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보편적 연애 [완]

[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8 [56장]

권정선재 2019. 2. 12. 23:40

56

너도 내가 필요한 거지?”

착각하지 마.”

서울은 차가운 눈으로 춘자를 응시했다.

나도 더 이상 생활비 주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

?”

더 이상은 못 줘.”

망할 년!”

춘자가 손을 들자 서울은 바로 그 손을 잡았다. 전에는 이 손에 왜 이리 무서웠던 건지 싶었다.

나 이전에 한서울 아니야.”

이 망할 년이.”

춘자는 거칠게 팔을 흔들었지만 서울은 손에 힘을 풀지 않았다. 이렇게 약하고 별 것 아닌 사람이었다.

엄마 인생 거지 가은 거. 그거 내 탓 아니잖아.”

서울은 여유롭게 말해싸.

나 이런 취급 당할 사람 아니야.”

무슨.”

서울은 춘자의 손을 거칠게 밀었다. 춘자는 뒤로 몇 걸음 물러나고 손목을 어루만졌지만 다시 손을 들지 않았다.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답답했다.

전처럼 한 달 백만 원 주는 걸로 계산해요. 그런데 부산이 돈. 그거 내가 다 내줬으니까 그거 갚아.”

뭐라고?”

당연한 거잖아.”

무슨 말을 지껄이는 거야!”

춘자는 악다구니를 쓰면서도 손을 들지 않았다.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게 싫으면 가서 돈 버세요.”

내가 어떻게 벌어?”

그래도 버세요.”

서울의 말에 춘자는 멍한 표정이었다. 서울은 그런 그를 잠시 더 본 후 방으로 들어왔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주간으로 돌려줄까?”

아니요.”

부장의 물음에 서울은 단호히 고개를 저ᅟᅥᆻ다.

지금이 좋아요.”

힘들진 않고?”

.”

서울의 대답에 부장은 다른 말을 더 하지 않고 돌아섰다. 도대체 왜 저런 말을 한 것인지 심란했다.

 

옮겨야 하는 걸까요?”

아니요.”

서울의 걱정이 가득한 물음에 용준은 별 것 아니라는 듯 답했다.

한서울 씨가 싫다고 하면 그냥 그걸로 그만인 거니까. 부장님 성격을 보면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 같아요.”

자신의 말에도 서울의 얼굴이 굳자 용준은 일부러 더욱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서울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왜 그런 걱정을 하지?”

그냥 불안해서요.”

부장님 성격 알잖아요.”

그렇죠.”

용준의 지적에 서울은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렇게 농담도 잘 안 하는 분이 그러니까.”

에이. 그런 얘기 아닐 겁니다.”

그렇겠죠?”

이렇게 대답을 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불편함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용준은 살짝 미간을 모으다가 씩 웃었다.

한서울 씨가 그런 거면 그냥 묻지 그래요?”

? 그건.”

서울은 살짝 고개를 저었다.

안 돼요.”

왜요?”

그래도요.”

서울의 반응에 용준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부장이라면 별다른 생각이 없을 거 같지만 서울은 부담을 느낄 수도 있었다.

그럼 내가 물어볼까요? 조심스럽게.”

이 정도는 괜찮을 수도 있었다. 서울은 그제야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라면 자신도 궁금함을 해소할 수 있을 거였다.

고마워요.”

아닙니다.”

용준이 밝은 미소를 지으며 장난스럽게 경례를 붙이자 서울도 웃었다. 이것저것 배려가 많은 사람이었다.

 

그냥 물어본 건데?”

. .”

위에서 물어보라고 하더라고. 뭐 여자라서 그런 거야. 굳이 보내려는 게 아니고. 위에서 걸리적거린다는 것도 아니고.”

부장은 서울을 보며 씩 웃었다.

나도 한서울 씨가 일 너무 잘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어요. 다만 노조나 위에서는 혹시라도 그만 둔 역장이 헛소리 하면서 한서울 씨를 강제로 야간으로 돌린 거 아닌가. 그런 걱정을 하니 그러지.”

.”

그리 복잡한 문제가 아닌 거였다. 그리고 사실은 결국 자신을 배려해주고 그래서 한 말이었다.

고맙습니다.”

한서울 씨 나에게는 그냥 물어도 돼.”

?”

부장의 말에 서울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아유. 자기가 물은 거 다 알아. 용준 씨는 또 착해서 그냥 물어준 거고. 한서울 씨도 착해서 나에게 못 물은 건지. 나는 다 물어봐도 됩니다. 아무튼 두 사람 너무 걱정하지 마요. 한서울 씨에 대해서 위에서 물어보라고 한 거니까. 애초에 내가 제대로 물었으면 되는 건데. 미안해.”

아닙니다.”

부장의 사과에 서울은 고개를 저었다. 신기한 사람이었다. 그러면서도 생색도 내지 않고 사과까지 하다니 고마웠다.

 

부산이 데려와.”

싫어.”

