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8 [62장]

62장

“내가 오버하는 거 아니지?”

“왜 아니야?”

“그래?”

서울의 얼굴이 굳자 부산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도 쉬는 건 사실이니까.”

“다행이네. 물어봐 줄 수 있어?”

“노는 거 같아서 그래?”

“아니.”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실 나는 은환 씨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몰라. 그날 무슨 대화를 나눴던 건지 하나도 기억도 안 나.”

“그런데 왜?”

“그냥 잘 어울릴 거 같아서?”

“잘 어울린다.”

서울의 말에 부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거 칭찬이지?”

“그럼.”

“고맙네.”

“그래야지.”

부산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기는 한데 평일에는 쉬고 있으니까. 누나 부탁이 있으면 가능할 거야.”

“그래?”

다행이었다. 정말로.

“그럼 네가 좀 말해 줄래?”

“내가 말을 해보기는 할 건데. 정말로 부탁하는 건 누나가 해야 해.”

“어?”

“적선 같은 거 아니잖아.”

“뭐.”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도 은환에게 직접 전하는 건 다소 불편했다.

“나 아직 그거 어려워.”

“왜?”

“내 입장도 고려를 좀 해주세요. 동생.”

서울의 말에 부산은 눈썹을 긁적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우리 동생 착하네.”

“그걸 이제 아셨습니까?”

“그러게나 말입니다.”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제 끝나는 거지?”

“송해나.”

퇴근 시간에 해나가 찾아왔다.

“뭐하는 거야?”

“세인이 엄마.”

“뭐?”

이제 세인에게 가는 길이었다. 은환이 서점에서 일할 수 있다는 걸 전해주려고 하는데 이런 일이 생긴 거였다.

“정은아에요.”

“한서울입니다.”

은아는 손을 내밀었고 서울은 그 손을 잡았다.

“지금 바빠요?”

“가볼 곳이 있어서요.”

“내 아들?”

“네.”

어차피 아니라고 한들 지금 이 자리에서 다른 말이 더 나올 거 같지도 않았으니까. 서울의 대답에 은아는 입을 내밀었다.

“결혼이라도 할 건가?”

“모르겠습니다.”

“뭐.”

은아는 팔짱을 끼고 턱을 긁적였다.

“나쁜 사람 같지 않네.”

“이모.”

은아의 말에 해나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슨?”

“왜?”

해나가 놀라자 은아는 그쪽을 보면서 미간을 모았다.

“해나 너를 보면 나를 무조건 나쁜 말을 할 사람으로만 보는 거 같아. 나도 때로는 현명해.”

“이모.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얘네 집에 대해서.”

“그래.”

서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지금 해나가 말하는 자신의 집에 대해서 말했다는 것. 이게 무슨 말인 걸까?

“그래서 고생이 많았겠어요.”

“네?”

“멋진 사람이네.”

은아는 싱긋 웃으며 별 것 아니라는 듯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해나를 보며 미간을 모았다.

“네 말대로 그런 상황이었다면 이렇게 바르게 자라서 자기 의견 제대로 피력하면 된 거 아니니?”

“이모.”

“됐어.”

은아는 단호했다.

“너도 그만해.”

“아니.”

“미안해요.”

은아는 다시 서울을 보며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괜히.”

“아닙니다.”

서울은 고개를 흔들었다. 고작 이런 걸 가지고 기분이 상하거나 그러지 않을 거였다. 어차피 세인과의 관계가 깊어지게 된다면 다른 그 누구보다도 은아가 먼저 알게 될 수밖에 없는 거였으니까.

“나는 해나가 너무 난리를 피워서. 도대체 세인이 녀석이 누구를 만나서 그러는가 했더니. 자기보다 나아서 그러네.”

“이모 무슨.”

“너는 조용히 해.”

해나가 끼어들려고 하자 은아는 단호히 그를 막았다.

“무슨.”

“아니. 이모 내 말을 들어야지. 얘 세인이 그저 좋은 마음으로 만나려고 하는 거 아니야. 내가 말했잖아요.”

“네가 도대체 뭘 안다고 이러니? 내가 보기에 한서울 씨는 아주 좋은 사람인 거 같은데. 무슨.”

