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보편적 연애 [완]

[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8 [67장]

권정선재 2019. 2. 26. 23:52

67

미안해.”

?”

갑작스럽게 해나가 찾아온 것도 말이 안 되는 일인데, 그가 이렇게 사과의 말을 건네자 서울은 미간을 모았다.

왜 그러는 건데?”

사과 좀 받아줘. 그냥.”

? 그냥이라니.”

웃기지도 않는 소리였다. 사과라는 건 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받을 사람의 마음에 들어야 하는 거였다.

송해나. 네가 진심으로 사과를 하지 않는 게 다 보이는데, 내가 도대체 왜 그걸 받아줘야 하는 건데?”

치사해.”

.”

서울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와서 이러는 이유가 뭔데?”

있어야 해?”

누가 시켰니?”

순간 해나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누가 시킨 것. 아마 세인. 아니 은아일 수도 있고. 아무튼 누군가가 시킨 일이었다.

네가 이런 식으로 하는 사과. 하나도 안 반가워.”

네가 치졸해서 그런 거지.”

?”

이 상황에서 무슨.

나는 너에게 사과를 한 건데 네가 거절한 거야.”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누가 듣더라도 이상할 소리를 해나는 너무나도 당당한 사람처럼 하고 있었다. 웃기지도 않는 소리였다.

너야 말로 지금 유치하게 굴고 lTsm 거잖아.”

뭐라고?”

너 정말 유치해.”

더 대화를 나누고 싶지도 않았다.

됐어. 사과 안 받을 거야. 나 갈 거야.”

서울이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해나가 다급히 그 손을 잡고 고개를 단호히 저었다.

.”

뭐하는 거야?”

서울은 그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뭐하자는 거야?”

너 지금 미친 거야.”

?”

송해나!”

서울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해나는 조금이나마 정신이 들었는지 손을 뒤로 거뒀다.

정말.”

도대체 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려는 건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왜 이런 소리를 듣고 있어야 하는 건지. 스스로도 답답했다.

네가 나에게 도대체 왜 사과를 해야 하는 건지. 뭘 바라는 건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이런 식으로 하는 거라면 나는 받아줄 생각 없어. 받아줄 이유도 하나 없는 거고. 이건 누구라도 마찬가지일 거야.”

너는 내가 가족에게 외면받기 바라는 거야?”

그런 건 아니지만. 지금은 그런 마음도 있네.”

진심이었다.

너도 내가 세인 씨와 어울리지 않기 바라잖아.”

서울의 차가운 말에 해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서울은 그런 그를 잠시 더 보더니 그대로 돌아섰다.

 

미안해요.”

세인 씨가 왜 사과를 하고 그래요?”

아니.”

세인의 반응을 보니 그 역시 몰랐던 일이었다. 가족의 일인 건 맞았지만 세인과 관계는 안 된 모양이었다.

! 너 그런 식으로 가는 게 어디에 있어? 그러고 바로 세인이에게 와서 내가 이럴 줄 알았지!”

갑자기 해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가 나에게 도대체 뭘 바라는 건지 모르겠는데. 나 그렇게 한가하지 않아. 그리고 약하지도 않아!”

뭐라고?”

어이가 없었다. 세인의 서점까지 오다니.

여긴 왜 온 거야?”

내 사과를 받아주는 게 그렇게 어려워?”

송해나!”

세인이 앞으로 나서서 해나의 말을 막았다.

뭐 하는 짓이야?”

뭐가?”

세인은 서울의 손을 꽉 잡았다.

송해나. 네가 뭐라고 하건 나는 한서울 씨랑 시간을 보낼 거야. 그리고 네가 이런 식으로 사과를 하는 거. 나도 반대야.”

반대라니?”

누가 시킨 거야?”

세인의 물음에 해나는 입을 다물었다.

어머니야?”

아니야.”

세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외할머니야?”

해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돌아섰다. 해나가 사라지고 나서야 세인은 한숨을 쉬며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세인이 잡은 솜에 땀이 흥건했다. 세인도 꽤나 걱정한 모양이었다. 뭔가 더 있는 거였다.

 

위로는 내가 해야 하는 건데.”

아니에요.

세인의 말에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이세인 씨를 만나서 얼마나 삶이 달라졌는데요. 고작 이 정도를 가지고 무슨 바뀌었다고 해요?”

그래도 내 탓이잖아요.”

아니에요.”

세인의 걱정스러운 말에 서울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세인은 그런 그를 보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고맙습니다.”

뭐가 고마워요.”

