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장
“누나.”
“미쳤어.”
집에 오다니.
“엄마가 보면 뭐라고 할 거 같은데?”
“잘 모르겠는데.”
부산은 혀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집에 와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것인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모르겠어.”
“야.”
“됐어.”
부산은 서울의 침대에 누웠다. 서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태연한 건지.
“왜 온 거야?”
“누나 말 들으니까 내가 심란해서.”
“무슨.”
자신의 고민을 부산이 들어주고 나서 고민했다는 말에 서울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라고 하 말은 아니었다.
“네 걱정이나 해.”
“그래야지.”
부산은 입을 삐쭉 내밀면서도 장난스러운 눈으로 서울을 응시했다.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왜?”
“괜찮은 거야?”
“응.”
“거짓말.”
“아니.”
“거짓말이네.”
부산의 단호한 말에 서울은 어색하게 웃었다. 자신이 괜찮지 않다는 것. 이건 스스로도 너무 잘 알고 있는 거였다.
“보여?”
“당연하지.”
눈치가 없다고 생각하던 부산도 이렇게 간단하게 말하는 거라면 세인의 눈에 보이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렇구나.”
“왜 그러는 건데?”
“세인 씨에게 말을 못 해서.”
“왜?”
“왜라니?”
부산의 반응에 서울은 미간을 모았다. 너무나도 당연한 것을 부산이 왜 묻는 건지. 말하면서도 답답했다.
“그럼 그걸 어떻게 말해?”
“아무리 그래도 숨기는 건 답이 아니야.”
“이건 달라.”
“다르지.”
부산은 입을 내밀고 가만히 서울의 눈을 응시했다. 그리고 이리저리 목을 풀더니 엷은 미소를 지었다.
“누나보고 무조건 모르는 척을 하지 말라는 건 아니야.”
“아니면.”
“그러니까.”
늘 그렇듯 모든 걸 다 말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걸 숨기는 것. 그것이 자신의 나쁜 버릇이었다.
“아무튼 모르겠어.”
“그래.”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춘자였다. 뭐라고 하는 소리를 하다가 춘자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아직도 저래?”
“응.”
서울의 미소에 부산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나 때문에.”
“네가 왜?”
“내가 나가지 않았다면 누나에게 모두 다 뭐라고 하지 않을 거야. 그건 누나도 알고 있는 거잖아.”
“아니.”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부산을 이용해서 이 위기를 피하고 싶지 않았다.
“네가 있는다고 해서 달라질 거 하나 없어. 너랑 같이 살던 시절에도 나에게 계속 뭐라고 한 거잖아.”
“그래도.”
“아니.”
부산이 다른 말을 더 하려고 하자 서울은 고개를 저었다. 그때 다시 소리가 들리고 춘자가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어디에 가는 거야?”
“몰라.”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이제야 겨우 자리에 앉았다.
“늘 힘들어.”
“누나.”
“됐어.”
서울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것을 하나하나 다 부산에게 말해서 이 아픔을 그대로 전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 두 사람 그 동안 살면서 너무 힘들었어. 그런데 이런 일을 가지고 더 지칠 이유는 없어.”
“나는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 누나가 이 모든 것을 다 받아낸 거면서. 나까지 뭐 했다고 하지 마.”
“뭐래?”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이제 부산이 약간은 큰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은환 씨랑 무슨 일이 있어서 온 거 아니지?”
“아니야.”
“그럼 다행이고.”
“그냥 온 거야. 그냥.”
“그래.”
고마웠다. 자신의 얼굴을 보고 걱정이 되어서 그냥 왔다는 것. 그래도 세상에 혼자 있기 보다 남매가 있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안 와도 되는데.”
“이른 괜찮아요?‘
“그럼요.”
“뭐.”
당연히 옹준은 모든 게 다 괜찮을 거라고 말을 할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걸 묻고 있었다. 서울은 어색하게 웃었다.
“사람 미안하게 왜 그랬어요?”
“왜 미안하지?”
“김최용준 대리님.”
“이건 내가 정한 일입니다.”
