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장
“그 사람 누나 좋아해?”
“어?”
“좋아하네.”
부산의 말에 서울은 미간을 모았다.
“그런 거 아니야.”
“그런 거 아니긴. 좋아하지도 않는데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그거 말도 안 되는 거잖아.”
“아니.”
부산의 말에 서울은 쉽게 아니라고 말할 수 없었다. 아닌 게 아니었으니까. 이게 사실인 거였으니까.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
“그냥 있어야지.”
“어떻게 그래?”
이렇게 말을 하면서도 부산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ᅟᅵᆻ었다. 자신이 뭔가를 한다고 달라질 수가 없는 문제였으니까.
“고백이라도 한 거야?”
“뭐. 데이트도.”
“뭐?”
부산의 목소리가 커지자 서울은 미간을 찌푸렸다. 하여간. 이런 이야기에는 기가 막히게 반응을 한다.
“야. 너무 크잖아.”
“아. 미안.”
부산은 입을 막으면서도 눈은 웃었다.
“우리 누나 잘 나가네.”
“여기 사람들 다 친해.”
“아.”
부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1층 카페부터 서점. 꽃집.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해서 그 일을 한 거 같지는 않은데. 그래도 이거 세인 씨에게도 말을 할 수 없는 거고.”
“그러네.”
부산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입을 내밀었다.
“그래도 말ㅇ르 해야 하는 거 아닐까?”
“그런가?”
“응. 아무리 그래도 누나에게 중요하잖아.”
“중요. 하지. 그 사람.”
정말로 중요한 사람이었다.
“그러면 솔직해야 하는 거야.”
“그렇지.”
부산도 알고 있는 것을 자신도 모르는 거였다. 아니, 이미 알고 있으면서 피하려고 하는 거였다.
“그렇게 걱정이 돼?”
“응.”
서울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내가 동거한 것도 다 아는 사람이니까.”
“그게 뭐라고?”
“중요하지.”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누구라도 그것에 대해서 무덤덤할 수 없을 거였다.
“그게 이세인 씨에게 어떤 의미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건 의미가 없을 수 없는 거니까. 안 그래?”
“아무리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거야.”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부산은 그런 그를 보고 무슨 말을 더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안녕하십니까? 이아진입니다.”
“한서울이에요.”
자신이 뭔가 더 바꿀 수 없음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새 직원이라니. 어딘지 모르게 서운한 기분도 드는 게 사실이었다.
“그럼 우리 점심이라도 할까?”
“부장님이 쏘시는 거예요?”
“우리는 더치에요.”
“그래요?”
다행히도 밝은 사람처럼 보였다. 이게 다행이라도 한 건가. 마음이 그다지 편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묘한 기분이 들었다.
“한서울 씨.”
“네?”
부장은 가만히 서울을 응시하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나 좀 볼까요?”
“네? 네.”
서울은 살짝 긴장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이 너무 드러난다.”
“네? 아 그러니까.”
서울은 바로 입술을 살짝 물고 고개를 숙였다. 아무리 태연하려고 해도 그럴 수 없는 게 사실이었으니까.
“죄송해요.”
“아니. 사과를 하라는 게 아니야.”
부장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자기가 김최용준 대리랑 도대체 무슨 사이가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마음이 무거울 수는 있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모든 것을 다 드러낼 이유 없다고. 이제 어른이잖아. 안 그래요? 그리고 아진 씨는 모르고. 혹시나 자신을 싫어해서 그런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러죠.”
표정이 너무나도 잘 드러나는 게 문제였다. 이래서는 안 되는 거였는데 아이처럼 굴고 있는 거였다.
“나에게 미안할 거 하나 없어. 그러니까 그렇게 기가 팍 죽지 말고. 그냥 두 사람 잘 지내기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말이에요.”
“고맙습니다.”
“무슨.”
부장은 예의 그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자기가 더 버텨야지.”
“네.”
“김최용준 대리 간 보람 있게.”
“알겠습니다.”
그런 거였다.
“무조건 웃으라고 말하는 건 아니야. 나도 지금 복잡한 마음이기는 하니까. 내 식구가 겨우 둘인데. 그 중 하나를 보내라니. 그냥 원래대로 처리를 해도 될 것을. 누가 뒤에서 있는 거 같기도 하고.”
“네?”
“아니야.”
서울이 놀라자 부장은 손을 내저었다. 서울은 부러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이 복잡했지만 어른이니까.
