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보편적 연애 [완]

[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8 [57장]

권정선재 2019. 2. 12. 23:44

57

결국 만나는 거야?”

.”

너무하네.”

해나의 반응에 서울은 미간을 모았다. 도대체 자신이 뭘 했다고 해나에게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 걸까?

내가 뭐가 너무한 건데?”

내가 그렇게 부탁을 한 거잖아.”

무슨 부탁?”

부탁이 아니었다. 그건 협박이고 일방적으로 몰아세우는 일이었다. 그런 건 부탁이라고 할 수 없었다.

너 지금 너무해.”

그럼 내가 부탁할게.”

서울의 차분한 대답에 해나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아마 본인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 저런 걸 거였다.

넌 도대체 세인 씨에게 왜 그러는 거니?”

너야 말로 세인이랑 뭘 하고 싶은 거야? 두 사람 결혼 할 수 있을 거 같아? 나 그런 거 못 봐.”

나도 우리 둘 사람 그런 것까지 생각 안 해서.”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해나는 술을 한 모금 마시고 서울을 노려봤다.

혹시라도 세인이랑 사귀면. 결혼하면 그 집이 네 것이라서 그러는 모양인데. 내가 그거 막을 거야.”

너는 돈이 없나봐.”

뭐라고?”

나는 그 정도 돈은 있어. 나도 대출 끼면 충분히 살 수 있어. 우리 동네 그렇게 비싸지 않거든.”

?”

서울은 머리를 뒤로 넘기고 혀를 훑었다. 도대체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듣고 있어야 하는 건지.

너는 돈 많이 못 모았나 보다.”

무슨?”

서울의 지적에 해나는 표정이 굳었다. 서울이 이런 식의 공격을 하는 것. 이게 익숙하지 않아서 그럴 거였다.

그러니까 내 말은 말이야.”

너도 알잖아. 나 직업 괜찮거든. 그리고 네가 무슨 말 하건 기 안 죽어. 내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거지 같은 엄마 밑에서 얼마나 악착 같이 버텨낸 건지. 네가 더 잘 알지 않나? 나는 그럴 거 같은데.”

서울의 반격에 해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흐들었다.

그러니 포기해.”

독한 년.”

.”

해나의 욕설에 서울은 싱긋 웃었다.

나 독한 년이야.”

서울이 바로 인저하자 해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 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 표정에 서울은 마음이 오히려 편안했다.

그래서 결혼이라도 하려는 거야?”

그건 모르지.”

모른다고?”

일단 연애야.”

무슨.”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니? 나도 내가 뭘 할지 모르는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서울의 지적에 해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세인을 더 이사 괴롭히지 못하게 하려고 해나를 만난 거였다. 망설였는데 잘 한 거였다. 아무 말도 못 하는 그를 보니 정말 다행이었다.

더 이상 나랑 세인 씨 사이에 끼지 마.”

세인이 내 사촌이야.”

그런데 더 가까워질 사이는 나일 수도 있네.”

서울의 미소에 해나는 주먹을 세게 쥐었다. 서울은 술을 마시고 현금을 테이블에 놓은 후 그대로 밖으로 향했다. 더 이상 이런 자리. 금방이라도 토악질을 할 거 같아서 있고 싶지도 않았다.

 

안 힘들어요?”

.”

세인의 대답에 서울은 입을 내밀었다.

그래서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해야죠.”

아니.”

잘 할 수 있어요.”

유미는 세인에게 서점의 경영에 대해서 부탁을 했고, 세인 역시 거기에 동의했다는 것. 생각보다 빨랐다.

월세에 그 돈. 그러니까.”

되더라고요.”

속물처럼 돈에 대해서 묻는데 세인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면서도 별 것 아니라는 듯 밝은 얼굴로 답했다.

하지만.”

한서울 씨 괜찮아요.”

서울의 말이 길어지려고 하자 세인은 손을 내밀고 서울의 손을 잡았다. 서울은 살짝 한숨을 토해냈다.

혹시라도 지금 당장 돈이 없는 거라면 내가 돈을 줄게요. 그런 거면 그런 식으로 돈을 내지 않아도 괜찮지 않겠어요?”

아뇨.”

그런데 왜?”

그냥.”

서울은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가 놓았다.

내 세상이랑 세인 씨 세상이랑 너무 달라서 그래요. 미안해요.”

이제 같은 세상이잖아요.”

같은 세상.”

그런 거였다. 같은 세상. 이제 자신과 세인은 가은 세상에 살고 있는 거였는데. 그래서 유미가 자신에게 미리 알려준 걸 거였다.

사장님에게 드리는 돈은 딱 권리금. 그 정도? 그게 다니까. 그렇게 부담이 되는 금액이 아니에요.”

