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보편적 연애 [완]

[로맨스 소설] 보편적 연애 2018 [63장]

권정선재 2019. 2. 15. 22:40

63

아니 너는 퇴근을 했다면서 도대체 여기를 왜 다시 와서 그런 못 볼 꼴을 다 보이게 하고 그래?”

나야 말로 누나가 거기에서 그러고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어? 그냥 은환이가 가자고 해서 간 거지.”

아니.”

뭐라고 말을 해도 쪽팔린 건 쪽팔린 거였다. 사을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렇게 저 형이 좋아?”

. 좋아.”

그래?”

부산은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그럴 수 있지.”

뭐래?”

그럴 수 없는 거였다.

그나저나 너는 뭐하려고 다시 와?”

아니. 혼자서 저녁을 먹을 거라고 하길래.”

그럼 내가 오지.”

그럴 줄 몰랐지.”

두 사람은 투닥이면서도 나란히 오는 세인과 은환을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서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키도 더 크고. 어깨도 넓고. 진짜. 우리 세인 씨 너무 완벽하지 않니? 진짜 누나가 남자 보는 눈 하나는 훌륭해.”

뭐래? 우리 은환이가 비율도 좋고 훨씬 좋구먼. 키만 크면 뭐하냐? 얼굴 사이즈가 다른데.”

.”

?”

둘이 투닥이는데 온 세인과 은환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아니에요.”

아닙니다.”

세인과 은환이 서로를 바라보자 서울과 부산은 웃음을 터뜨렸다. 두 사람은 꽤나 닮은 듯 보였다.

 

그러니까 내 걱정을 해서 온 거라고요?”

.”

서울의 말에 세인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게 뭐야?”

왜요?”

아니.”

세인은 짧게 고개를 저었다.

귀여워서?”

그렇죠? 그런데 왜 혼자서 저녁을 먹을 거라고 했을까? 당연히 내가 와서 같이 가게 될 건데.”

에이. 매일 같이 한서울 씨에게 밖에 음식 먹으라고 할 수 있어요? 그거 말도 안 되는 거지.”

그렇지 않아요. 나도 이세인 씨랑 같이 밥을 먹고 들어가는 편이 훨씬 더 마음이 편하거든요.”

그렇습니까?”

그렇습니다.”

세인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서울은 손을 내밀었고 세인은 조심스럽게 그 손을 잡았다.

한서울 씨 아직도 어머니랑 사이가 안 좋아요?”

. 안 좋아요.”

서울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좋아질지 모르겠어.”

그렇구나.”

왜요?”

아니.”

세인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한서울 씨는 내 어머니를 많이 신경을 써주고. 만나려고 하는데. 나는 전혀 그렇지 않으니까.”

그러지 마요.”

서울은 걸음을 멈추고 세인을 향해서 몸을 돌렸다.

나 그런 거 싫어.”

뭐가 싫어요?”

굳이 사이좋게 하려는 거.”

안 그럴 겁니다.”

그래야 할 겁니다.”

서울은 검지를 들고 엄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더 이상 그 사람은 동정도 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내가 같이 있지 않으면 부산이에게 해코지를 할 거 같으니까. 내 나름의 방법으로 부산이를 지키려고. 그러려고 이러는 거예요.”

좋은 누나네요.”

좋은 누나.”

자신이 이런 말을 들을 자격이 있는 걸까? 만일 좋은 누나라면 같이 싸워줄 수 있어야 할 거 같았다.

, 한서울 씨 글씨 잘 쓰죠?”

? . .”

글씨를 잘 쓴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회사에서 자신의 손글씨를 필요로 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정식 출간물이 아니기는 한데. 저는 사장님처럼 전부 다 글로 쓰는 건 그렇고, 밖에 표지라도 특별하게 하는 방법을 해보려고요. 이렇게라도 하면 사람들이 제 글을 읽을 거 같아서요.”

좋아요.”

?”

할게요.”

아니.”

서울의 반응에 세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 자세히 말 안 했잖아요.”

나 세인 씨 글 좋아해요.”

?”

정말.”

