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보편적 연애 [완]

[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8 [64장]

권정선재 2019. 2. 20. 14:08

64

딱 싫어.”

아니.”

서울의 반응에 세인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나는 같이 못 써요.”

왜요?”

세인은 입을 삐쭉 내밀었다.

한서울 씨 글 쓰는 거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요?”

내가요?”

서울은 자신을 가리키며 단호히 검지를 들었다.

나 그런 적 없어요.”

거짓말.”

?”

부산 씨가 말했는데요.”

뭐라고요?”

하여간 이 망할 자식. 동생이라는 인간들은 이렇게 도움이 안 되는 것들이었다. 세인에게 이런 말을 하다니.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에요.”

그럼 뭐 내 글은 대단해서 한서울 씨가 나보고 글을 계속 쓰라고 한 건 아니잖아요. 안 그래요?”

아니요.”

서울은 미간을 모은 채 고개를 저었다. 자신과 세인은 달랐다. 그는 정말로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었다.

이세인 씨의 글이 얼마나 좋은지 알고 있는데 그런 말로 괜히 자신의 글을 깍아내리지 말아요.”

무슨.”

서울의 반응에 세인은 가볍게 이맛살을 찌푸렸다.

말도 안 돼요.”

?”

한서울 씨 글 정말 좋을 겁니다.”

세인이 이를 드러내고 밝게 웃자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이상한 사람이었다.

설사 내가 글을 쓴 들. 누가 읽겠어요?”

옆에.”

?”

세인은 서점 벽을 가리켰다.

카페 있잖아요.”

.”

이야기 카페.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서 들려주는 카페니까요. 그리고 꽤나 상품도 쏠쏠한 공모전도 하더라고요.”

상품이요?”

커피 매일 한 잔.”

우와.”

서울의 눈이 반짝이자 세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서울은 곧바로 미간을 모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면 세인 씨가 해요.”

나도 할 겁니다.”

아니.”

학창 시절 이것저것 적은 것들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런 것들 그냥 버리기 아깝지 않나요? 그리고 여기에서 팔아도 되고.”

서울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자신이 할 수 있을까? 어릴 적 가졌던 그것들. 그냥 가지고 가도 되는 걸까?

일단 있으면.”

있을 겁니다.”

뭐래?”

세인의 장담에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랬다가 별로면요.”

.”

세인은 입을 내밀고 검지를 가져갔다.

그냥 뭐 없었던 일처럼 대하죠.”

뭐라고요?”

서울은 웃음을 터뜨렸다. 하여간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세인은 부드러운 눈으로 서울을 응시했다.

한서울 씨가 나에게 자존감을 높여준 거니까. 나도 한서울 씨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싶습니다.”

이미 충분히 그래요.”

진심이었다.

이세인 씨에게만 오면 충전이 되는 걸.”

나도 그런데?”

그래요?”

세인은 양팔을 벌렸다. 서울도 그런 세인에게 안겼다. 서로의 체온을 고스란히 느끼는 이 시간이 좋았다.

따뜻해. 좋다.”

나도 좋아요.”

두 사람의 눈이 마주하고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어디에 있지.”

집에 분명히 있을 거였다. 나름 소중한 것들이 잘 모아두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디에도 없었다.

엄마. 내가 학창 시절 쓴 글 어디에 있어.”

?”

.”

서울의 부름에 온 춘자는 잠시 미간을 모으더니 코웃음을 쳤다.

그 낙서?”

?”

서울은 바로 고개를 돌렸다.

뭐라고?”

네가 학창 시절 글이랍시고 끄적였던 그 낙서들. 지금 그 거지 같은 것들을 찾고 있는 거야?”

무슨.”

어떻게 같은 말을 해도 이렇게 나쁘게 말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상대의 기분을 이렇게 뭉갤 수 있는 걸까?

그래. 그것들.”

서울은 애써 미소를 지었다.

그것들 어디에 있어요?”

버렸어.”

?”

다 버렸다고.”

춘자는 간단히 대답했다.

이 집이 뭐 얼마나 크다고. 네가 쓴 그 거지 같은 것들까지. 다 보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한 거야?”

아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건지. 부산이 그린 것은 스케치북의 그림까지도 다 모은 사람이었다.

