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장
“팔렸다고요?”
“네.”
“아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왜요?”
“네?”
“그러니까.”
이런 식의 리액션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반응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니까 지금 자신의 책이 팔렸다는 이야기. 이건 너무 신기했다.
“나는 진짜 작가도 아니고.”
“이야기가 이쌎ㄴㅎ아요.”
“하지만.”
“한서울 씨만의 이야기.”
“아니. 아무리 내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아무리 그래도 정식 출판도 아니고, 그저 직접 제본한 거였다. 세인이 제본을 하고 자신이 제목을 젝은 게 전부였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축하합니다.”
세인은 이를 드러내고 밝게 웃었다.
“오늘 저녁 파티라도 할까요?”
“네?”
“해야죠.”
“아니. 해야 하는데.”
해야 하는 거였다. 자신의 글이 팔렸다는 것. 그게 누구라고 하더라도 너무 설레는 순간이었다.
“설마 이세인 씨는 아니죠?”
“당연히. 제가 1호죠. 2호는 한서울 씨를 위해서 내가 빼둔 것. 그리고 3호는 한부산 씨. 이건 4호.”
“무슨.”
서울은 혀로 입술을 축이며 고개를 저었다. 세인이 부추기기 전까지 완벽하게 잊고 있었던 거였다.
“고마워요.”
“왜 자꾸 인사를 하지?”
“고마우니까.”
진심이었다.
“너무 고마워요.”
“하여간.”
서울의 인사에 세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한 발 다가와서 서울을 안았다.
“그럼 파티를 하죠. 부산 씨도 부르고.”
“내가 다 쏠게요.”
“에이.”
“오늘은 한작가니까.”
서울의 대답에 세인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도 그런 세인을 보며 더욱 밝게 웃었다.
“한 작가님.”
“야.”
부산의 장난이 담긴 말에 서울은 미간을 모았다.
“무슨.”
“왜?”
“하지 마.”
서울의 얼굴이 잔뜩 달아올랐다. 작가라니.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자신은 이런 말을 들을 자격이 없었다.
“하여간 한부산. 주책이야.”
“왜?”
부산은 밝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누나가 자랑스러워. 그리고 맞는 말이니까.”
“아니야.”
서울의 반응에도 부산은 그저 밝은 미소를 지을 따름이었다.
“아니긴. 이렇게 좋아하면서.”
“이건 다르지.”
사실이었다. 너무 좋아한 건 사실이었으니까. 사실 다르다고 말을 하면서도 뭐가 다른 건가 싶었다.
“그러네.”
신기할 정도로 기분이 좋았으니까.
“그래도 그러헤 부르지는 마.”
“알겠습니다.”
부산은 짧게 경례를 붙이고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면서도 은환과 세인이 사이가 좋은 걸 보니 신기했다.
“두 사람 잘 지내.”
“같이 일하니까.”
“그래도.”
“그러게.”
부산도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랑 점심도 안 먹어.”
“어?”
“그냥 형이랑 먹는데.”
“세인 씨가 좀 멋지지.”
“뭐래?”
부산은 서울의 자랑에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서울은 그런 부산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시간. 너무 좋았다.
“은환 씨랑 많이 친해졌다면서요?”
“친해진 건가?”
서울의 물음에 세인은 턱을 만지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편해요.”
“그래요?”
“응.”
신기한 사람이었다.
“좀 그렇지는 않고요?”
“그럴 게 있나요?”
“아니.”
“없습니다.”
세인이 힘을 주어 말하자 서울은 혀를 내밀었다. 없다고 하는데 자신이 무슨 말을 더 할 수가 있는 걸까?
“고마워요.”
“뭐가요?”
“다.”
“에이.”
세인은 손을 내밀었고 서울은 그 손을 잡았다. 그 손에서 고스란히 전해지는 온기. 이게 지금 이 순간 같이 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혹시 나 때문에 일부러 은환 씨에게 더 잘 해주고 그러는 거 아니죠? 그런 거라면 나 불편해요.”
“뭐래요?”