서울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사람이 언제 아프고. 쓸쓸한지. 그런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거 같은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

세인은 혀를 살짝 내밀고 머리를 긁적였다.

그렇습니까?”

그래요.”

서울은 눈을 감고 한 번 고개를 흔든 후 다시 눈을 떠서 물끄러미 세인의 눈을 보고 씩 웃었다.

좋다.”

뭐가 좋아요?”

그냥?”

하여간.”

세인은 자신도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고맙습니다.”

왜요?”

쉬운 거 아니잖아요.”

다 써달란 것도 아닌데?”

나중엔 그거 부탁할 수도 있는데?”

그래도 좋아요.”

서울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세인이 뭔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하고 싶은 것에 자시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세인이 자신에게 용기를 준 만큼. 자신도 그럴 수 있다면 이걸로 다행이었다.

이세인 씨가 있어서 너무나도 다행이에요.”

진짜 고마워요.”

글은 어떤 거예요?”

잠시만요.”

세인은 가방에서 서류를 꺼냈다.

이거에요.”

그래요?”

서울은 세인에게 서류를 받았다.

이성애자라고?”

아니 읽지는 말고요.”

서울이 소설을 소리 내어 읽자 세인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게 뭐야?”

왜요?”

아니. 소설가 앞에서 그 사람이 쓴 소설을 읽는 거. 그거 얼마나 부끄러운지 알고 있습니까?”

그래요?”

서울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더니 씩 웃었다.

. 딸의 대답에 수미는 멍한 표정이 되었다. 단 한 번도 딸을 잘못 키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는데 이성애자라니. 너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아직 너 어리니까 조금 더 생각을 하는 건 어떠니?”

아니.”

세인은 울상을 지으며 서울의 손에서 파일을 빼앗았다.

하여간.”

왜요?”

장난은.”

세인의 지적에 서울은 더 밝게 웃었다.

좋네요.”

그래요?”

.”

서울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모두가. 그러니까 이성애자가 디폴트인 세상에서 동성애자가 이상한 거죠. 그런데 그 반대의 경우. 동성애자가 디폴트가 된다면 이성애자가 되는 선태기라는 게. 이상하게 되는 거니까.”

그렇죠.”

세인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서울은 그 손을 잡았다.

일부러 쓴 거예요?”

?”

나 때문에?”

아니요.”

세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그 표정 어딘가에 자신을 위로하는 무언가가 보였다.

왜 거짓말이지.”

?”

그래도 괜찮아요.”

그래요?”

그럼요.”

서울은 볼을 부풀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별 것 아닌 거 같아도 이런 식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하는 것. 이건 확실히 세인이 가장 잘 하는 일이고. 다른 그 누구보다도 세인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나는 이세인 씨가 무엇을 하건 지지해요. 이세인 씨가 나를 지지해주고 나를 믿어준 사람이니까.”

그런 적 없어요.”

뭐래?”

아니.”

늘 그러면서.”

서울의 대답에 세인은 씩 웃었다.

그런가요?”

그럼요.”

세인은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그리고 살짝 헛기침을 하고 서울의 눈을 보면서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서울 씨가 있어서 지금 나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한서울 씨가 아니었으면 못했을 겁니다.”

그런 말이 어디에 있어요?”

사실이니까.”

세인은 혀로 입술을 축이며 고개를 숙였다.

그 누구도 나보고 글을 잘 쓴다고 하지 않아서.”

.”

한서울 씨만 그랬어요.”

거짓말.”

그러게요.”

그 누구도 그 재능을 믿어주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뭔가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고맙습니다.”

미안해요.”

왜요?”

더 빨리 알아주지 못해서.”

무슨.”

세인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때때로 서울의 위로는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힘이 있었다.

아무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 안에서라면 뭐든지 다 도와줄게요.”

고마워요.”

고맙긴. 나중에 세인 씨도 내가 부탁하면 다 해주고. 내가 바라는 거 다 들어주고 그럴 거 아닌가?”

당연히 그래야죠.”

세인이 장난스러운 동작을 곁들이면서 말하자 서울은 웃음을 터뜨렸다. 둘은 서로의 눈을 마주하고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