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보편적 연애 [완]

[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8 [59장]

권정선재 2019. 2. 13. 22:45

59

뭐 사가야 하는 거 아닐까요?”

아니요.”

세인의 말에 서울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안 그래도 돼요.”

하지만.”

세인은 살짝 헛기침을 했다.

아무래도 우리 쪽이 나이도 더 많은 거고요. 그런 거라면 우리가 뭐라도 준비해야 하는 거 같은데.”

그쪽 나이는 몰라요.”

?”

세인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러니까?”

그게 걱정이죠.”

서울은 볼을 살짝 부풀렸다. 자신은 세인을 만나기 전에 제대로 만난 것은 철수 한 사람이었으니까. 동갑만 만난 거였다. 다른 나이를 만난다는 것. 그리고 자신보다 나이가 많을 수도 있었다.

그래도 취향이라는 게.”

남자 좋아하는 것도 이번에 알았거든요.”

.”

서울의 반응에 세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복잡해.”

나는 가지 말까요?”

?”

한서울 씨 괜히 내가 가면 나까지 신경 쓰다가 너무 힘들 수 있을 거 같아서요. 나 때문에 불편한 거 아니에요?”

나 이세인 씨 안 가면 못 견딜 걸?”

서울의 장난스러운 말에 세인은 씩 웃었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고 서울도 그 손을 꼭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래요.”

그래야죠.”

서울은 살짝 힘을 주어 숨을 토해냈다.

머리 아파.”

약이라도 줘요?”

아니요.”

서울은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저 어떤 사람이 나올지. 그게 너무나도 걱정이 되는 거였다.

동생이 몇 살이죠?”

나보다 두 살 어리니까 여덟.”

그렇구나.”

세인은 입술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세인에게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은건가 싶었다.

오늘 밤에 다 말해줄게요.”

?”

나에 대해서.”

아니요.”

세인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안 그래도 됩니다.”

하지만.”

한서울 씨. 내가 말했잖아요. 나는 한서울 씨에게 뭔가 바라는 게 아니라고. 그냥 같이 있으면 되는 거예요.”

알았어요.”

세인은 서울의 손을 가만히 쥐었다. 서울도 그 손의 온기를 느끼면서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밖에서 먹어도 되는데?”

그 쪽이 요리를 좋아해.”

.”

서울은 세인을 쳐다봤다. 세인은 장난스럽게 눈썹을 움직였다.

뭐 사가야 하는 걸까?”

아니.”

부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안 그래도 내가 지금 누나에게 받은 게 너무 많아서 이걸 다 어떻게 하지. 이 고민을 하고 있는데. 누나가 나에게 뭘 더 해줄 게 있다고 그래? 됐습니다. 나 바라는 거 아무 것도 없어.”

그럼 저는요?”

갑자기 세인이 끼어들자 부산은 어색하게 웃었다.

?”

한서울 씨에게 바라는 게 없으면. 뭐 나에게 말해도 되는 거 아니곘습니까? 나는 한부산 씨에게 뭐 해준 것도 없는데.”

세인 씨.”

왜요?”

부산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좋은 분이네요.”

그럼요.”

세인의 의기양양한 표정에 서울은 고개를 흔들었다.

하여간.”

누나 좋아 보인다.”

그래?”

서울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확실히 세인과 시간을 보내면서 마음에 여유가 생긴 기분이었다.

그나저나 언제 들어가면 되는 거야?”

준비 다 하면 부른대.”

에이.”

서울은 가볍게 부산을 때렸다.

가서 같이 도우면 되는 거지.”

됐어.”

부산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 녀석 혼자 잘 해.”

아무리 그래도.”

그럼 이 근처에 유명한 케이크 집이 하나 있는데. 우리 거기에 가서 간단한 디저트라도 살까요?”

세인의 제안에 서울은 부산을 쳐다봤다. 부산은 입을 내밀며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까지 거절할 건 없을 거 같았다.

 

좋은 사람이네.”

그럼.”

혹시라도 처음 만나는 자리인데 괜히 집에 가서 화장실을 가고 싶지 않다는 세인을 보며 부산은 고개를 저었다.

그 사람은 몇 살이니?”

?”

그 정도는 미리 알아야 할 거 같아서.”

동갑이야.”

다행이다.”

서울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부산은 고개를 갸웃했다.

?”

아니.”