그래도 내가 줄게요.”

나도 돈은 있습니다.”

세인은 서울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왜?”

걱정이시래요.”

?”

갑자기 큰 돈.”

.”

이건 그러니까 지금 세인이 돈이 없어서 하는 게 아니라, 유미가 정말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찾았다는 이야기였다.

잘 될 겁니다.”

그러겠네요.”

서울은 어색하게 웃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말해요.”

물론이죠.”

다른 세상에서 같은 세상이 된다는 것. 이렇게 사소한 것부터 다를 수 있다는 것. 이것을 알아야 하는 거였다.

 

아니 왜 무조건 안 된다는 거야?”

안 되는 거니까.”

아니.”

서울의 간단한 거절에 춘자의 얼굴이 굳었다.

체크카드가 왜?”

그거 소액 신용도 되고. 나 그런 거 안 돼요. 매일 돈 어디에 썼는지 가계부도 쓰라고 하고 싶어.”

뭐야?”

춘자는 갑자기 눈을 크게 뜨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모양이었다.

이 망할 년아. 네가 아무리 그래도 나는 네 엄마야. 엄마. 세상 천지에 엄마에게 이런 식으로 구는 녀는 너 하나일 거다. 도대체 애미를 어떻게 보고 그딴 식으로 천하게 행동할 수가 있어!”

내가?”

서울은 싸늘하게 웃었다.

내가 천해?”

그래 이 년아!”

지금 그 욕은?”

뭐야?”

정말.”

서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이건 아니었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엄마가 지금 나를 어떻게 보고 있고. 지금 이런 식으로 사는 것에 대해서 무슨 느낌인 건지 모르겠는데 말이에요. 저는 그냥 사는 거야. 내가 어차피 이 돈에 대해서 돈을 내고 있으니까.”

무슨.”

이거 내 명의로 돌릴 거야. 부산이에게도 말했어.”

뭐야?”

엄마가 친척들에게 뜯어낸 돈이었다. 그리고 부산의 집. 하지만 돈은 자기가 낸 것이니 당연한 거였다.

네가 무슨 자격으로?”

부산이가 돈 한 번 낸 적 있어?”

아니. 내가 나중에 내 아들 장가 들면. 거기에 효도 받으면서 살 건데. 네가 무슨 자격으로 이래?”

남자 며느리 워하는 모양이네.”

뭐야?”

춘자는 그대로 서울에게 달려들었다. 서울은 여유롭게 그것을 막아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제발 정신 좀 차려요. 도대체 왜 그렇게 미쳐서 사는 거야?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가 안 돼?”

네가 내 입장을 알아!”

몰라.”

딸을 낳았다고 시어머니에게 온갖 욕설을 들은 것. 그리고 남편 잡아먹은 년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살았다는 것. 그런 건 변명이 될 수 없었다. 오히려 자신이라면 그런 이유로 더 딸을 아낄 거였다.

본인의 인생이 그 모양인 건 그런 삶을 선택해서 그런 거잖아요. 그런데 도대체 나에게 뭘 바라요?”

뭐야?”

됐어.”

더 말을 섞을 이유 없었다.

그렇게 알아.”

, 이 년이!”

춘자의 고함에 서울은 그대로 집을 나섰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당연한 거지.”

아니야.”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건 그냥 엄마에게 줄 거고. 명의 돌리지 않을 거야.”

하지만.”

너 그거 세금 알아?”

서울의 현실적인 지적에 부산은 고개를 흔들었다.

하여간.”

?”

아닙니다.”

서울은 싱긋 웃고 뒤로 살짝 몸을 기댔다.

왜 그렇게 겁을 낸 걸까?”

엄마니까?”

그러게.”

그럴 이유가 하나도 없었는데. 그저 엄마라는 이유로 겁을 내고 망설이고 피하기만 한 거였다.

이렇게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었던 걸. 내가 그 동안 마주했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야.”

아닐 걸?”

부산의 대답에 서울은 씩 웃었다.

. 누나 내일 저녁 바빠?”

? ?”

그게.”

부산은 혀를 내밀며 어색하게 웃었다.

내일 같이 밥을 먹을까 해서.”

좋아.”

서울이 바로 대답하자 부산도 놀란 모양이었다. 서울은 멋쩍게 웃으며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그냥 궁금해서 그래.”

그래?”

그럼 나도 내가 만나는 사람에게 괜찮은지 물어도 될까?”

. 좋아.”

세인에게 묻지 않았지만 아마 좋다고 해줄 거였다. 부산의 미소를 보니 자신도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었다.

우리 둘 다 잘 되는 거 같아.”

그러게.”

진작 이랬어야 하는 거였다. 마주하는 것이 겁이 나는 것이지만 전혀 두렵지 않아야 하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