용준의 단호한 말에 서울은 한숨을 토해냈다. 예의 그 사람 좋은 미소. 그게 오히려 더 힘든 거였다.
“한서울 시가 갑자기 나에게 가라고 한 거 아니잖아. 내가 스스로 가겠다고 한 건데 왜 이러는 건데요?”
“이건 달라요.”
“안 달라요.”
용준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의미가 있는 일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여기에 끼어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즐거워요.”
“네?”
“몰라요?”
용준은 흥쾌히 대답했다.
“이제 제대로 혼성.”
“아.”
부장도 말을 했던 것. 이제 제대로 여성들도 남성들과 같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거라는 거였다.
“나에게 물어라도 봤어야죠.”
“그럼 본인이 온다고 했을 거잖아.”
“당연하죠.”
서울의 대답에 용준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혀를 내밀고 살짝 입술을 적신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내가 그랬어요. 한서울 씨가 자기 일도 바쁜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내가 해주려고 한 겁니다.”
“내가 미안한 건요?”
“금방 사라질 걸.”
“하여간 미운 말만.”
서울의 말에 용준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나 보는 게 불편해서 이랬던 거예요?”
“아니요.”
“그런데 왜?”
“한서울 씨.”
용준이 낮은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자 서울은 입을 다물었다. 용준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말 그대로입니다. 새로운 일에 나도 끼어들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거 한서울 씨가 힘든 것도 다 보이고.”
도대체 왜 이렇게 무조건 누군가를 지켜줄 수 있는 걸까? 어떻게 이렇게 선하기만 한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그 사람하고 잘 사귀고.”
“응.”
“청첩장도 보내고.”
서울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정말 보낼 거 같은데?”
“당연하죠.”
서울의 대답에 용준도 겨우 미소를 지었다. 불편하기는 하지만 불행하지 않은 것. 그게 자신들의 삶이었다.
“걔는 잘 산다니?”
갑작스러운 춘자의 말에 서울은 미간을 모았다.
“왜요?”
“묻지도 못해?”
춘자는 바로 기분 나쁜 티를 냈다.
“그냥 그래.”
“잘 지내는지 궁금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요?”
서울이 날을 세우자 춘자는 바로 눈을 크게 떴다.
“뭐야?”
“걔 이 집에서 몰아낸 거 엄마잖아. 그러면서 지금 도대체 걔가 어떻게 지내는지 왜 묻는 건데요?”
“그거야.”
서울이 따지자 춘자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이 와중에도 설마 아들이 우선 보고 싶다는 건가.
“보나마나 설득하겠지.”
“그럼 넌? 그걸 그냥 둘 거야?”
“응.”
“미친년!”
갑자기 춘자는 악다구니를 썼다.
“어떻게 그래?”
“왜?”
“뭐야?”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와중에도 춘자는 전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지금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하고 살아. 그러면 된 거잖아. 부산이 지금 너무나도 행복하게 살고 있어.”
“남자잖아.”
“그런데요?”
“야!”
춘자의 고함에 서울은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어떻게 그래? 나는 죽어도 남자 며느리 못 얻어. 절대로 내가 그 꼴 볼 수 없어. 그게 말이 되니?”
“그럼 사위가 둘인 거지 뭐.”
“뭐야?”
서울의 대답에 춘자의 얼굴이 굳었다.
“교회에 참한 아가씨 많아.”
“남자 좋아하는 남자 만난대?”
“야! 내가 지금 뒤집어지는 꼴을 보려고 그래!”
춘자의 악다구니에 서울은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저 사람은 저렇게 구는 것이 오히려 더 어울렸으니까.
“그거 엄마 마족이야.”
“뭐?”
“부산이 위한 거 아니잖아.”
“왜 아니야?”
춘자는 따지듯 물었다.
“나중에 제 자식 없으면 뭐가 될 거 같아?”
“지금 보니 없어도 되는 거네. 내가 이런 식으로 이런 부모 밑에서 이런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사니까.”
서울의 말에 춘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서울은 그런 그를 잠시 더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가여운 인간이었다. 너무나도 가여워서 역겨운. 그래서 끔찍한 존재. 자신의 엄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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