서울의 말에 세인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성격 좋지 않은데?”
“그래요?”
“그럼요.”
세인은 싱긋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한서울 씨. 나는 그냥 다 좋아요. 그리고 지금 이런 대화를 하는 것도 좋고. 아마 이렇게 한서울 씨랑 보내는 시간이 좋으니까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도 다 좋고 편안한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가?”
이렇게 말을 해주니 너무 고마웠다.
“사랑합니다.”
“나도 사랑해요.”
아직 조금 이를 수도 있지만 이런 고백. 너무 좋았다. 세인의 고개가 조금 숙여지고 가볍게 입술이 닿았다. 서로의 체중이 실리고 따스한 숨결이 넘어왔다.
“왜 말을 안 했어요?”
“달라질 게 없잖아요.”
“아니.”
용준의 말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에게 말도 안 하고 근무지를 옮기는 건 아니었다.
“이건 다른 문제라고요.”
“왜요?”
“아니. 이건 아니잖아.”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 걸까? 용준이 다른 역을 가는 것에 대해서 자신이 서운해도 되는 걸까?
“너무 서운해요?”
“아. 뭐.”
용준은 서울의 고백에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럴 거 같아서 말하지 못했습니다.”
“네?”
“어차피 가야 하는 건데. 가야하는 건 사실이니까. 하루라도 더 한서울 씨가 덜 서운하기 바랐어요.”
“아니.”
아무리 자신이 그런 감정을 느낄 거라고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숨기고 당일 말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밉다.”
“미안합니다.”
“밉다는데 왜 사과를 해요?”
“그러게요.”
용준은 낮은 목소리로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머리를 뒤로 넘겼다.
“너무 서운해.”
“그렇습니까?”
“당연하잖아요.”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지금 자신이 이렇게 버틸 수 있는 것. 이 모든 것은 다 용준의 공이었다.
“너무 미워.”
“미안.”
용준의 사과의 말에 서울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입술을 꾹 다물고 미간을 모은 채 고개를 저었다.
“아.”
용준은 씩 웃더니 책상에서 종이가방 하나를 가져와서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서 열어보니 군것질거리가 한가득이었다. 이 와중에서도 용준은 자신의 걱정을 하고, 자신을 챙겨주는 거였다.
“왜 자꾸 미안하게 이러지?”
눈물이 차올랐다.
“정말.”
“한서울 씨가 울라고 준 거 아닌데.”
서울이 눈물을 흘리자 용준이 농담을 던지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지 마요.”
“울라고 준 거면서.”
“아니거든요.”
서울은 애써 울음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서울의 말에 용준도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뭐라고 해도 고마운 사람인 건 사실이니까.
“미리 말씀을 해주셔야죠.”
“그거 김용준 대리 자원이야.”
“네?”
이건 또 무슨 말인지.
“자원이라뇨?”
“김용준 대리가 자기가 간다고. 안 그러면 한서울 씨가 가야 한다고 자기가 간다고 자워늘 한 거라고.”
“네? 제가요?”
전혀 들은 적도 없는 소리였다.
“지금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어요.”
“한서울 씨가 갑자기 근무가 바뀐 거잖아. 그러니까 주간 직원이 오고, 다시 원래대로 되는 거여야 하는 거였어.”
“아니.”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자신으로 인해서 용준이. 그가 자신으로 인해서 피해를 받아서는 안 되는 거였다.
“그럼 제가 갈게요?”
“회사가 장난이야?”
“그런 말씀이 아니라.”
장난이라는 말이 아니었다.
“부장님은 적어도 물어보셔야죠.”
“아니. 당사자가 갈 거라고. 절대 한서울 씨에게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데 내가 뭐라고 해?”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부장이 원망스러운데 그에게 다른 말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에게 말해도 소용은 없어.”
“네. 알겠습니다.”
서울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용준이 자신을 배려한다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한 거였다. 그의 배려가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지만 그가 자신으로 인해서 너무 힘든 걸 선택하기 바라지는 않았다. 이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바꿀 수 없는 현실이 되었기에 더욱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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