“저를 싫어하시는 줄 알았어요.”
“에이. 아니에요.”
“이아진 씨는 무슨.”
부장은 아진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 한서울 씨 그런 사람 아니야.”
“알겠습니다.”
“제 탓이에요.”
서울은 일부러 더 밝게 웃으며 아진을 응시했다.
“갑자기 직원이 바뀌어서. 제가 약간 낯을 가리는 편이라서요. 혹시 불편했다면 내가 사과할게요.”
“남자 분이면 둘이 썸 타다고 헤어지거나?”
“아니요.”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니.
“그러니까.”
“그만.”
서울이 다른 말을 더 하려고 하자 부장은 입술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아진을 보며 입술을 살짝 내밀고 미간을 모았다.
“이아진 씨.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그래? 그런 거 아니라는 거 다 알고 있으면서 도대체 왜 그러는 거지. 그리고 여기에 없는 사람 이야기하는 거. 나는 무조건 아닙니다. 한서울 씨도 알겠죠?”
“네.”
“알겠습니다.”
아진은 입에 지퍼를 잠그는 시늉을 했다. 확실히 유쾌한 사람인 모양이었다. 부장도 그것을 봤지만 별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여기 있는 사람들 없는데 이야기하면 좀 그렇잖아.”
“그렇죠.”
“물론이죠.”
아진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가 사는 세상에서는 이런 일이 없었던 걸 거였다. 서울은 괜히 자신 때문에 이런 건가 싶어서 기분이 이상했다.
“아.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본보기이니 더 잘 해야 합니다.”
“네?”
“이런 역은 없고. 이런 조합도 없잖아.”
“아.”
서울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성 부장과 두 여성 직원. 둘 중 누가 대리가 먼저 될지. 그건 알 수 없었지만 중요한 거였다. 자신들이 잘 해야지 다른 여성 직원들도 이런 기회를 더 쉽게 얻을 거였다.
“지쳐보여요.”
“무슨.”
서울의 대답에 세인은 입을 내밀고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다가 살짝 고개를 갸웃하고 볼을 부풀렸다.
“뭘 숨기고 있죠?”
“네?”
“뭔가 이상한데?”
세인의 물음에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요.”
“에이.”
세인은 턱을 긁적였다. 세인이 이렇게 묻는데 다 말해줄까 싶다가도 굳이 용준에 대해서 모두 다 말할 이유는 없었다.
“내가 이세인 씨에게 비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세인 씨는 나를 다 알 수 있는데? 비밀이 있을 거 같으냐고요.”
“없나.”
“그런데 왜 그러지.”
“그러게요.”
서울의 말에도 세인은 여전히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서울을 보면서 짧게 고개를 저었다. 뭔가 아는 거 같은 표정.
“그럼 어디 아픈 건가요?”
“그렇게 보여요?”
“그런데 왜 이러지?”
“아무렇지도 않아요.”
서울의 대답에 세인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입을 다물었다. 서울은 일부러 더 밝게 웃었다.
“무슨.”
세인은 여전히 궁금함이 가득한 표정이었지만 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서울은 그런 그에게 괜히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한서울 씨에게 모든 걸 다 물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아프고 힘든데. 그걸 다 숨길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한서울 씨를 위해서도 그게 당연한 거고요.”
“나 안 그래요.”
서울은 세인의 손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
“왜 이러지?”
“하지만.”
“이세인 씨.”
서울은 세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단호히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내가 이세인 씨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고 있잖아요. 나는 이세인 씨에게 거짓말. 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요?”
“응.”
세인은 서울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그렇구나.”
“이세인 씨.”
“주말에 영화나 볼까요?”
세인이 주제를 전환하자 서울은 가만히 그의 어깨에 기댔다. 이기적이라고 할 수 있어도 어쩔 수 없었다.
“세인 씨는 글은 잘 써지고 있어요?”
“그럼요.”
“멋있어.”
“멋있긴.”
“진심으로.”
서울의 말에 세인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일단 배가 고픈데 뭐라도 먹을까요?”
“피자라도 시킬까?”
“좋죠.”
“내가 살게요.”
서울은 바로 스마트폰으로 들어갔다. 세인은 그런 그를 더 보면서 가만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런 걸 가지고 서로 다른 이야기를 더 할 것도 없는 거였고. 서울도 고개를 들어 자신을 보는 세인을 보며 싱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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