가 없어서 그것을 거칠게 뿌리치면서 철수를 노려봤다.

지금 뭐하는 거야?”

아니.”

미쳤어?”

무슨 말을 그렇게 심하게 해?”

내가 심하다고?”

지금 자신에게 철수가 어떻게 이렇게 뻔뻔하게 말을 하는 건지. 서울은 혀로 입술을 적시며 고개를 저었다.

김철수. 너 때문에 우리 두 사람 헤어진 거야. 그런 거면서 지금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뭔데?”

나만 잘못한 거야?”

?”

너도 잘못이잖아.”

무슨.”

자신이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고.

내가 뭘 한 건데?”

너는 노력을 했어?”

노력?”

도대체 무슨 노력을 더 해야 하는 걸까? 도대체 무슨 말을 더 해야 하는 건지 머리가 왕왕 울렸다.

내가 뭘 안 한 건데?”

네가 조금이라도 더 노력을 했더라면 우리 두 사람. 그냥 이대로 끝이 나지 않았을 거야. 안 그래?”

안 그래.”

서울은 단호히 대답했다.

안 그렇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내가 왜 너랑 이런 말을 나누는 건지 모르겠다.”

한서울.”

너 왜 이렇게 이기적이야?”

?”

정말.”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도 오랜 시간 같이 지낸 사람이니까 그에 대해서 어떤 믿음 같은 것을 갖는 것. 그리고 그 추억에 대한 예의 같은 것을 차리고 싶었다. 하지만 이건 아니었다.

한 번만 더 이런 말도 안 되는 거로 나 부를 생각하기만 해봐. 정말 다시는 나를 기억도 하고 싶지 않게 만들 거야.”

너 왜 이렇게 변했니?”

?”

왜 이렇게 사나워졌어?”

무슨.”

이건 또 무슨 헛소리인지.

너 이런 애 아니잖아.”

이런 애야.”

뭐라고?”

네가 모른 거지.”

생각을 해보니 그 동안 너무 숙이고 산 것이 사실이었다. 너무나도 멍청하게도 철수가 공부를 한다는 것만을 생각하며. 그가 다른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도록. 모든 것을 다 해준 것이 사실이었다.

내가 너를 망친 거고. 나도 망친 거야. 그래. 노력. 그 노력이라는 걸 너무 많이 해서. 정말 그 노려기라는 걸 너무 많이 해서. 너랑 나. 우리 두 사람의 모든 관계가 다 끝이 난 걸 왜 모른 걸까?”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네 새 여자친구에게 가면 되는 거지. 도대체 걔는 왜 두고 여기에 와서 나에게 이런 말을 해?”

걔 가식이야.”

?”

가식이라니.

경제적으로 나에게 의존하려고 하고. 뭐든 다 내가 해주기 바라. 스스로 하는 것도 하나도 없다고.”

그게 정상이지.”

뭐라고?”

누구나 그러고 싶을 거야.”

자신이 그러지 못한 게 등신이었다.

너는 걔가 좋기는 하니?”

좋지.”

그런데 왜 여기 와서 지랄이야?”

아니.”

좋으면 잘 해줘.”

이런 충고를 하는 것도 너무나도 우스웠지만. 그래도 귀찮아도 철수를 만난 거니까 해야 하는 말이었다.

나는 이미 너로 인해서 완벽하게 망가졌지만. 아직 걔는 망가지지 않았으니까. 조금이라도 더 잘 해줘.”

네가 왜 망가져?”

그러게.”

내가 왜 망가진 걸까?

네 탓만 하면 안 되는 거네.”

춘자 탓이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의지를 하고 싶었고. 그게 결국 철수라는 사람이었던 거니까.

그래도 너랑 나의 시간이 있으니까 더 이상 너에게 날을 세우고 싶지 않아. 더 이상 나를 찾지 마.”

한서울.”

너도 좀 변해야 하지 않아?”

서울은 낮은 목소리로 반문했다.

언제까지 그렇게 살래?”

?”

알고 있어. 공부가 얼마나 힘든 건지. 그런데 그 힘든 거. 그거에 모든 걸 다 거는 거. 그건 아니잖아.”

철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서울은 그런 그를 보며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김철수. 그리고 너 엄마한테 너무 기대지 마. 네가 그러니까 다른 여자가 붙을 여유가 없는 거야.”

무슨.”

그럼 갈게.”

서울은 이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철수가 다시 그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그 손을 외면하고 걸음을 옮겼다.

 

세인 씨.”

집에 들어가는데 세인은 없었다.

늦나?”

그러면서도 웃겼다.

한서울. 정말.”

고백도 거절하고. 민폐만 끼치고 있는 주제에. 또 이런 상황이 오니까 괜히 세인 씨가 궁금하고 같이 있고 싶었다.

신기한 사람이야.”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었다. 끌리는 매력 같은 것은 용준에 비해서 적었지만 그냥 힘든 날. 지치는 날이 되면 그냥 기대는 사람이었고 모든 것을 다 말을 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이세인 씨.”

그러다 서울은 머리가 멍해졌다.

나가야겠네.”

원룸텔이라도 구해야 하는 거였다.

그러네.”

더 이상 이런 식으로 또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기대서는 안 되는 거였다. 그렇다면 이전의 실수를 다시 반복하는 거였다.

나 왜 이렇게 사니.”

듣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괜히 목소리를 낮추며 서울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손에 들고 있는 치킨 가방을 더 세게 쥐었다. 이거 괜히 부엌에 놓고 같이 먹는 것 웃긴 일이었다.

그래.”

혼자 방에 들어가서 책상에 올려두었다. 그렇게 혼자 이기적으로 굴고. 식사도 방에서 했으면서 무슨 염치로 같이 치킨을 먹자고 할 수가 있는 건지. 자신이 생각을 하더라도 이건 아니었다.

시리얼.”

아직 그릇도 안 치웠다.

한심해.”

적어도 춘자와 떨어져서 살면 이것보다 더 잘 살아야 하는 거였다. 그런데 그러기는커녕 이 모양이었다.

도대체 언제 철이 들래?”

어른이 된다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저 나이만 먹는다고 해서 어른이 되는 건 아니었으니까. 어릴 적에는 어른이 되는 것이 너무나도 쉬워 보이고 누구나 다 어른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정작 그 나이가 되고 보니 어른이라는 것. 그것이 얼마나 힘들고 버거운 것인지 느껴졌다. 어른이라는 것. 그것은 자신과 다른 거였다.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이건 어른이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하는 것. 이건 너무나도 다른 것이었고 결국 자신을 지치게 만드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