“이모 지금 속고 있어요.”

속고 있다니.

“속아도 내가 속아.”

은아는 단호했다.

“바쁘다고 했죠?”

“네?”

“그럼 가요.”

“이모 쟤 그냥 보내면 안 돼.”

해나는 왜 저렇게까지 하는 걸까?

“저기.”

서울은 망설이다가 은아를 보고 말을 건넸다.

“저 지금 세인 씨 만나러 가는 건데. 그리 불편하지 않으시다면 같이 가실래요? 일하는 곳에 갈 건데.”

“걔가 일하는 곳을 알아요?”

“네?”

지금 은아는 꽤나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서울은 그런 은아의 반응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알면 안 되는 건가요?”

“아니.”

은아는 입을 가리고 고개를 저었다.

“나한테도 말을 안 해서.”

“아.”

“그러니까 내가 갑자기 거기에 가게 된다면 한서울 씨에게 뭐라고 할 수도 있으니까 나는 안 갈게.”

“그러니까.”

“고마워요. 그 제안.”

은아의 미소에 서울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짧게 고개를 숙였다. 해나는 이런 둘의 대화를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응시했다.

 

“어머니를요?”

“응.”

세인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렇구나.”

“왜요?”

“아니.”

세인은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토해냈다.

“사실 친어머니가 아니라서요.”

“네?”

“뭐.”

놀란 서울과 다르게 세인은 꽤나 덤덤한 표정이었다.

“그래도 제가 1살 때부터인가? 키워주셔서요. 그래서 제 어머니이시긴 한데요. 아무튼 아버지께서 좋은 사람도 아닌데 저를 버리지 않고 이렇게 키워주신 게 너무 고마운 분이라. 뭔가 어색해요.”

“어색하다니.”

엄마랑 어색할 수 있는 걸까? 자신이라면 생각도 할 수 없는 거였다. 하지만 자신의 상황과 세인의 상황은 달랐으니까.

“혹시 말하기 싫은 걸 나 때문에.”

“아니요.”

서울의 반응에 세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아닙니다.”

“미안해요.”

“한서울 씨가 왜요?”

“아니.”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차올랐다.

“그러니까.”

“에구.”

세인은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는 것처럼 서울을 안아줬다. 서울은 울음을 참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이세인 씨의 상황도 전혀 모른 채 자꾸만. 자꾸만 어머니를 보고 싶다고. 뵙고 싶다고 한 거니까.”

“그래서 나는 너무 고마워요.”

세인은 서울의 등을 가만히 두드렸다.

“아우 착해.”

서울을 그런 세인의 어깨에 가만히 고개를 묻었다.

“아 오늘 은환 씨 왔다 갔어요.”

“네?”

서울은 몸을 떼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왜 말 안 했어요?‘

“말할 시간 안 줬잖아요.”

“아니.”

“왔다고요. 그냥.”

세인은 씩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내일부터 일하기로 했습니다.”

“다행이네요.”

“근무 시간은. 한부산. 음. 처남? 이라고 할까요? 아무튼 부산 씨랑 같이 갈 수 있도록 하기로 했어요.”

“고마워요.”

이렇게 아주 세세한 곳에서부터 그 마음이 보이는 사람이었다. 세인은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서울의 눈을 봤다.

“이렇게 잘 우는 사람이었나?”

“아니에요.”

“맞는데?”

“아니라고요.”

서울은 뒤로 물러나서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하여간.”

“왜요?”

“좋아서?”

“뭐래?”

서울이 웃음을 터뜨리자 세인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미간을 모았다.

“어릴 적에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이 난다고 했는데. 한서울 씨도 막 뿔 나고 그러는 거 아니에요?”

“그럼 좋겠네요. 마음에 안 드는 진상들 다 찔러버리게. 그냥 여왕벌처럼 뿅. 뿅. 이렇게 찌르게.”

서울이 엉덩이를 이리저리 휘두르는데 갑자기 딸랑하는 소리가 났다. 고개를 돌리니 부산과 은환이었다.

“아, 안녕.”

“안녕하세요.”

“누나?”

모두 어색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