세인은 손을 내밀었고 서울은 그 손을 가만히 잡았다. 세인은 그 순간 서울을 자신에게로 당겼다.

뭐하는 거예요?”

애정 행각?”

엉큼해.”

서울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늑대야 뭐야.”

그래서 싫어요?”

아니. 그건 아니고.”

서울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세인의 입술을 핥았다. 세인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뭐 하는 겁니까?”

그래서 좋다고요.”

나도 좋습니다.”

서로의 입술이 닿고 온기를 고스란히 느꼈다. 이 순간 오로지 둘만 있는 거 같은 느낌. 이 따스함이 좋았다.

 

돌려달라고?”

.”

?”

?”

서울의 반응에 철수는 멍해졌다.

그러니까.”

그걸 내가 왜 줘야 하는 건데?”

아니.”

이 등신아.”

옆에서 듣고 있던 철수 모친이 철수의 등짝을 후드려 패면서 결국 끼어들었다. 그는 꽤나 당당했다.

애초에 얘 이름으로 계약이 된 거고. 네가 거기에 돈을 줬다는 증거도 없는데. 안 그러니? 그런 거면 줘야지? 얘가 현금으로 다 갚은 건지. 아닌지. 그런 거 네가 아니라고 할 증거도 없잖아.”

그래요?”

이게 도대체 무슨 억지인 건지.

철수가 이미 현금으로 그 돈 다 냈다고 하면 되는 거잖아.”

.”

결국 이런 말을 한다는 것. 이건 돈이 아까워서 자신을 보러 온다는 것. 결국 돈이 문제라는 거였다.

그런 거예요?”

서울은 싱긋 웃었다.

그럼 같은 거 아닌가?”

뭐가?”

저도 다 드렸잖아요.”

무슨.”

서울의 항변에 철수 모친의 얼굴이 붉어졌다.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같은 방법이죠.”

서울은 여유롭게 웃었다.

현금으로 드렸잖아요. .”

!”

결국 철수 모친은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 서울은 그런 그를 보며 그저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세요?”

이 망할 년이!”

엄마.”

아유. 이 모자란 놈아.”

철수가 이 와중에도 서울의 편을 들려고 하자 그의 모친은 그의 팔을 우악스럽게도 흔들어대며 때렸다.

너는 도대체 뭐가 모자라서 저런 등신 같은 말을 들으면서도. 그리고 저런 여우한테 홀려서 이런 거야?”

그러게요.”

서울은 여유롭게 웃었다.

하실 말씀 더 없으시면 저는 가죠.”

다시 만나줘.”

?”

철수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어이가 없었다. 지금 돈을 돌려달라고 하러 온 주제에 고백이라니 말도 안 되는 거였다.

돈 이야기 나오면 내가 바로 숙일 줄 알았니?”

아니. 그게 아니라.”

미친 새끼.”

서울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이 좋아했던 사람이 이런 사람이라는 게 너무나도 말도 안 되는 거였다.

너 같은 새끼를 만났다니. 내가 등신이고 미친년이지. 도대체 네가 뭐라고 너를 만났을까?”

너 내가 있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해?”

철수 모친이 가만히 듣고 있다가 목소리를 높였다.

네가 뭔데 내 아들에게 그래!”

엄마.”

!”

서울은 혀로 이를 훑었다.

그냥 철수 데리고 가세요.”

뭐야?”

지금 안 보이세요? 저는 얘를 계속 밀이너래고 하고 있고. 얘는 계속 저에게 매달리는 거. 지금 이 문제가 제 문제라고 생각을 하시는 건 아니죠? 지금 이 모든 문제. 전부 다 얘가 만드는 거예요?”

무슨.”

철수 모친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머리가 아팠다.

저는 단 한 순간도 철수에게 진심이었던 적이 없는 거 같네요. 좋았던 그 시절마저도 지금 다 사라지는 기분이에요.”

그건 아니지.”

?”

철수의 물음에 서울은 서늘하게 대답했다.

김철수. 적어도 네가 지금 진심이었다면. 네 엄마. 이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되는 걸 모르는 거야?”

나는 오지 말라고 했는데.”

이 와중에도 핑계였다.

엄마 탓이야.”

?”

어이가 없는 자식.

그럼 저는 이만.”

서울이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두 사람 사이에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머리가 너무나도 어지러웠다. 어떻게 저런 인간을 자신이 만날 수가 있었던 건지. 그 시간을 보낸 자신이 너무나도 멍청하게 느껴졌다. 이 모든 것을 다 알고 나서야 저 인간이 똥차라는 것을 안 거. 이건 무조건 자신의 잘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