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보편적 연애 [완]

[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8 [54장]

권정선재 2019. 2. 12. 23:19

54

괜찮은 거죠?”

당연하죠.”

서울의 물음에 용준은 살짝 미간을 모았다.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아니.”

한서울 씨.”

용준은 다시 한 번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이내 바로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한서울 씨가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축복한 일이에요. 그런데 이런 일을 가지고 왜 나에게 미안하다고 해요?”

그래도 뭔가 미안해서.”

아뇨. 그럴 거 없어요.”

용준은 이블 살짝 내밀고 고개를 흔들었다.

왜 그래요?”

그래도.”

안 그래도 됩니다.”

용준은 서울의 눈을 보며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은 살짝 혀를 내밀고 어색하게 웃었다.

한서울 씨가 오히려 미리 이런 말을 해줘서 나는 고마워요. 나중에 알게 되면. 그럴 것도 아니지만. 괜히 서운했을 거 같아.”

그래요?”

그럼요.”

용준은 정말 별 것 아니라는 듯 밝게 웃었다.

그 사람이 좋습니까?”

편해요.”

편하다.”

용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 단어에 용준은 서울과 자신 사이에 무언가를 느낀 모양이었다.

그러네.”

김최용준 대리님이 불편하다는 게 아니라.”

알아요.”

서울이 다른 말을 더 하려고 하자 용준은 밝게 웃으며 그의 말을 막았다. 마치 더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안다는 것 같았다.

사실 저는 이런 게 처음이라 신기해요.”

뭐가 신기한 건데요?”

누군가가 이렇게 나를 좋아한다는 거?”

한서울 씨 좋은 사람입니다. 더 자신감 가져도 돼요. 누군가가 한서울 씨를 좋아하는 거 당연한 거니다.”

용준의 말에 서울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웠다. 이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힘이 되는 사람.

그리고 내 걱정은 더 이상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나 그 정도로 약한 사람 아니거든요. 괜찮습니다.”

정말로요?”

그럼요.”

용준의 대답에 서울도 겨우 미소를 지었다.

 

무슨 말을 더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정말. 일단 너를 봤으니까. 그런데 정말 모르겠다.”

유정의 말에 서울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정말 모르겠다는 말. 그건 이쪽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무렇지도 않아?”

.”

그럼 된 거지.”

예상과 다르게 바로 인정하는 거 같은 유정의 반응에 서울은 미간을 모았다. 유정이 왜 이러는 건지 궁금했다.

너는 아무렇지도 않은 거야?”

내가 뭐 다른 반응을 보여야 하는 거니?”

아니.”

꼭 그런 건 아니었다.

그냥 너는 나보다 해나를 더 좋아하니까. 두 사람이 더 친하니까 해나 편을 들 거라고 생각했어.”

?”

서울의 말에 유정의 얼굴이 굳었다.

무슨.”

그런 거 아니었니?”

당연하지.”

유정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애초에 우리 셋이 친구이지. 여기에 편이 어디에 있어.”

거짓말.”

거짓말이라니?”

서울의 말에 유정은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

내가 그렇게 보였어?”

.”

그렇구나.”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아무튼 나는 두 사람 사이에서 어느 쪽 편도 들지 않아.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을 했는데. 만약 네가 생각하기에. 내가 서울이 너보다 해나 편을 더 들었다고 생각하게 했다면 미안해. 하지만 이건 전혀 다른 종류야. 한서울. 네가 그 사람을 사귀는 거. 그거 나는 사실 문제라고 생각해.”

뭐가 문제인 건데?”

서울은 따지듯 물었다.

네가 해나의 사촌을 만나는 만큼, 해나에게 그거 미리 말해야 했어. 애초에 좋은 감정일 때 말이야.”

내가 왜?”

친구니까.”

친구.”

말도 안 되는 단어. 머리가 복잡했다. 자신이 생각했던 관계와 전혀 다른. 그러니까 지금 자신이 이 모든 걸 망친 거라는 소리였다.

나는 모르겠어.”

나도 몰라.”

서울이 다른 말을 더 하기 전에 유정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다만 한 가지 중요한 건. 나는 너희 두 사람 중 어느 한쪽의 편도 아니라는 거. 그리고 너희 둘의 문제. 그거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어려울 수 있다는 거. 이거 알아야 해.”

유정의 말에 서울은 침을 삼켰다. 복잡한 거였다.

 

여기 남자 없어?”

저도 직원입니다.”

어디 여자가!”

남성 취객은 비틀거리면서도 서울을 위협이라도 하는 것처럼 손을 올렸다. 승강장에서 노상방뇨를 하던 것에 대해서 따지는 와중에 이런 꼬락서니라니. 하여간 웃기지도 않은 인간이었다. 그 와중에도 남자. 여자.

여기요!”