뭐야?”

춘자는 바로 서울을 노려보다가 서울이 그 시선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며 자신을 보자 입을 내밀며 고개를 숙였다.

누나라는 년이.”

나는 부산이가 어떤 삶을 살건 그건 그 녀석 삶이라고 생각해. 거기에 내가 터치할 이유 없어요.”

미쳤니?”

서울의 말에 춘자의 얼굴이 굳었다.

그건 잘못이야.”

뭐가?”

다 대통령이 빨갱이라 이렇게 된 거야.”

뭐라는 거야?”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면서도 저렇게 당당할 수가 있다니. 자신은 지금 저런 사람에게 끌려다닌 거였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는 알고 그러는 거야?”

다들 이래.”

마음대로 생각해.”

애초에 이런 것 가지고 춘자랑 입씨름을 하고 싶지 않았다. 힘도 들었고, 설득이 될 상대도 아니었으니까.

아무튼 부산이는 건드리지 마.”

내 아들에게 무슨.”

안 그러면 하루 만 원도 못 줘요.”

서울의 경고에 춘자의 얼굴이 굳었다. 서울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춘자는 돈에 약했다.

너 네 엄마에게 이렇게 하면 안 돼.”

뭐가 안 되는 건데?”

당연한 거잖아.”

하나도 당연한 일이 아닌데도 춘자는 저리도 뻔뻔하게 자신의 속을 긁고 있었다. 서울은 한숨을 토해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정말 모르겠어? 나는 엄마를 책임질 이유 없어. 경찰도 그렇게 말한 거 기억 안 나? 이런 거 웃기잖아요.”

그거야 다르지.”

서울의 지적에 춘자는 잠시 말을 막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래도 너 너무하잖아. 내가 평생 일 한 번 안 해본 사람인데 이제 와서 무슨 일을 해?”

나는?”

뭐가 나는이야?”

나는 중학생 시절부터 아르바이트 했어.”

서울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 어린 애가.”

아니.”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애초에 이런 사람과 정상적인 대화는 말도 안 되는 거였다.

내 염장 뒤집어서 엄마가 얻을 거 하나 없잖아요. 그러니 그냥 둬요. 내 성격 다 건드리지 말고.”

이 망할 년이.”

춘자는 이러면서도 더 이상 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서울은 잠시 그런 그를 더 노려보고 방으로 향했다.

 

어때요?”

맛있어요.”

조심스럽게 묻는 세인을 보며 서울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이렇게 맛있는 샌드위치라니.

그냥 지나가는 말처럼 인터넷에 이런 게 있다고 해서. 이게 유명하다고 한 건데. 너무 맛있어요.”

편의점에서 팔기는 하는데. 인터넷을 보니까 비슷한 요리법이라는 게 돌아다니더라고요. 그런 거라면 내가 직접 만들어주는 게 그래도 조금이나마 더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해서요.”

정말 고마워요.”

이런 사람은 처음이었다. 정말 지나가는 것처럼. 음악 방송에서 아이돌들이 먹는 샌드위치가 있다고 한 게 전부였다.

그래도 이거 너무 고생이잖아요. 나 이세인 씨가 나 때문에 이렇게 고생하는 거 안 좋아요.”

고생 아니에요.”

서울의 말에 세인은 입술을 내밀며 고개를 저었다.

너무 즐거운 걸?”

즐거워요?”

당연하죠.”

서울은 입술을 내밀었다. 도대체 뭐가 즐거운 걸까? 결국 누군가를 위해서 고생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이세인 씨가 일부러 나 기분 좋으라고 이런 말 하면 나는 오히려 불편해요. 나는 못 그러는 걸?”

한서울 씨에게 해달라는 게 아닌데요?”

?”

강요하지 않아요.”

세인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내가 한서울 씨에게 해주는 게 좋아서 하는 거예요. 이걸 가지고, 한서울 씨에게 뭔가 바라지 않아요.”

하지만.”

너무나도 신기한 사람이었다.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가 있는 걸까? 정말로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은 걸까?

나에게 뭘 바라지 않아요?”

? 당연하죠.”

너무나도 신기한 사람이었다. 어떻게 자신에게 아무 것도 바라지 않을 수가 있을까? 이게 가능한 걸까?

그러니까.”

아무 부담도 갖지 마요.”

세인은 서울의 눈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저 한서울 씨가 지나가면서 하는 말. 그거 해주는 거. 그리고 한서울 씨가 좋아해주는 게 좋아요.”

그래요?”

그럼요.”

신기한 사람이었다.

한서울 씨가 나를 선택해줘서 고마운데.”

무슨.”

사실이잖아요.”

세인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에게는 한서울 씨라는 사람이 있어서 살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요즘 우울증 약도 안 먹는 걸요. 정말 고마워요.”

.”

자신은 아무 것도 해주지 않았다. 그런데도 세인은 이게 고맙다고 하는 사람이었다. 자신은 지금 제대로 된 사람을 고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