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보편적 연애 [완]

[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8 [41장]

권정선재 2019. 1. 29. 18:16

41

끝나고 같이 영화라도 보러 갈까요?”

아니요.”

하긴 요즘 너무 피곤했죠?”

아니요.”

서울은 힘을 주어 고개를 흔들었다. 비단 그 이유만이 아니었다. 이제 조금 더 생각이 분명해졌다.

우리 너무 달라요.”

?”

너무.”

아니.”

용준은 침을 삼켰다. 너무 다르다는 이야기.

그런 게 어디에 있어요?”

김최용준 씨랑 같이 있으면 내가 얼마나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인지 자꾸만 느껴지고 그래서 싫어요.”

그게.”

용준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그의 표정에 어딘지 모르게 초조함 같은 것이 묻어나기도 했다.

그러니까 이건 말이죠.”

내가 별로로 느껴져.”

서울의 대답에 용준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지 마요.”

이런 건 아니지 않아요?”

그건.”

용준은 어색하게 웃으며 잠시 멈칫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로가 별로로 느껴지면 안 되는 거였다.

그런 건 맞춰가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안 되는 거예요.”

? 무슨.”

그래서 안 된다고.”

서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저는 그렇게 못할 거야. 나는 그런 여유가 없거든요.”

여유.”

용준은 혀로 입술을 적셨다.

그러니까 한서울 씨. 그런 건 말이죠.”

고마워요.”

진심이었다.

정말 고마워요.”

용준이 아니었다면 지금 누군가가 이렇게 다시 좋아해주고 감정을 쓸 수 있을 거라는 걸 믿지 못했을 거였다.

너무 즐거웠어.”

그래도.”

용준은 다른 말을 덧붙이려고 입술을 달싹였지만 쉽사리 어떤 말도 내뱉지 못했다. 아마 복잡할 거였다.

그냥 직장 동료가 되도록 해요.”

서울은 짧게 고개를 숙였다.

정말 고마웠어요.”

그리고 그대로 용준의 다른 말을 더 기다리지도 않고 돌아섰다. 이게 옳았다. 차이가 느껴지는 관계. 이건 아니었다.

 

괜찮겠어요?”

그럼요.”

세인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서울은 부러 더 씩씩하게 웃음이 가득한 표정으로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어른이잖아.”

그래도요.”

고마웠어요.”

서울의 인사에 세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무슨.”

이세인 씨가 아니었더라면. 솔직히 말해서 나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 분명히 이 앞에서 쓰러졌을 거야.”

설마요.”

진짜로요.”

세인은 가만히 미소를 지으며 서울의 눈을 응시했다.

그래도 고맙네. 그 칭찬.”

다행이네. 좋다고 해줘서.”

그러게.”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다가 서울의 걱정스러운 정에 세인은 어깨를 으쓱하고 고개를 저었다.

왜요?”

혼자 처음 살아봐서. 약간 걱정이에요.”

한서울 씨는 잘 살 겁니다.”

세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은 그런 그를 보며 밝은 미소를 지으며 따라서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런데 어디로 구했어요?“

근무지 근처에요.”

다행이네요.”

그렇죠?”

여기에서는 버스를 타고 전철까지 타야 하는 거였으니까. 좋은 점만 보자고 한다면 오히려 다행이었다.

연락은 할 거죠?”

당연하죠.”

세인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서울은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고마운 사람이었으니까.

그나저나 나는 어떻게 하나?”

왜요?”

혼자 살 수 있나 싶어서.”

뭐래?”

서울이 웃음을 터뜨리자 세인은 입술을 내밀면서 벽에 기대서 살짝 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왜요?”

혼자서도 잘 지냈으면서.”

내가 그런가?”

그럼요.”

둘은 서로를 보며 가만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서울은 새로운 선택에 긴장이 되면서도 누군가와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제가 왜 가야 하는 겁니까?”

그럼 내가 가?”

아니.”

역장의 물음에 부장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역장의 표정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거예요?”

뭐라고?”

아니 저만 했습니까?”

아니.”

부장은 혼자 열을 내다가 돌아섰다. 그리고 서울을 보고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제 만족해?”

?”

웃기지도 않아.”

부장은 그대로 나가고 서울은 멍했다.

무슨?”

고얀.”

역장도 서울을 보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용준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신고 했거든요.”

?”

지난 번.”

.”

용준의 말에 서울은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지금 자신에게 이러는 거였다. 웃기지도 않는 인간들이었다.

미안합니다.”

왜요?”

아니.”

괜찮아요.”

용준의 사과에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신고를 하겠다는 이야기는 이미 그가 했었으니까. 그리고 그 일에 대해서 가만히 넘어가는 것. 그것도 전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한서울 씨한테 그런데 왜 저러는 건지.”

그런데 왜 그렇게까지 해주는 거죠?”

?”

내가 거절했잖아.”

서울의 말에 용준은 잠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다가 아. 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건 다른 겁니다.”

다르다.”

이렇게 그저 도움만 받아도 되는 걸까?

그렇게 생각을 해도 되는 건가요?”

당연하죠.”

서울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그런데 고작 역을 옮기는 게 다라고 합니다.”

그런데 왜 저렇게까지.”

.”

용준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8호선 끝으로 가거든요.”

?”

용준의 대답에 서울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러니까. 지금 7호선 서쪽 끝에서, 8호선 동쪽 끝으로 가는 거였다.

그러니까.”

멀죠. 꽤나.”

용준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게다가 청라에 사는 가족에게 거기까지 가는 이유를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지 그것도 막막할 거고요.”

신기하다.”

그러게요.”

용준은 서울의 눈을 물끄러미 보며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모야이었다.

한서울 씨 잘 하고 있어요.”

정말 고마워요.”

내가 한 게 뭐가 있다고요?”

아니요.”

용준이 아니었더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였다. 자신이 그 도안 당한 취급들. 말도 안 되는 거니까.

그럼.”

내가 불편한 건 아니죠?”

그럼요.”

용준의 물음에 서울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낯선 마음에 바로 사무실을 벗어났다.

정말.”

용준은 작게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쓸쓸한 표정이었다.

 

짐 맡아주기로 해서 고마워요.”

이 정도 가지고.”

그래도요.”

원룸텔이다 보니 모든 것을 다 가지고 갈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세인은 기꺼이 짐을 맡아주기로 했다.

혹시라도 해나가 여전히 오해를 하면.”

에이.”

세인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게 무슨 상관인 겁니까?”

그래도요.”

한서울 씨 괜찮아요.”

세인은 숨을 크게 쉬고 일부러 더 장난스럽게 대답하며 고개를 저었다. 서울도 그런 그를 따라 웃었다.

한서울 씨를 보면 생각이 너무 많은 거 같아.”

정말. 정말 그러네.”

스스로 생각을 해도 그랬다.

그랬다.”

그러니 다 잊어요.”

고마워요.”

감사도 그만 해도 되고.”

그래도요.”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세인이 아니었더라면 이 모든 것을 하지 못한 것. 이게 사실이었으니까.

아무 것도 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그래도 혼자서 이것저것 해보려고 하니까 다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나도 그래요. 한서울 씨가 아니었더라면 다시 나가서 일을 해볼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겁니다.”

내가 뭘 했다고?”

큰일을 했어요.”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 자신과 세인은 정말 서로에게 좋은 사람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