내 글을 버렸다고?”

네 학창시절 것들은 다 버렸다.”

춘자는 당당했다.

네 물건들이 공간을 좀 많이 차지해야 그냥 두지. 자리를 얼마나 많이 차지하는지. 아주 저신이 사나워서 내가 볼 수가 없어서 다 버렸어. 너는 뭐 그런 것들이 대단하다고 지금 찾고 있어.”

어떻게 그래?”

서울의 목소리가 떨렸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거야?”

?”

아니.‘

서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엄마잖아.”

뭐라니?”

춘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마치 더러운 것이라도 보는 것처럼 서울을 응시했다.

네가 언제 한 번 나를 네 엄마로 인정이나 한 적 있어? 최근에는 아예 대놓고 무시를 했으면서. 지금 엄마면서 그럴 수가 있느냐니.”

아니.”

애초에 대화가 될 거라고 생각을 한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이것 자체가 자신의 문제였다.

됐어.”

뭐가 돼?”

서울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애초에 이런 사람에게 기대를 하면 안 되는 거였다. 기대를 한 자신의 잘못이ᄋᅠᆻ다. 자신이 멍청한 거였고. 자신이 한심한 거였다.

엄마는 나에게 이러면 안 돼.”

뭐가 안 돼?”

이 상황에서도 춘자는 당당했다.

하여간.”

서울은 물끄러미 그를 응시했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춘자는 아직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말도 안 되는 일 아니에요?‘

그러게요.”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걸까?

미안합니다.”

세인 씨가 왜 사과를 하고 그래요?”

내가 부추긴 거니까요.”

아니에요.”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건 세인이 사과를 해야 하거나 할 종류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멍청하지.”

왜요?”

그걸 안 챙겼으니까요.”

시간이 지나고 난 후에 자신이 후회할 거라고 생각을 하지 않아서 챙기지 않았다. 그 순간이 너무 후회가 됐다.

당연히 그쪽 꿈은 나와 전혀 관계가 없을 거라고. 아무 의미가 없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어요.”

의미가 있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미련하네.”

에이.”

세인은 가만히 서울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가슴엔 있을 거 아니야.”

그게 뭐야?”

서울은 순간 웃음을 터뜨렸다.

하여간. 이세인 씨의 말을 들으면 가끔 웃음이 나오고 그래요. 가슴에 그게 어떻게 남아 있어요?”

왜요?”

아니.”

세인은 입을 내밀면서도 씩 웃었다.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

이상한 기분이었다.

이게 말도 안 되는 거기는 한데 말이죠. 차라리 부산이 것까지 다 없었다면 이렇게 서운하지 않았을 거 같아요.”

누구라도 그렇습니다.”

서울은 미소를 지었다. 세인이 너무나도 고마웠다.

내가 무슨 복으로 이런 남자를 만났지?”

? 그거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뭐라고요?”

서울의 말에 세인은 밝게 웃으며 바로 따라서 말했다.

내가 무슨 복으로 이런 여자를 만났지?”

뭐래?”

우리는 가볍게 세인의 어깨를 밀었다.

웃기지도 않아.”

진심입니다.”

세인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신기해요.”

뭐가요?”

이렇게도 좋은 사람이 내 곁에 있다는 것. 이런 게 실감이 나지 않는데. 이게 현실이라는 거니까요.”

나도 그래요.”

진심이었다. 만일 세인이 아니었더라면. 자신은 지금 이런 말도 안 되는 용기를 내지 못했을 거였다.

이세인 씨가 있어서 나는 지금 이 모든 것들을 다 할 수 있는 거고. 이세인 씨가 있으니까 이런 생각도 할 수 있는 거예요.”

에이.”

에이가 아니라.”

서울은 세인에게 한 발 더 다가갔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건 진심이었다. 세인이 있기에 이 모든 게 가능한 거였다. 그가 아니었더라면 지금 이런 용기를 내지 못했을 테니까. 세인의 눈을 보고 싱긋 웃었다.

좋아해요.”

사랑합니다.”

살짝 눈이 커지는 순간 세인의 고개가 다가왔다. 세인의 숨결. 그 모든 온기가 고스란히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