서울은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네가 누구를 만나는지 모르니까. 혹시라도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사람이면 어쩌지. 그 생각을 했어.”

누나. 나를 도대체 뭐로 보는 거야? 나도 그렇게 할아버지는 싫거든. 누나 동생 생각보다 잘 나가.”

아 그러셨어요.”

서울의 반응에 부산은 미간을 모았다.

누나도 하여간.”

알았어. 알았다고.”

서울은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저 사람은 같이 산 사람이지?”

. 정말로 좋은 사람이더라고. 얼마 같이 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사람을 되게 편안하게 해주더라.”

편안하게.”

부산은 볼을 부풀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 그건 누나 말이 맞네. 사람이 사람을 편하게 해준다는 거. 그거 생각보다 되게 어려운 거더라.”

그러니까.”

서울은 짧게 한숨을 토해냈다.

그러니 너도 저 사람에게 잘 해.”

알았어.”

이제 곧 스물아홉이야.”

누나는 이제 만으로도 서른이야.”

생일 안 지났거든.”

그럼 나도 안 지났거든.”

둘은 이런 농담을 주고 받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일상의 순간을 나눌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안녕하세요. 한서울이에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은환입니다.”

은환은 넉살도 좋게 서울의 손을 잡았다.

그냥 오기 민망해서.”

세인은 케이크를 건넸다.

여긴 내가 지금 만나는 이세인 씨.”

안녕하세요. 한부산 애인 이은환입니다.”

이세인입니다.”

은환의 애인이라는 말에 부산은 가볍게 그를 때렸다. 은환은 장난스럽게 어깨를 으쓱하면서도 밝게 웃었다.

 

되게 좋은 사람 같네.”

그렇지. .”

집을 혼자 정리해도 된다는 말에 나란히 나와서 서울은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세인도 미리 마실 걸 산다고 편의점을 향한 터였다.

너 정말로 잘 사는 거 같아서 다행이야.”

다행은 무슨.”

?”

나는 누나가 걱정이었어.”

부산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가 놓았다.

누나가 나로 인해서 너무나도 많은 차별을 당하고. 혼자서 힘들어 한 그 시간. 그래서 너무 미안했어.”

네가 왜?”

그래도.”

부산은 침을 꿀꺽 삼켰다. 진작 이런 말을 할 용기를 냈어야 했다. 자신이 그랬다면 서울은 다치지 않을 거였다.

내가 겁쟁이라 그래.”

너 어렸어.”

누나는?”

더 어린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은 혼자서 다 견딘 거였다. 자신이 외면한 순간. 서울은 그랬다.

지금 와서 내가 이러는 게 어린 시절 누나에게 아무런 위안도 위로도 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어서 너무 미안해. 내가 만일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그 시절 한서울에게 가서 네 잘못이 아니라고 할 거야.”

뭐래?”

민망해서 대충 넘기면서도 고마운 말이었다. 정말 별 것 아닌 말이라도 부산의 이 말은 너무 따뜻했다.

나 왜 이렇게 멍청했을까.”

네가 왜?”

누나가 힘들 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냥 그러려니 했으니까. 아우. 누나 힘들겠네. 그러고 끝.”

부산은 머쓱하게 웃었다.

멍청한 새끼.”

.”

서울은 가볍게 그를 나무랐다.

무슨.”

사실이잖아.”

부산은 한숨을 토해내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자신이 조금만 더 용기를 냈더라면 이런 관계랑 달랐을 거였다.

내가 한심하게 망설이고 괜히 주저하는 순간. 그 모든 것들이 이런 결과를 낳게 된 거니까. 너무 미안해. 내가 달랐더라면. 지금과 다른 한부산이었다면 누나의 삶은 더욱 반짝였을 거야.”

지금도 충분해. 그리고 이제 반짝이게 된 거고. 다른 사람들보다 더 악바리가 된 것도 사실이고.”

부정할 수 없었다.

한부산. 잘 살아.”

잘 살고 있어.”

싸우지 말고.”

내가 애야?”

늘 내가 보면 애야.”

서울의 말에 부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 그리고 아르바이트 하기로 했어.”

? 어디.”

부산의 말에 서울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 동안 집에서 아무 의욕도 없던 동생이 일이라니 신기했다.

그 우리 컴퍼니? 거기 아나?”

? 알아.”

서울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러니까 지금 세인이 일하는 곳. 거기 근처로 부산이 간다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