그때 경찰들이 보이고 서울이 손을 들었다.

이 분입니까?”

.”

빌어먹기 딱 좋을 년이 경찰을 불러?”

좋아하시는 남자네요.”

뭐야?”

이 와중에서도 목소리를 높이는 꼬락서니를 보고 있노라니 금방이라도 욕지거리가 치밀어 올랐다. 경찰들이 바로 취객을 붙잡았다.

추가 처벌을 원하십니까?”

아니요.”

서울은 관자놀이를 문지르면서도 경찰들을 향해서 엷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걸 하게 된다면 자신이 가서 다른 서류도 써야 하고. 퇴근 후에도 경찰서에 가야 할 터였다.

알아서 처리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서울은 낮은 한숨을 토해내며 멀어지는 셋을 봤다.

 

나를 부르죠.”

아니요.”

여사님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두 다 듣고 난 용준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서울에 말을 건넸다.

위험했잖아요.”

아니에요.”

서울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도 여기 직원이고. 어차피 야간을 하기로 하면 이런 일 일어날 거라는 거. 이 정도는 알고 있었어요.”

한서울 씨가 여자라서 이런 말을 하는 거 아닙니다. 나도 여성 취객이 있었다면 한서울 씨에게 부탁을 했을 거라고요. 이건 그저 각자가 더 편한 성별이 있으니 그렇게 해결하자는 겁니다. 당연한 거잖아요.”

그건.”

그렇게 돕는 거예요.”

알았어요.”

서울이 애써 넘기려고 대답하자 용준은 다른 말을 더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은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그래도 이제 좀 야간 직원 같지 않아요?”

그러네요.”

서울의 농담에 용준도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축하해요.”

아뇨.”

유미의 축하에 서울은 어색하게 웃으며 혀를 살짝 물었다. 누군가에게 이런 축하를 받는다는 것 낯설었다.

두 사람 얼마나 좋아 뵈는지 몰라요.”

그래요?”

그럼.”

그런 거였나?

사이도 좋아 보이고. 두 사람 서로를 볼 때 자꾸 웃고. 그런 거 보면 너무 신기하고 그래요.”

전혀 모르는 일이었다.

그런데 혹시 무슨 다른 일이 또 있어요?”

아뇨.”

좀 긴장한 거 같아서.”

무슨 일이 있을 것도 업성. 그런데 이게 고스란히 얼굴에 다 드러난다고 하니 어딘지 모르게 민망했다.

요즘 서점에 손님이 좀 늘었어요.”

다행이죠?”

유미는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을 쳐다봤다.

다들 손으로 쓴 책이 좋아서 오는 거라 내가 조금 힘들기는 하고, 아무래도 힘이 들다 보니까 가격을 많이 올려서 가꿈 너무 비싸다고 하는 사람이 있기도 한데. 그래도 좋아요. 이게 다 세인 씨가 오고 는 거야.”

사장님이 잘 하셔서 그런 거죠. 말씀하신 것처럼 사장님만의 특별한 책을 갖고 싶어서 그런 거고요.”

유미는 가늘게 눈을 뜨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가만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여기에서 책을 판 게 몇 년인데 그걸 모를까? 세인 씨가 오고 나서 사람들이 늘었어요.”

너무 칭찬이 과하시네.”

사실이니까.”

둘은 서로의 눈을 보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미안해서 어떡하지?”

?”

나 여기세 세인 씨에게 맡길까 해요.”

무슨?”

여길 세인에게 맡긴다는 말이 무슨 의미일까?

이제 나도 나이가 들어서. 서점에 다 있기는 너무 힘들어. 글을 쓰고 책만 여기에 팔 수 있으면 족할 거 같아요.”

. 그래요?”

아직 세인 씨에게는 비밀.”

?”

세인이 순간 이쪽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하자 서울은 별 것 아니라는 듯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데 왜 세인 씨에게 미리 알려주시기 번에 미리 저에게 말씀을 해주시는 거예요? 혹시 그러셔야 하는 이유라도 있어요?”

왠지 자기는 알아야 할 거 같아서.”

. 그렇구나.”

아마 자신과 세인이 조금 더 진지한 관계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으시는 모양이었다. 묘한 기분이었다.

서울 씨 안 바쁘면 오늘 식사 다 같이 해도 될까요? 내가 두 사람 축하하는 의미로 사고 싶은데.”

그럼요. 대신 제가 살게요.”

아유.”

서울의 말에 유미는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그 정도는 어른이 할 수 있어.”

저도 어른이에요.”

아직 내가 보기에 아기들이야. 두 사람이 무슨. 세인 씨. 앞에 점심시간이라고 팻말 좀 붙여줄래요?”

세인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앞에 팻말을 돌렸다. 약간 어리숙해 보이는 그를 보며 서울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